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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싱 -극한을 돌파하는 첨단의 경연

20세기를 대표하는 스포츠 한가지를 선택한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아마도 기계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자동차 경주가 단연 첫 손에 꼽힐 것이다. 첨단 과학을 이용하는 스포츠라는 이유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인기에 있어서도 이러한 선택은 타당하다.

세계적으로 수십억 관중과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3대 스포츠 이벤트는 올림픽과 월드컵,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인 포뮬러원(Formula-1, 줄여 F1)경기다. 월드컵을 취재하는 기자 수는 대략 7천명. F1에는 6천여명의 취재진이 몰린다. 하지만 올림픽과 월드컵이 4년에 한번씩 개최되는데 비해 F1 경기는 연간 16회나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경기는 아직도 낯선 스포츠다. 기껏해야 TV의 해외스포츠 단신을 통해 어렴풋이 눈요기감으로 보는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유일의 자동차 전용 경주장인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벌어지는 국내 선수들의 경주가 TV에 간간히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외신에 소개되는 것과 같은 스피드나 박진감도 없을 뿐 아니라 규칙도 생소해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최초의 대회가 열린 때가 1887년이니까 자동차경주 역사는 이미 1백년을 넘기고 있다. 자동차메이커들은 일반도로에서 접할 수 없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 벌어지는 자동차경주를 통해 신기술을 하나 둘 검증했고, 이러한 신기술들을 일반 차량에 적용시켜 왔다. 엔진, 변속기 등 주요부품은 물론이고 타이어, 휠, 연료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진보는 모두 이 안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신없는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의 이미지.


포뮬라 대회에는 머신이 씽씽

자동차 경주는 어떻게 구분할까. 달리는 장소로 구분할 때에는 크게 지정된 도로나 서킷을 달리는 레이스(race)와 사막, 계곡 등 험로를 달리는 랠리(rally)로 구분된다.

사용되는 자동차로 구분할 때에는 이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레이스의 경우 최고 위치에 F1이 자리잡고, 이어 F3000, F3, F주니어 등의 포뮬러 시리즈가 있다. 포뮬러란 말 그대로 ‘규격’을 뜻한다. 즉 세계연맹이 정한 규격에 맞는 차량들이 펼치는 경주가 포뮬러인 것이다.

넓은 꽁지날개와 차체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바퀴의 차를 헬멧 쓴 1명의 드라이버가 질주하는 경주가 바로 포뮬러 경주다. 이 경주에 사용되는 차는 자동차라고 불리지 않고 ‘머신’이라고 불러 일반 자동차와 구분한다.

이에 비해 일반에 시판되는 자동차를 가지고 하는 경기도 있다. 이것을 투어링카(touring car)라 한다. 투어링카는 연간 2천5백대 이상 생산된 차를 대상으로 한다. 비록 투어링카가 일반에 판매되는 차들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규정 내에서 안전과 성능향상을 위해 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차와는 다르다.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차종이 외국의 유명 자동차경주에서 우승을 했다고 해서 내 차가 그와 같은 성능을 지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얘기다.

이 외에 스피드레이스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차인 ‘그룹 C’가 있다. 포뮬러와 마찬가지로 규정에 따라 특별 제작된 것이지만, 바퀴가 차체 안에 있고 운전석이 유리로 밀폐되어 있는 점 등이 다르다. 속도는 포뮬러와 비슷하다. 전세계적으로는 포뮬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인디카(Indy Car)라는 독자적인 경기를 펼치는데, 성능면에서 F1과 흡사하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F1과 미국에서 행해지는 인디카 경주는 차량의 형태 등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둘 사이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3가지. 첫째는 사용연료다. 포뮬러가 휘발유를 사용하는 대신 인디카는 메탄올을 사용한다. 두번째로 포뮬러는 터보가 금지되고 자연흡기 방식의 엔진만을 사용하는 반면, 인디카에서는 터보가 허용되고 있다.

셋째, 포뮬러는 경기장에 곡선이 많아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서킷이지만 인디카는 경사진 둥근 타원형이다. 인디카는 3백80km에 이르는 최고속을 즐기고, F1은 최고속이 3백20km로 떨어지지만 코너에서의 아기자기한 맛을 준다.

차체는 가벼워도 출력은 무시무시

포뮬러 경주는 세계자동차연맹이 정한 규정에 따라 제작된 머신으로 경기를 치른다. 최고봉에 F1이 있고 이 밑으로 F3000과 F3 등이 있다. 이들 등급은 차량의 배기량과 성능 등을 규제한 것으로, 경기 규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포뮬러의 특징은 옆으로 툭 튀어나온 바퀴와 날렵하게 생긴 몸체일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날렵하게 생긴 것은 아니었다. 1950년 세계대회가 처음 열린 이후 60년대까지는 맨 앞에 커다란 라디에이터가 자리잡고 있어 조스를 연상시켰다. 70년대에 들어와서 라디에이터가 차의 옆부분으로 옮겨가면서 지금과 같이 쐐기형의 날렵한 모습을 띄게 된 것.

포뮬러의 차체 재질은 무엇으로 만들까. 엄청난 스피드를 내니 일반 승용차보다 더 단단한 강판으로 만들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전에는 알루미늄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최근에는 알루미늄 중량의 절반밖에 안되지만 강도는 2배나 높은 카본 샌드위치(carbon sandwich)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시속 3백km 이상 내는 F1의 차량무게는 5백kg을 약간 넘는다. 현대자동차의 소나타가 1천2백59kg이니 그 절반도 안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가장 작은 차종인 티코(6백40kg)보다도 가볍다.

승용차 디자인이 공기저항을 덜 받기 위해 유선형으로 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포뮬러는 바퀴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밖으로 튀어나와 있고 차체의 각진 부분이 많아 공기역학적으로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렇다. 승용차는 출력이 적은 엔진을 가지고 공기저항을 적게 받도록 바디라인을 만들어 연료 소비량을 낮추는데 초점이 모아져 있다. 반면 포뮬러는 차량무게가 적지만 엔진의 출력은 무시무시하게 높아 어지간한 공기저항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빠른 속도 때문에 양력이 발생해 접지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앞과 뒤에 날개를 달아 양력을 줄이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에 나서기 전 선수의 안전을 위해 머신은 항상 스탭의 정밀검진을 받는다.


승용차에 F1엔진을 단다면

F1의 엔진 성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94년까지 3천5백cc 12기통 이하 엔진을 사용하다가 천재적 레이서인 아일톤 세나가 경기 중 사망한 이래로 3천cc로 줄였다. 하지만 출력은 크게 낮아지지 않아 7백마력 이상이나 된다.

엔진에 대한 규정은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바뀌어왔다. 실제로 80년대에 일본의 혼다자동차는 불과 1천5백cc 소형엔진에 터보를 붙여서 무려 1천2백마력을 냈다. 이는 같은 조건의 현대 스쿠프 터보의 10배에 해당하는 출력이다.

현재 F1 엔진을 제작하는 자동차제조회사는 프랑스의 르노와 푸조, 독일의 메르세데스, 일본의 야마하, 혼다 등 8개 정도. 엔진의 주재료는 알루미늄이며 여기에 캠과 샤프트 등 힘을 많이 받는 곳은 스틸로 만든다. F1은 엔진제작에만 평균 1백50명의 전문 인력이 동원되고 있다.

일반 승용차와 별차이가 없는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F1이 이처럼 엄청난 출력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승용차에 F1 엔진을 달면 어떻까. 대답은 ‘절대 안된다’이다. F1은 한 경주에 보통 3백km를 달린다. 즉 엔진은 3백km동안만 문제없이 작동해주면 모든 임무가 끝나는 것이다. 일단 경기가 끝나면 모든 부분을 해체해 다시 새로운 머신을 만든다.

하지만 승용차는 수십만km를 문제없이 달려주어야 한다. 단기간의 고성능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성능이 떨어질지라도 내구성을 택해야 하는지의 용도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물론 제작비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F1 엔진의 연비는 형편없다. 1km 가는데 1L가 소비된다. 승용차가 이런 연비를 가지고 있다면 차주는 파산하고 말 것이다.

변속기도 마찬가지다. F1은 1년에 전세계 16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경주를 치른다. 각 경기장은 직선로와 코너 등의 조건이 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각 팀들은 각 경주장 조건에 알맞게 기어비를 조정하게 된다. 한대의 경주차에 적어도 16종류의 다른 기어비를 갖춘 변속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변속기 또한 3백km만 견디면 되기 때문에 일반 승용차의 내구성과는 차이가 크다.

F1에 사용되는 변속기는 보통 7단. 이보다 급이 낮은 F3000이나 F3는 5단까지 허용되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일은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인 F1 경주차에 사용되는 변속기가 오토매틱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일반 승용차에 사용되는 유체결합식 자동변속기와는 사뭇 다르다. 전자제어로 작동되는 이 변속기는 속도에 따라 스스로 변속되는 것이 아니다. 드라이버가 스티어링 휠(핸들)에 달려 있는 작은 스위치를 자동시켜 자유자재로 변속시킬 수 있는 장치다. 이런 점에서 F1 머신의 변속기는 세미 오토매틱 기어라고 불린다.

타이어 온도 1백도 도로에 완전 밀착

F1에 사용되는 타이어와 연료는 일반 승용차에 사용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타이어는 내구성과 접지력이 우수한 특수 콤파운드(혼합 고무)를 사용하고 있다. 마른 노면에 사용되는 타이어는 다 닳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의 것처럼 아무런 무늬가 없다. 일반 타이어 같으면 더 잘 미끄러질 것 같지만 콤파운드가 다르기 때문에 정반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경주용 타이어는 1백℃의 온도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타이어를 뜨겁게 하면 마치 엿처럼 끈적거리게 된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온도가 높아지면 도로에 접지력을 높일 수 있다. 코너를 돌 때 타이어는 마치 콩알만한 알갱이처럼 벗겨진다. 경기 중에는 타이어를 팀원이 타이어워머에 넣고 온도를 체크하고 있다가 10여명 이상이 달라붙어 단 5초만에 타이어를 교환한다.

이처럼 빠르게 타이어를 교환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반 승용차처럼 바퀴당 4개 내지 5개의 너트로 조이는 것이 아니고 휠 가운데 한개의 휠너트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휠의 재질은 티탄이다. 알루미늄 휠을 처음 사용한 것도 자동차 경주에서였다. 이후 일반 승용차에 알루미늄 휠이 보급된 것처럼 티탄 휠도 일부 고급 승용차에 보급되기 시작하고 있다.

평소에는 무늬가 없는 타이어를 사용하지만 비가 올 때에는 여러 패턴을 지닌 타이어를 사용한다. 빗물을 배수시키기 위해서다. 타이어 표면의 패턴 외에도 보통 서킷의 특성에 따라 4가지 종류의 콤파운드가 사용된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타이어회사는 굿이어이며, 한국타이어가 개발한 포뮬러용 타이어를 캐나다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휘발유도 서킷 특성에 따라 다르게 배합하고 있다. 심지어 날씨에 따라서도 배합비가 다르다. 휘발유에 대한 규정은 ‘옥탄가 102일 것’ 이외에는 다른 규정이 없다. 하지만 배합성분은 각 회사마다 1급비밀이라 공개하지 않는다.
 

F1(위)과 인디카의 엔진은 첨단기능의 총화라 불릴만하다. 1천5백cc의 엔진이 최대 1천2백마력의 괴력을 내기도 한다. F1에서는 휘발유, 인디카는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한다.


마라톤 버금가는 체력소모 견뎌야

시속 3백km가 넘는 스피드 속에서 서로 추월전을 펼치는 드라이버들의 신체적 특성은 어떤 것일까.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는 무한한 즐거움을 주지만 레이서들은 경쟁선수와의 싸움은 물론, 자신과의 숨막히는 싸움을 벌인다.

프랑스 생명의학 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를 보자. F1 드라이버가 경기 중에 받는 중력은 평상시의 4배. 전투조종사가 받는 중력이 5배인 것에 비교해 볼 때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평상시 맥박이 분당 70인 경우 최고 1백60까지 상승한다. 혈압도 높게는 휴식 때의 2배까지 올라간다. 더구나 평소 시력이 1.5인 경우라도 최고속으로 달릴 때 0.1이하로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전투기조종사보다 더욱 가혹한 조건이다.

경기자는 우선 지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 3백km의 거리를 주행하는데 많게는 시속 3백km 이상, 적게는 90km로 급격히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2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투기의 출동시간은 이보다 훨씬 적다.

마라톤 선수가 풀코스를 두시간이 약간 넘는 속도로 뛰고 나면 5kg정도 체중이 감소된다. 테니스 선수는 2시간 남짓한 격렬한 시합 후 2kg의 체중이 감소된다. F1 레이서는 같은 시간 동안 3kg 정도가 빠진다. 결국 마라톤만큼은 아니지만 테니스보다는 훨씬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결론이다. 더욱이 다른 운동은 신체의 움직임이 커서 자체적으로 피로를 회복하는 반면, 레이서는 거의 움직임 없이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급속도의 피로에 빠지게 된다. 또 이런 시합을 연간 16회나 치뤄내야만 한다.

F1 레이서들은 시합에 대비해 평소 하루 3시간 내지 5시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중장거리 육상선수의 경우와 비슷한 훈련을 하면서, 여기에 목근육 강화와 집중력 훈련이 추가된다. 하지만 선천적 특성도 많이 작용한다. 현재 전세계에는 카레이서가 1백만명이 넘지만 이중 F1 선수는 60여명이 등록돼 있고, 실제로는 26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투어링카 내부는 안전요새

투어링카의 경주는 포뮬러경주보다 친근하다. 평소에 도로에서 마주치는 자동차들이 나와 경주를 치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란한 스티커를 붙인 이들 경주용 자동차는 일반 승용차와 다른점이 많다.

투어링카는 A그룹과 N그룹으로 나뉜다. A그룹은 엔진과 변속기 등 거의 모든 부분을 뜯어 개조한 경우고, N그룹은 A보다는 적지만 안전 등을 이유로 상당부분 개조한 차량으로 경주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경주가 바로 N그룹 경주다.

N그룹의 안전을 위한 개조범위를 보자. 많은 사람들은 경주차가 전복되거나 여러 차례 추돌한 뒤에도 선수가 걸어서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해 했을 것이다. 일반도로 같으면 중상 내지 사망에 이를 것 같은 조건에서 멀쩡하게 살아남는 이유는 뭘까.

이는 특유의 안전장치 덕분이다. 경주에 참가하는 모든 차량은 롤케이지(roll cage)를 장착하도록 돼 있다. 롤케이지는 강도가 높은 압연탄소강 파이프로, 마치 새장처럼 둘러 쌓아 충돌이나 전복돼도 실내가 찌그러지지 않게 만든 것이다. 이외에 바닥 카펫과 지붕의 천 등 연소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제거한다. 화재가 나면 유독가스로 선수의 생명이 위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차량 안과 바깥쪽에 긴급 전원차단장치를 마련해 사고시 전기스파크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을 없앴고, 연료통도 폭발하지 않는 특수 제작된 것을 사용한다. 안전벨트도 일반 승용차와는 달리 삼점식이 아닌 4점식 내지 6점식으로 되어 충격을 고루 분산시켜주며 몸이 튕켜나가는 것을 방지시켜준다. 이밖에 헬멧과 경주복, 장갑, 내의 등도 특수 섬유인 노맥스로 만들어 7백°C의 화염에서 12초 이상 견딜 수 있다.

2인1조 랠리대회 대자연을 누빈다

랠리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 경주였다. 자동차 제작회사들은초창기부터 실험의 일부분으로 랠리경주에 참가했다. 넓게 펼쳐진 산과 들, 사막 등 험로를 달리면서 시판차의 내구성을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스처럼 수십만명의 관람객이 한군데 모여 실제 자동차 배기음을 들으며 관전하는 스릴은 없지만 TV를 통해 랠리를 시청하는 인구는 F1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자연의 역경 속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나가거나, 심하게는 2m 이상씩 점프를 하는 등의 박진감이 랠리에 있다.

랠리 참가 범위는 레이스보다 훨씬 자유롭다. 파리-다카르 랠리의 경우, 오토바이에서부터 대형트럭까지 참가범위가 넓다. 하지만 이는 이벤트적 성격이 강한 것이고 그룹 A(투어링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연간 2천5백대 이상 생산차를 개조한 것) 경기가 가장 인기를 끈다.

레이스의 투어링카와 다른 점은 랠리에서는 2명이 승차한다는 점이다. 드라이버는 운전을 하고 네비게이터는 조수석에서 컴퓨터를 통해 현재 속도, 진행방향, 연료, 기후, 차량상태 등을 끊임없이 체크해 드라이버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랠리출전용 차에는 위성무선시스템 등 첨단 장비들이 장착돼 있다. 파리-모스크바-베이징 대장정 같은 장거리 경주에서는 실제로 경기 중간에 실종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위치신호 발사장치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험로를 주로 달리는 관계로 랠리용 차에는 스프링 충격흡수기 등이 일반차량보다 훨씬 견고하게 보강된다. 또 경기 중 변속기나 터보가 고장나면 즉시 갈아 끼울 수 있도록 차에 넣고 다니거나 지원차량이 따라다닌다. 일반 승용차의 변속기는 수십개의 나사를 풀러야 하지만 랠리용 자동차는 단 세개로 고정돼 있다.

랠리카의 대부분은 핸들 맨 윗부분(12시 방향)에 흰 테이프 등으로 표시를 해놓고 있다. 좌우 코너가 많은 험로 등을 달릴 때, 지나치게 핸들을 좌우로 돌리다 보면 어디가 위인지 모르게 된다. 표시는 이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다. 이에 반해 F1은 핸들과 바퀴의 회전비가 1:1로, 핸들을 돌리는 만큼 바퀴가 움직여 거의 움직임이 없다. 랠리에서는 이처럼 핸들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핸들 안으로 손가락이 끼어 부러지거나, 빠르게 복원하는 핸들에 찰과상을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년부터는 랠리의 최고봉인 세계 챔피언십에 키트카도 출전할 수 있어 보다 다이나믹한 경기가 에상된다. 키트카란 양산 개념없이 단 한대만 만들어도 되는 것을 말한다. 즉 2천 5백대라는 제약이 없어짐으로써 제작비 부담없이 더욱 강화된 성능의 차량들이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사막에서 달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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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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