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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TEST][PART 02] 아슬아슬 지구를 빗겨간 소행성 최종 종착지 후보는 '달'

▲ Shutterstock, 박주현
 

 

1.2, 1.6, 1.8, 2.1, 3.1, 1.5, 0.3, 0.004.
마치 경기 승패 예측 확률 같기도 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 수익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1월 27일부터 2월 23일까지 소행성 2024 YR4가 지구에 충돌할 확률의 변화 과정이다. 소행성이 뱀처럼 꼬불꼬불 날아오는 것도 아닐 텐데, 충돌 확률은 왜 이렇게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걸까? 충돌 확률 뒤에 숨어있는 계산법을 알아봤다.

 

 

호시탐탐 지구를 노리는 우주 물체들

 

 

“2024 YR4 말고도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근지구 소행성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표시된 모든 근지구 소행성이 지구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3월 4일, 대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물체감시실에서 만난 김명진 우주위험감시센터 책임연구원은 근지구 소행성이 표시된 거대한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2024 YR4은 지구 충돌 확률이 3.1%까지 올라 지구를 공포에 빠뜨렸던 소행성이다. 다행히 기자가 방문한 3월 4일엔 2024 YR4의 충돌 확률이 0%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순 없다. 지금도 언제 어디서 새로운 소행성이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을 포함한 각국의 우주기관들은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올 위협에 대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을 찾고 있다. 위협이 될만한 소행성을 찾는 첫 번째 방법은 궤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NASA는 태양을 공전하는 천체의 궤도 특성에 따라 지구와 근접할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을 분류하고 있다. 이를 ‘근지구 천체’라 부른다. 근지구 천체는 궤도의 특성에 따라 4가지 그룹, ‘아티라, 아텐, 아폴로, 아모르’로 나뉜다.


이 중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그룹은 아폴로 그룹이다. 아폴로 그룹은 궤도장반경(타원 궤도에서 가장 긴 반지름의 절반 길이)이 지구보다 크지만 태양과 가까울 때는 지구보다 더 안쪽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공전을 하다보면 지구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의 상당수가 아폴로 그룹에 속하며 2024 YR4 역시 아폴로 그룹이다.


이후엔 최소 궤도 교차 거리와 절대등급을 고려해 ‘잠재적 위험 소행성(PHA)’을 추린다. 최소 궤도 교차 거리는 소행성의 궤도와 지구의 궤도가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두 궤도 사이 거리로, 이 값이 0.05 AU(약 748만 km) 이하일 경우 PHA 후보로 지정된다. 천체의 밝기를 나타내는 절대등급은 소행성의 크기를 추정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절대등급이 낮은 소행성 일수록 크기가 더 커진다. 절대등급이 22.0 이하인 소행성은 크기가 약 140m 이상으로 예상하고, 이 크기의 소행성은 충돌 시 국가 단위의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PHA로 분류된다. 즉, PHA는 지구와 748만 km 이내로 접근 가능하고, 크기가 140m 이상인 소행성을 의미한다.


NASA와 ESA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 YR4의 최소 궤도 교차 거리는 0.00283 AU(42만 3000km)로 PHA가 되기 위한 하나의 조건은 만족한다. 반면 절대등급은 23.95로 PHA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 NASA CNEOS
 

 

 

지구에 위협이 되는 소행성 척도, 토리노 규모

 

 

2024 YR4는 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으로 분류됐을까? 이희재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은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은 최소 궤도 교차 거리와 절대 등급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소행성의 크기가 크고, 충돌 확률이 높다면 그 소행성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리노 규모’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때 그 위험 수준을 0부터 10까지 11단계로 나눠 평가하는 척도다.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0~1 단계는 충돌 가능성이 없거나 소행성이 너무 작아 대기권에서 소멸하는 경우다. 2~4 단계는 충돌 가능성이 존재하며, 지속적인 추적이 필요하고, 5~7단계로 올라가면 충돌 가능성이 높고, 충돌 시 지역적 또는 광역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8~10단계는 충돌이 확실하며, 충돌 시 지구적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백악기 지구의 주인이던 공룡을 멸종으로 이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칙술루브 충돌체는 가장 강력한 토리노 규모 10단계에 해당한다.


2024 YR4의 초기 토리노 규모는 3. 잠재적 위험 소행성의 크기 기준보다 작지만, 지속적 추적이 필요한 소행성으로 분류된 이유는 토리노 규모를 구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토리노 규모는 충돌 확률과 충돌 에너지를 고려해 결정한다. 충돌 확률은 발견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을 의미하며, 정밀한 궤도 분석을 통해 계산된다. 충돌 에너지는 소행성이 충돌할 경우 방출될 에너지의 크기로, 운동에너지(E) 공식인 E= mv2에 따라 질량이 클수록, 속도가 빠를 수록 충돌 에너지가 높다.


김 책임연구원은 “2024 YR4의 경우 충돌 확률이 3.1%로 높았고 크기가 90m에 달하는 데다, 대기권 진입 시 속도가 17.20 km/s로 예측돼 충돌 에너지가 꽤 큰 편이었다”며 “소행성 2010 RF12는 충돌 확률이 10%에 이르지만, 크기가 매우 작아서 지구 대기권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토리노 규모가 0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NASA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 YR4는 지구에 충돌할 경우 약 7.8 Mt(메가톤·1Mt은 100만 t)의 에너지를 방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폭발력(약 15kt)의 52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바다에 충돌하면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육지에 떨어진다면 한 도시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 GIB
 

 

 

요동치던 충돌 확률, 어떻게 계산할까?

 

 

▲ 김미래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책임연구원이 지구 주변을 도는 수많은 소행성의 궤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물체를 데이터화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365일 우주위험을 감시하고 있다.

 

"소행성의 충돌 확률은 결국 100% 아니면 0%로 수렴합니다. 그 사이 값들이 변화무쌍한 것은 우주의 충돌 사건에선 그리 큰 일이 아니죠"


전 세계를 긴장시킨 2024 YR4의 충돌 확률은 불과 일주일 만에 급변하며 0%대로 하락했다. 충돌 확률이 내려가니, 토리노 규모도 0단계로 하락했다. 충돌 확률은 대체 어떻게 계산하기에 이렇게 오르락 내리락 했던 것일까? 정안영민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선임연구원은 “충돌 확률 계산에는 몬테카를로 방식과 변동선(LOV·Line of Variations) 계산 방식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몬테카를로 방식은 소행성의 궤도를 결정짓는 6가지의 변수(반장축, 이심률, 경사각, 승교점 경도, 근일점 거리, 평균 근점 이각 등)로 소행성의 궤도를 수만 개 이상 만든 뒤, 충돌 목표면(지구를 향해 충돌할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가상의 평면)의 어디에 부딪히는지를 보고 충돌 확률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소행성이 지나가는 길목에 가상의 표적을 만들어 두고, 이 표적에서 소행성이 얼마나 지구와 가깝게 지나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정안 연구원은 “소행성이 지나갈 수 있는 가상 궤도 1만 개 중에 30개에서 지구와 충돌하는 결과가 도출됐다면, 해당 소행성의 충돌 확률은 0.3%라고 계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몬테카를로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비선형적인 궤도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행성은 단순한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행성의 중력, 태양 복사압 등의 영향을 받아 점진적으로 궤도가 변할 수 있다. 몬테카를로 방식은 이러한 미세한 변화를 반영해 장기적인 충돌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몬테카를로 방식도 한계는 있다. 수만 개의 궤도를 독립적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해서 계산량이 많다는 점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다.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변동선(LOV) 방식이다. doi: 10.1051/0004-6361:20041737 이 방식의 핵심 전략은 궤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즉, LOV 방식은 기존의 몬테카를로 방식처럼 무작위로 신뢰 구간을 추리는 게 아니라, 궤도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향을 따라 표본을 배치해 최소한의 계산으로 가장 효율적인 분석을 수행하는 계산법이다.

 

계산 방식은 몬테카를로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뢰 구간 내에서 변동성이 가장 큰 요소를 따라 가상의 1차원 선을 그리는데, 이 선의 점 하나하나가 소행성의 궤도를 의미한다. 이 점들로 여러 개의 가상 소행성 궤도를 생성한 후 몬테카를로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충돌 확률을 계산한다.


정안 연구원은 “변동선 방식은 비교적 불확실성이 낮아서 예측이 쉬운 경우에는 잘 적용되지만, 행성 섭동이 강하고 궤도 정보가 부정확한 경우에는 불확실성 영역이 상당히 길고 복잡해져 예측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럴 경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몬테카를로 방식으로 더 넓은 영역을 촘촘히 샘플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2024 YR4의 충돌 확률은 어떤 이유에서 계속 변했던 걸까? 김 책임연구원은 “충돌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확한 소행성의 궤도 정보이고, 이 궤도 정보는 처음 관측된 시점부터 마지막으로 관측된 시점까지의 기간을 뜻하는 ‘관측 아크’가 길어질수록 더욱 정밀해진다”고 설명했다.

 

처음 2024 YR4가 발견된 당시엔 미지의 소행성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지구보다 더 찌그러진 타원 모양으로 지구와 궤도가 2번이나 겹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4년 주기로 태양을 한 바퀴 돌며 하루가 19분으로 매우 짧다는 것. 이 정도가 알아낸 전부였다. 하지만 2024 YR4가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알려지며 국제 소행성 경보 네트워크(IAWN·International Asteroid Warning Network)는 국제적으로 ‘2024 YR4를 관측하라’는 경보를 내렸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 경보로 전 세계의 광학 망원경들이 모두 2024 YR4를 관측하기 위해 노력했고, 로웰 천문대의 LDT 망원경, 유럽남방천문대의 ESO VLT 망원경, 일본의 스바루 망원경 등이 2024 YR4 관측에 성공했다”며 “궤도가 더욱 정확해지며 자연스럽게 충돌 확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구 이제 안전할까?

 


약 세 달 간 우리를 긴장시켰던 소행성 충돌 이벤트. 이젠 정말로 끝난 것일까? 취재 중 만난 천문학자들은 2024 YR4가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천문학자들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지구를 중심으로 퍼져있던 2024 YR4의 충돌 지점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지구 위치를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또 다른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예측된 충돌 지점의 한 가운데 달의 궤도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던 김 책임연구원은 “이제는 2024 YR4가 달과 충돌할 확률이1%대로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구를 비켜갔다 해도 달과의 충돌이 또 다른 위협이 되지는 않을까? 기자의 질문에 김 책임연구원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만약 충격이 지구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지구의 천문학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죠. 실제로 2024 YR4에 대한 연구를 위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까지 투입한 상태입니다. 현재까지는 큰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우리 시대에 볼 수 있는 굉장한 천문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요? 가까운 우주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사건들은 인류에게 우주의 비밀을 풀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으니까요.”

 

2024 YR4의 지구 충돌 확률 시뮬레이션
 
 
노란색 점들은 NASA가 예측한 2024 YR4의 충돌 지점들이다. 2025년 2월 10일 예측한 결과에는 노란 점들이 지구를 가로질러 지났지만, 점차 왼쪽으로 움직이며 2월 23일 예측 결과에는 지구를 완전히 벗어났다. 오히려 달의 궤도와 겹치며 달과 충돌할 확률이 1%로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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