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언제나 인류의 상상 한 발짝 뒤를 따라 걸어왔다. 그러니 순간이동을 현실 속에 불러오려면 우선 상상해야 한다. 물류학과 교수, SF 작가, 그리고 과학동아 독자에게 순간이동이 당연해진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네 가지 이야기가 자아내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세상 속으로 한 발짝 내디뎌보자.
외계행성에서 벌이지는 국경분쟁
➡ 유채현 독자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간다면 순간이동이 로켓보다 편리할 거예요. 하지만 의외의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 새로운 행성에 이주할 때에도 영토 구분은 중요할 텐데, 순간이동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땅에 그은 국경은 큰 제약이 아닐 테니까요. 사람들이 순간이동으로 국경을 넘지 않도록 단속해야 할 테니 출입국 관리소의 업무도 쉽지만은 않겠네요.”
건강검진처럼 받는 인격 동일성 검사
➡ 김준녕 SF 작가
“인간을 이루는 원자의 정보를 전송한 다음 이를 토대로 새로운 몸을 만드는 식의 순간이동은 ‘테세우스의 배’ 역설을 불러올 겁니다. 순간이동을 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셈이니까요. 순간이동 이전과 이후의 내가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는 검사를 정기적으로 할 것 같습니다.
몸이 없는 남자
➡ 에드워드 페이지 미첼 SF 작가
순간이동이 창작물에 처음 등장한 건 미국의 SF 작가 에드워드 페이지 미첼이 1877년 발표한 단편소설 ‘몸이 없는 남자(The man without a body)’에서다. 주인공 둔코프 박사는 순간이동에 ‘반’만 성공한다. 배터리 충전을 깜빡 잊는 바람에 순간이동 장치가 머리를 전송한 다음 방전돼버린 것이다. 머리만 남은 그는 결국 박물관에 전시되고 만다.
'워세권’의 탄생
➡ 남대식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부동산 문제가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지금 역세권처럼 워프센터 근처에 사람이 몰리겠죠. KTX가 등장할 때도 그랬습니다. 수도권을 빠르게 오갈 수 있으니 사람들이 지방에 분산돼 살 거라고 기대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서울에 살고 싶어 했어요. 인프라가 많은 서울에 살다가 지방에 갈 일이 생길 때마다 KTX를 타면 되니까요. 물류의 운송시간도 생각만큼 짧아지진 않을 겁니다. 워프센터 근처에 물건이 모일수록 지체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배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전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