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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의 침에 도전한다

의료분야의 대혁명 미소기기

극미의 시계를 추구하는 미소기기분야는 사람혈관 속에서 촬영하고 투약하며 수술까지 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을 탄생시키려 하고 있다.

1970년대 초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집적회로(IC, Intergrated Circuit) 제작기술은 여러분야로 파급돼 미소체물리학(microphysics), 미소전기기계 미소전자기계 등의 분야를 발달시켰다. 이는 앞으로 의료분야와 원자력분야로 파급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이를 밑받침할 수 있는 재료개발, 경제성 있는 제작과정을 가능케하는 주변기술들이 착착 개발되고 있다. 현재까지 미소기기분야는 선진국의 독무대로서 미국 일본 및 유럽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여건이 성숙되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

미소기기란 ㎛(${10}^{-6}$m)이하의 영역에 속하는 기기(device)를 말한다. 미소전자기기의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초고집적회로다. 몇달전 일본의 히타치사가 16메가D램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는데, 이 IC의 회로선폭이 0.5㎛다. 이것을 머리카락의 직경(70㎛)과 비교하면 1백40분의 1에 불과하다. 육안의 차원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1천메가D램도 가능

이와같은 미소기기는 주로 석판기술(lithography)로 제작한다. 많이 쓰이고 있는 석판기술은 빛석판 전자빔석판 이온빔석판이 있다. 그런데 집적도가 클수록 선폭이 좁아지므로 사용하는 빛의 파장도 짧아져야한다. 가시광선 자외선 연(soft)X선 등으로 점차 단파장의 광원이 필요하다.

제품의 생산성을 높이자면 빛의 강도도 올려야하므로 엑시머레이저를 쓰게된다. 집적도가 2백56메가D램이나 1천메가D램이 되면 선폭이 0.2㎛와 0.1㎛이므로 빛의 파장은 0.001㎛~0.002㎛(1~2nm)가 돼야하고 강도가 또한 매우 높아야 한다. 이러한 빛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자 싱크로트론 가속기가 필요하다. 이 가속기에서 나오는 빛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폐결핵검사용 X선의 강도에 비해 1천배 이상 강하다. 일본은 현재 정부의 재정지원하에 20여대의 코지(COSY, Compact Synchrotron)를 건설하고 있다. 코지는 고집적회로 전용 가속기라 할 수 있다.

또 정밀공학회 등이 중심이 돼 미소기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한 미소기기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모터의 회전자 직경이 70㎛짜리를 제작해 수백내지 수만 RPM( Revolution Per Minute, 분당회전수)으로 회전할 수 있는 모터를 소개하고 있다. 분자생물분야의 학자들도 박테리아나 미생물의 운동을 관찰해 이들의 운동원리를 모방한 기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배추벌레나 지렁이의 운동을 배운다

미소기계의 사용목적에 따라 여러가지 운동원리가 있겠으나 보편적으로 개발된 몇가지를 소개해보자.

압전소자 / 1초에 수천만번 진동
압전소자(piezoelectric element)란 전기적으로 부도체인 재료에 전극을 달고 전압을 높이면 재료가 변형되는 것을 말한다. 변형률은 재료의 방향과 재료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다. 단결정을 쓰는 것이 보통이나 BaTiO₃같은 재료는 무결정 상태로도 쓸 수 있다. (그림1)과 같이 압전소자를 설치하고 전압을 높였다, 낮추었다 하면 압전재료는 신축운동을 하는데, 1초에 수천만번을 진동시킬 수 있다. 재료가 늘어나는 경우 뒤쪽다리는 바닥에 꽂혀서 정지해 있고 앞쪽다리는 앞으로 미끄러진다. 반대로 전압을 줄여 압전재료가 축소될 때는 앞쪽다리가 바닥에 꽂혀 고정되고 뒤쪽다리는 딸려오게 된다. 이와같은 운동을 반복시키면 압전소자는 전진하게 된다. 압전재료는 진공 중에서 박막(thin film)으로 만든 것이고 전극 또한 박막으로 처리된 것으로 두께는 모두 합쳐서 수㎛정도다.
 

(그림1) 압전소자를 이용하여 전진하는 기계의 원리


■형상기억합금 / 가열·냉각을 반복
(그림2)와 같이 형상기억합금으로된 얇은 판에 전기를 단속해 판 자체를 반복해서 가열 냉각하면 판은 굽었다 폈다하는 운동을 거듭하면서 전진하게 된다.
 

(그림2) 형상 기억합금을 이용한 이동기계


■진행전자기파 / 몸통의 밀도변화를 활용
배추벌레나 지렁이는 몸통의 밀도변화(밀도파)를 이용해 전진한다. 이를 모방하려면 신축이 용이한 작은 부도체원통의 단면에 수개의 전극을 설치하고 진행전기파를 걸어주면 된다.

이외에도 정전기의 인력과 척력을 이용한 회전운동을 하는 모터도 제작되고 있다.

이제까지 소개한 방법들은 모두 동력원을 직접 도선을 연결해 움직이는 것이지만, 무선으로 전자파를 써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도 있으며, 빛 에너지를 광섬유를 써서 전달하는 형태 등 여러가지가 있다.

미소기기가 전진하면서 위치를 파악하거나, 장애물이 있음을 알아내거나, 온도나 환경상태를 식별할 수 있으려면 감지기(sensor)가 있어야 한다. 감지된 신호를 인공지능회로에서 처리한다. 물론 감지기의 크기나 감지된 신호의 처리회로도 아주 작게 만들어야 하므로 이들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3)은 6㎛ 두께의 니켈판을 연X선을 써서 식각한 것으로 큰원의 직경이 80㎛ 정도되는 동위원소 분리기다. 이 기기에 U${F}_{6}$ 가스를 약한 압력(수 torr)으로 흐려주면 U(235)${F}_{6}$와 U(238)${F}_{6}$가 분리돼 나온다. U(235)의 농도를 높이려면 여러번 반복해 통과시키면 된다. 즉 이 기계는 가스가 회전하면서, 원심력을 원자량이 큰 것은 많이 받고 적은 것은 적게 받도록 한 것으로 반경을 줄이면 더욱 강력한 원심력을 받아 더 농축된 가스를 수집할 수 있다. 이 기기의 기본원리는 영국의 노벨수상자인 디락(P.Dirac)박사의 아이디어다.
 

(그림3) 동위원소 분리기


유전자 조작도 가능

미소기기를 제작하려면 실내의 환경 제어가 중요하다. 즉 먼지 습기 정전기 온도 등을 제어해야 한다. 먼지는 발생원을 제거하고 거름막을 써서 공기중의 부유물을 없애야 한다. 이온(ion)가속기를 써서 제작한 두게 약 10㎛의 폴리에틸렌 거름막은 직경이 0.01㎛정도의 불순물까지도 걸러낼 수 있다. 이런 거름막들은 대장균 같은(크기가 대략 1㎛) 세균류는 모두 걸러버릴 수 있으나, 바이러스는 보다 더 작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투과된다.

이외에도 작업과정을 계속 감시하기 위한 현미경(비디오카메라 부착), 가공후 정밀검사를 위한 주사형 투과 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배율 10만~1백만배), 정밀조립을 위한 미동조정기(이것은 압전소자를 이용한 것으로 식별가능한 최소거리가 0.01㎛정도로서 유전자를 조작하는데 이용한다) 등이 함께 쓰인다. 이와같은 미소거리의 움직임은 눈으로는 전혀 식별할 수 없고 레이저 간섭계를 써서 측정한다. 또 식각을 위한 광원의 흔들림도 없애야하므로 공장건물 자체의 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밀한 진동흡수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실내의 공기진동도 절대적으로 제거돼야 한다.

목표가 주어진 기계는 각 부위의 역할에 따라 재료의 물성조건이 결정되고 이 여건에 맞는 재료를 만들어 시험한다. 예를 들어 같은 원소의 재료라도 진공중에서 박막을 다른 재료의 표면에 입힐 때, 중성으로 할 때와 이온화시켜 만들었을 때와는 부착력이나 피막의 물성 등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기기를 만들때 숨겨진 비밀기술(know-how)은 만든 사람만이 알게 된다.

혈관 속에서 수술하는 로봇

미소기기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분야는 의료분야(의공학)다. 인체 혈관 속에서의 비파괴적 수술, 국부적인 투약, 촬영, 폐기물처리 등 용도가 다양하다. 앞에서 소개한 동위원소분리기를 써서 공기중의 산소와 질소를 분해해, 엔진에 산소만 공급한다면 엔진효율은 높아지고 질소화합물 같은 공해물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기의 침이 수㎛의 굵기인데도 피부를 찌를 때 이를 감지하지 못한다. 이것은 모기의 침이 감지신경망을 피해 충분히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소기기를 그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 피부의 땀구멍속으로 밀어넣는다면 전혀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손오공'같은 소설속의 상황을 현실속에서 전개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천년대에는 많은 미소기기가 실생활에 출현할 것이다.

형상기억합금
일반적으로 금속은 한번 휘어지거나 망가뜨려지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한다. 그런데 형상기억합금은 어떤 일정한 형상을 기억했다가 조건(온도 등)이 맞으면 기억한 형상대로 되돌아오는 금속을 말한다. 가장 쉬운 예로 굽은 철사를 불에 가까이 댔을 때 펴진다면 이는 일종의 형상기억합금이라 할 수 있다.

달나라에 거대한 접시모양의 안테나를 가지고 가려할 때, 운반하기 쉽게 접어서 싣고 가, 달에 가서 적당한 온도로 가열해 원래의 모양대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형상기억합금이다. 현재 형상기억합금은 브래지어 등 생활용품에도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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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정기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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