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신을 뜻하는 영단어 ‘god(갓)’과 삶을 뜻하는 한자 ‘生(생)’을 더한 신조어입니다. 성실하고 생산적인 삶이란 뜻이죠. 뇌에서 동기부여를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은 갓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도파민 분비를 잘 조절해 목표한 일을 의욕적으로 해내자는 조언부터, 자극적인 콘텐츠 때문에 ‘도파민 중독’이 됐으니 도파민 디톡스를 해야 한다는 경고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들려오죠. 우리는 도파민, 나아가 뇌를 지배해 갓생을 살 수 있을까요? 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에 물어봤습니다.
Q. 검색창에 ‘도파민’을 검색하면 추천 검색어로 ‘도파민중독’이 가장 먼저 제시될 정도로 도파민 중독이란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짧은 영상(숏폼) 콘텐츠, SNS, 자극적인 음식 등 감각적 자극이 뇌에서는 도파민 분비로 연결돼 자극 자체에 중독되게 만든다는 뜻인데요. 근거 있는 이야기인가요?
구자욱 책임연구원: 진화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도파민이란 결국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동기 부여 물질입니다. 생식(reproduction), 음식 섭취 같은 행동을 하면 쾌락을 느끼도록 분비되죠. 쾌락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히 생존에 꼭 필요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그런데 현대에 들어서 이러한 도파민 분비과정을 악용하는 중독문제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쾌락 자체만 추구하게 되는 거죠. 그게 바로 도파민으로 인한 중독입니다.
김주현 선임연구원: 먼저 구분을 해야 하는 건 우리가 도파민 중독을 질환의 차원에서 다룰지, 혹은 웰빙(well-being·잘 사는 것)의 차원에서 다룰지 입니다. 두가지는 꽤 거리가 있죠.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과, “가능한 안 했으면 좋겠는데~”는 다르니까요. 도파민 중독의 경우는 후자입니다. 자극을 추구하는 증상은 질병까진 아니지만 중독이란 현상은 맞습니다.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같은 질병과 스마트폰 중독처럼 가벼운 중독은 강도의 차이는 있지 만 그 회로는 같습니다.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장기입니다. 쾌락에 익숙해지고 그걸 반복하다 보면 쾌락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을 때 도파민 회로의 기능이 정상치보다 낮아지죠. 전체적으로 보면 쾌락 총합의 법칙이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쾌락에 의해 도파민 분비량이 늘어나면, 도파민을 인식하는 수용체도 함께 늘어납니다. 도파민 분비량은 자극에 따라 쉽게 변하지만 수용체는 그렇지 않아요. 늘어난 수용체에 계속해 도파민이 전달되지 않으면 수용체가 ‘충족 되지못한’상태가 돼 계속 자극을 갈구 하는 겁니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자극을 끊어내 중독에서 벗어나자는 ‘도파민 디톡스’란 개념이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멀리해 잠시 자극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그간의 중독상태에서 벗어 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용체의 양이 쉽게 줄어들지 않거든요. 오히려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그리고 성취했을 경우 보람과 이득이 더 큰 일들을 계획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Q.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파민 분비를 유하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이 실제로 도움이 될까요?
구자욱 책임연구원: 약물을 먹지 않더라도, 도파민을 나오게 하는 방법을 시도한다면 학습 의욕을 높일 수 있습니다. 명상 뿐만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도파민이 분비되기도 하거든요. 생긴대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마음 먹은대로 만들어가며 산다는 게 이런 의미 아닐까요.
김정연 그룹장: 목표를 이루고자 마음을 아주 강하게 먹으면 도파민이 분비되기도 합니다. 어려움에 도전하려면 그만큼의 보상과 쾌락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게임도 너무 쉬우면 중독이 잘 안될걸요? 도전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니까요.)
Q. 갓생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미라클 모닝’이 꼽힙니다. 새벽에 일어나 일 정한 활동을 하는 것인데요. 일찍 일어나 아침에 활동하는 게 밤에 활동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건가요?
구자욱 책임연구원: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결론은 사람마다 어느쪽이 더 잘맞는지는 차이가 있지만,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능률엔 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도 사람이 일주기성 동물이기 때문에 해가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에 맞춰서 사는 게 제일 무난하고 생물학적으로는 맞습니다. 현대 사회가 되며 빛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해가 졌어도 밤늦게 까지 깨있을 수 있게 됐죠. 이러한경우라도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생활하는게 좋습니다.
Q. 마지막 질문이자 가장 궁금했던 질문입니다.공부잘하는약,없는걸까요?
김주현 선임연구원: 약물이나 뇌공학적 기술을 이용해서 단기적, 일시적으로 능률을 올리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장기입니다. 능률이 높아진 상태를 영구적으로 유지하는 건 무리예요. 시간이 지나면 더 피곤해 지거나 잠이 더 오는 등 기능이 떨어지기 마련이죠.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은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연 그룹장: 어쨋거나 한국 사회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건 수업에서 배운 걸 잘 기억하고, 잘 끄집어낸다는 겁니다. 한국뇌연구원에서는 학습과 기억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습정보가 뇌에 얼마나 저장되고, 이걸 어떻게 해야 안정적으로 잘 회상했다가 다시 저장하는 지에 대한 연구도 많이 돼 있어요. 예를 들어, 처음 정보를 접하고, 뇌 속 시냅스에 이 정보가 저장될 때까지는 하루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회상하면 안정적으로 저장된 정보를 6시간 정도 후에 다시 공고하게 저장하죠. 이런 패턴을 이용해서 학습하는 게 좋습니다. 학습 후 기억패턴을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치료제(애플리케이션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이용 한 행동 교정 방식)를 개발한다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공부 잘 하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 윤리적인 문제는 없을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뇌 기능이 정상보다 떨어질 경우엔 이를 치료해 기능을 올리 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정상인이 약을 먹어서 뇌 기능을 높일 경우, 빈익빈 부익부를 더 유도하진 않을지 걱정됩니다. 공부 잘 하는 약을 개발할 때는 이런 면에서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