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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다이어트약’ 출시, 이번엔 진짜 기적 맞아?

“단식, 그리고 위고비(Wegovy).”

 

2022년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답입니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입니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죠. 이 약의 별명은 ‘기적의 다이어트약’입니다. 머스크 외에도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위고비를 투여하고 체중을 눈에 띄게 줄인 사례가 드러나면서 품귀 현상까지 겪었죠. 이 약, 뭐가 그렇게 특별한 걸까요.

 

비만은 ‘질병’이 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6년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고 발표하면서 비만이란 질병을 진단할 기준도 고안됐죠. 키와 몸무게의 비를 이용한 체질량지수(BMI)가 그 기준입니다. 한국에선 과체중의 기준을 BMI 23 이상, 비만은 25 이상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국제 기준은 이보다  넉넉합니다. WHO 기준으로 BMI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합니다.

 

병이 있다면 치료제도 있어야겠죠. 비만치료제 시장이 몸집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022년 발표한 ‘글로벌 비만치료제 개발 동향’을 통해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32억 달러에서 2026년 46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죠.

 

일주일에 한 번 ‘따끔’하면 17.4% 가벼워진다

위고비는 비만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힙니다.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출시한 약인데요,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뒤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죠. 그간 비만 치료제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같은 회사에서 출시한 삭센다(Saxenda)였습니다. 2014년 FDA의 승인을 받았죠. 한국에선 2018년 출시된 이후 2022년까지 4년 연속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삭센다의 인기비결은 살을 확실히 빼 준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 콜롬비아대, 덴마크 코펜하겐대 등에 의뢰해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살펴보죠. 성인을 대상으로 약 1년간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삭센다를 투약한 실험대상 85%가 체중 감량 효과를 얻었습니다. 2형 당뇨병을 앓고 있지 않은 참가자 3731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입니다. 이들의 BMI는 30 이상이었고, 비만과 관련된 질병을 하나 이상 갖고 있었습니다. doi: 10.1056/NEJMoa1411892. PMID: 26132939

 

노보 노디스크는 환자들을 크게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 집단에게는 삭센다를, 나머지 한 집단에게는 가짜 약을 줬습니다. 두 집단 모두 저칼로리 식단을 섭취하며 신체 활동을 하도록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56주 후 삭센다를 투여한 집단의 경우 체중의 7.4~9.2%를 감량했고, 그렇지 않은 집단은 체중의 3~3.5%를 감량했습니다. 당시로선 놀라운 효과였죠.

 

위고비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 워싱턴 비만관리센터, 스위스 웁살라대 등에 의뢰해 진행한 임상 1상 결과에 따르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위고비를 투여한 지 68주 만에 체중의 14.9%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험 참가자의 조건과 실험방법은 삭센다 임상시험과 동일합니다. 참가자의 규모만 다른데요, 이번엔 1961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doi: 10.1056/NEJMoa2032183

 

위고비는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약 2배 좋은 데다가, 일주일에 한번만 주사를 맞으면 됩니다. 삭센다는 하루에 한번씩 주사를 맞아 약을 투여해야 했다는 걸 고려하면 훨씬 간편해진 셈입니다.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게 해주는 묘약?

SNS에선 반응이 뜨겁습니다. 트위터엔 위고비를 투약한 사람들이 체중을 감량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는 후기로 가득합니다. @MrRedler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트위터 이용자는 “위고비를 투약한 지 8주 만에 30파운드(13.6kg)를 감량했다”며 “체중이 8년 만에 270파운드(122.5kg) 아래로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texasbreann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기저질환이 있어 체중을 감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위고비는 큰 도움이 됐다”고 했죠.

 

위고비가 인기를 끌면서 품귀현상을 빚자, 성분이 비슷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이 덩달아 동이 나기도 했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위고비 대란’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생겼습니다.

 

삭센다부터 위고비, 그리고 오젬픽까지. 비만치료제 열풍의 중심에 있는 세 약은 사실 아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세 약의 유효성분은 모두 인체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의 일종인 ‘GLP-1’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GLP-1유사체거든요.

 

GLP-1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뇌와 이자(췌장)에 작용합니다.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GLP-1은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중추를 활성화해 포만감을 주는 한편, 식욕을 느끼게 하는 중추는 억제해 배고픔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소화기관에서는 음식물의 배출을 늦게 해 포만감을 느끼게 해 준다”고 했습니다.

 

혈당을 조절하는 데에도 관여합니다. 이자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한편,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죠.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글루카곤은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입니다. 요약하자면 GLP-1은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게 해주는 한편, 혈당을 낮춰주는 화학물질입니다. 이 때문에 원래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되던 GLP-1 유사체가 비만치료제로도 활용되는 겁니다.

 

그런데 의아합니다. 삭센다와 위고비는 같은 GLP-1 유사체면서 서로 다른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이 질문에 “각각의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분자구조가 약간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세마글루타이드가 뇌의 GLP-1 수용체와 더 잘 결합해 음식을 덜 갈망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현상이 두 분자의 어떤 구조 차이에서 오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부작용 없는 ‘진짜 기적의 다이어트약’을 찾아서

현재 위고비는 2021년 한국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임상시험을 진행중입니다. 시험이 완료되면 이르면 올해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국내에서 위고비를 구할 수는 없죠. 대신 유사한 약물인 삭센다를 처방받은 후기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2022년 삭센다를 처방 받아 투약한 적이 있다는 김아무개 씨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김 씨는 “당시 과체중에 의한 관절 손상 문제로 운동을 통한 감량이 어려운 정도의 고도비만이었다”며 “우선 보조제(삭센다)로 어느 정도 감량을 하고 나서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으로 약을 처방받았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비용 문제로 투약을 중단했다”면서 “체중 감량 효과는 3kg 정도 됐고, 투약을 중단하고 체중이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온 편”이라고 했습니다.

 

투약하던 중 김 씨는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했습니다. “처방 받을 당시 병원에서 설명해줬던 소화불량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는데, 저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의 습관 때문에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투약하는 내내 체해서 구토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약간의 잔뇨감 등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이 교수는 “GLP-1 유사체의 경우 구토, 구역질 등 소화기부작용이 가장 흔하고, 저혈당, 설사, 변비, 두통, 어지러움, 복통, 췌장수치 증가 등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췌장염이 의심되면 바로 약물을 끊어야 하고, 드물게 담관염 등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GLP-1 유사체가 위나 이자 등 소화기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GLP-1 유사체는 어디까지나 식사량을 줄여주는 약입니다. 이 약을 통해 과식을 일삼았던 식습관을 돌아보고, 올바른 식사량을 유지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식사량이 늘어나면서 살이 찔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지긋지긋한 부작용, 요요 현상이죠.

 

지방세포 리모델링으로 체질 바꾸는 연구

결국 살을 빼려면 운동과 식이요법 뿐이라는 오랜 명제로 돌아왔습니다. 노력 없이 살을 빼게 해 줄 약은 정녕 없는 것일지. 과학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최장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많은 제약회사나 연구실에서 비만 치료의 새로운 타깃을 발굴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더 개선된 신약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세포 자체를 리모델링 하는 방식이 현재 연구되고 있습니다. 지방세포는 지방을 저장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 백색 지방과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갈색 지방, 그리고 그 중간 단계인 베이지색 지방으로 나뉩니다. 미토콘드리아가 많을수록 갈색을 띠기 때문에 색으로 구분해 부르죠. 지방조직에서 갈색 지방의 비율이 높을수록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합니다.

 

지방세포 리모델링은 갈색 지방의 비율을 높여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체질로 바꿔주는 과정입니다. 똑같이 먹어도 살이 덜 찌도록 기초 대사량 자체를 높이겠단 전략이죠. 최 교수의 연구대상은 지방세포가 갈색, 베이지, 또는 백색으로 분화하도록 조절하는 화학물질 PPAR γ입니다. 최 교수는 “현재 목표는 PPARγ를 이용해 지방세포를 리모델링해 새로운 비만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특히 PPAR γ를 타깃으로 하던 기존 약들이 갖고 있던 부종,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의 활용방법을 찾고, 검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다른 방식의 지방세포 리모델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백색 지방이나 베이지색 지방을 갈색 지방으로 바꾸는 방식은 약물 투여를 중단해도 달라진 지방 세포의 조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체중 감량 효과를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연구하는 건 트립토판 수산화효소 1(Tryptophan Hydroxylase 1) 저해제”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원래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약인데,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이 약물을 투여한 쥐가 고지방 식사를 급여해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며 “갈색 지방과 베이지색 지방의 비율을 늘려 지방세포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약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물이 개발된다고 해도 만능은 아닙니다. 김 교수는 “어떤 방식의 약물이 개발되든 계속 먹으면 답이 없다”며 “음식을 줄이고 운동을 하는 것이 결국은 옳은 길”이라고 했습니다. 역시 노력 없인 결과도 없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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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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