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조미료의 주요 성분인 MSG의 유해성을 둘러싼 논쟁을 심화시킬 또 하나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월 15일자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의하면 호주 서부 시드니대학의 화학자 레오나드 테라소프와 통계학자 마이클 켈리는 최근 아침 식사 전인 71명의 지원자에게 다량의 MSG를 복용시킨 결과, 15%의 피실험자만이 이상 증가를 나타냈을 뿐 대개는 MSG나 주스 등에 MSG를 첨가한 위약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MSG의 유해성에 관한 논쟁은 지난 68년 4월 미국 국립 생의학 연구기금의 중국계 약사인 로버트 호만콕이 중국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갑자기 뒷머리에 통증을 느끼며 나른한 기분이 들고 가슴이 뛰거나 목덜미와 양쪽 어깨가 뻐근해지는 등 이른바 '중국식당 증후군(CRS, Chinese Restaurant Syndrome)'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이래 90년까지 19개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만콕은 CRS의 원인을 중국식당 주방장들이 맛을 내기 위해 MSG를 과다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고도 불리는 MSG(Mono Sodium Glutamate)는 버섯이나 토마토 치즈와 고기 등의 음식물에 많이 함유된 성분으로 글루타민산의 나트륨 염이라는 의미다. 아미노산인 글루타민산에 나트륨이 1원자 붙은 형태인 MSG는 물에 용해되면 모든 생물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20종의 아미노산중 하나인 글루타민산과 소금의 구성성분인 나트륨으로 나뉘고 이 상태로 체내에 흡수된다.
MSG는 1908년 일본의 이케다란 사람이 다시마 국물의 '맛 있는 맛'의 원인이 국물 속에 녹아 있는 글루타민산 때문임을 발견한 이래, 밀의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을 염산으로 분해하고 여기서 글루타민산을 분리 정제해 상품화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글루타민산은 나트륨이 붙은 MSG 형태로 생산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다루기 편해질 뿐만 아니라 물에 녹는 성질이 좋아져서 식품첨가물로의 사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식당 증후군의 발표 이후에도 과다한 MSG를 신생쥐에 주사한 경우 뇌손상이나 망막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올리(Olney)장애설, 3백50-5백℃의 고열에서 가열하면 발암물질인 이미다졸이 생성된다는 타야마의 발암설 등을 비롯해 천식발작 발육억제 등 MSG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연구들이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유해론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반박하는 무해론도 만만치 않다. 70년대와 80년대의 수행된 실험에서는 MSG와 CRS의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타야마 박사의 실험에서도 주사가 아닌 경구 투여로는 아무런 결과를 얻을 수 없었던 것. 또한 발암설 역시 '모든 아미노산들이 고온가열시 발암성 물질로 전환될 소지가 있지만 실제 MSG가 고온으로 조리될 경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조미료제조사간에 일어나 얼마전에는 'MSG를 넣지 않았다'는 내용의 조미료 광고가 '경쟁사 제품이 유해식품인 양 허위 과장됐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러나 연구 결과들로 인해 각국은 MSG의 사용을 규제하다가 다시 풀기를 거듭하고 있으며, 이 같은 엎치락 뒤치락은 유엔 산하의 세계보건기구(WHO) 식품첨가물 합동전문가위원회나 미국 식품위생국(FDA), 일본 후생성 등과 같은 권위를 인정받은 기관에서조차 마찬가지여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 타라소프 박사는 기존의 연구자들이 실험 전 피실험자들에게 MSG나 중국식당 증후군과 같은 단어를 암시함으로써 문제의 답을 얻어내려 했다고 보고, 자신은 이른바 '더블블라인드 테스트(Double-Blind Test, 실험자와 피실험자가 모두 실험 내용을 비밀로 한 실험)'를 통해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CRS의 주 원인이 MSG가 아니라 중국집에서 자주 사용하는 간장 검은콩 새우페이스트 등의 재료들이 발효되면서 형성된 히스타민계통의 복합물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MSG를 '희생양'에 비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