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너,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아줘. 멍때리기에 방해되니 말이야.
안녕, 나는 멍때리기에 진심인 나무늘보 ‘멍보’야. 모두가 멍한 이유가 뭐냐고?
그건 바로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지!
한강에서 멍승부 한판이 펼쳐졌어.
엇, 이제 대회가 시작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
시민 투표 현장.
카드를 이용해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심박수 측정 기계.
‘대회를 시작합니다’
요란한 팡파르도, 응원도, 박수도 없이 한 장의 현수막만이 조용히 대회 시작을 알렸어요. 5월 1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멍때리기 대회는 2014년에 처음 시작된 행사로, 참가자들은 90분 동안 멍한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해요. 우승자는 현장에서 진행되는 시민 투표와 안정적인 심박수를 종합해 뽑힙니다. 이번 대회에는 4500여 팀이 신청했고 80팀이 선발됐어요. 약 57:1의 경쟁률을 뚫고 기자도 참가할 수 있었어요.
현장에선 라마 인형 탈을 쓰거나 피에로 복장을 하는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장했어요. 시민 투표에서 많은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었지요. 참가자들의 직업은 유튜버, 아이돌, 구급대원 등 폭넓었고 연령대와 국적도 다채로웠어요. 대회 시작이 가까워지자 기자는 매트에 착석해 팔에 착용한 심박 측정기가 잘 작동하는지 살펴봤어요.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어요. 기자도 바닥을 보거나 하늘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쿠션에 기대어 멍때리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말하거나 잠을 자면 안 돼요. 웃을 수도 없지요. 대신, 4개의 카드를 내고 물, 부채질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멍때리기에 실패하면 퇴장 카드를 받고 전통 무관 복장을 한 진행자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갑니다.
올해 대회는 포크록 밴드 ‘포고어택’이 우승을 차지했어요. 멤버 박병진 씨는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공연을 하느라 멍때릴 시간이 부족했는데 멍때리기 대회 덕분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어요. 가족과 함께 팀으로 참가한 김주아 어린이는 “자주 멍때리는 편인데도 90분 동안 멍때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