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중력은 더 이상 상상 속의 기술이 아닙니다. 과학적인 원리는 명확합니다.
앞으로는 지구 밖 우주에 어떻게 거대한 인공중력 시설을 지을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았습니다. 우주는 환경도 전혀 다르고, 재료도 충분하지 않죠.
조금은 색다른 영역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주토목공학’입니다.
우주에서 어떻게 대규모 시설을 만들지 알아보겠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지구궤도에 건설하는 동안에도 달과 화성에 제대로 된 건축물이라고 할만한 것이 지어지진 못했습니다. 우주 건설에 대한 준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 다. 우주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 소재부터 달과 화성의 흙으로 콘크리트를 만드는 방법, 보수가 어려운 우주에서 자연적 으로 재생되는 콘크리트 등 여러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2022년 7월 일본의 건설회사인 카지마 코퍼레이션과 교토대는 ‘루나글래스’ ‘마스글래스’라 이름 붙인 특별한 연구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달과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거대한 시설물을 짓겠다는 계획이죠. 이미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처럼 많은 기업에서도 비슷한 계획이 있지만, 이번 발표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지구 수준의 중력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지으려는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야마시키 요스케 일본 교토대 SIC 유인 우주 연구 센터장은 “미국과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이미 화성 이주 계획을 제 안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우리와 같은 계획을 세우지 않았 다”며 “이번 계획이 인간이 우주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기술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주에서 중력을 만드는 여러 방법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은 등속원운동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속도의 방향이 바뀌는 가속도 운동에서 원심력이 발생합니다. 알베르트 아인슈 타인의 ‘등가 원리’에 의하면 이 힘은 중력과 구분할 수 없습 니다. 마치 원통 바깥쪽으로 중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지 죠. 인공중력의 원리입니다.
그런데 과연 달과 화성에 회전하는 건축물을 짓는 것이 가능할까요. 지구 수준의 인공중력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회전할 수 있는 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낮은 회전 속도로 인공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설이 커야 합니다. 관건은 이 두 가지를 구현 해낼 방법입니다.
거대한 시설 만들 우주 콘크리트
달과 화성에는 토양과 먼지가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을 재료로 콘크리트를 만들어 건물을 만든다는 것이 주된 전략입니다. 정태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스마트기술 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은 “우주로 건설 자재를 보내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만큼, 최근 우주 건설 분야에서는 ‘현지 자원 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가 많다”고 말합니다.
피나르 아크피나르 튀르키예 키프로스 바흐체쉐히르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까지 연구된 달 건축 자재의 평균적인 압축강도는 20MPa~30MPa(메가파스칼) 정도입니다. 최대로는 최대 538Mpa에 달합니다. 지구에서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도 충분히 쓰고 남을 수준입니다.
doi:10.1016/j.asr.2022.05.017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지구에서 실험을 한 결과입니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콘크리트를 만들면 지구와 다른 특성이 나타납니다.
201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은 ISS에서 콘크리트를 만들고, 그 특성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미세중력에서 만들어진 콘크리트는 지구에서 만드는 것보다 내부에 구멍이 많고 컸습니다. 연구 팀은 공기방울이 부력을 덜 받아 빠져나가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라들린스카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는 “콘 크리트 내부의 구멍은 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다만 아직 강도를 측정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 다. 우주에서 만든 콘크리트로 거대한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더 남은 상황입니다.
콘크리트의 강도가 중요한 이유는 큰 건물을 짓기 위해 많은 하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8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일반 콘크리트보다 3배 이상 높은 80MPa의 압축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지구에서 찾은 인공중력의 힌트
회전하는 건물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지구에도 회전하는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두바이에 지어질 예정인 ‘다이내믹 타워’가 그 정체입니다. 이탈리 아의 건축가인 데이비드 피셔가 설계한 이 건물은 각 층이 360º 회전할 수 있습니다. 높이가 420m, 80층에 달하는 거주용 건물입니다.
각 층 사이에는 수평형 풍력 터빈을 설치해 회전하도록 했습니다. 바람에 의해서 터빈이 회전하고 그 힘으로 각 층도 따라 돕니다. 약 1시간에 1바퀴 돈다고 하니 0.017rpm의 회전 속도입니다. 지구에 지어진 만큼 인공중력 때문은 아닙니 다. 모든 면에서 해안가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설계입니 다. 풍력 터빈에서 만드는 전기는 건물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 방식을 달과 화성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달은 대기가 없고, 화성은 대기압이 약해 건물을 돌릴 정도의 바람은 불지 않습니다. 또 느린 회전속도로는 인공중력을 만들 수도 없죠. 대신 거대하고 강한 모터를 활용해야 합니다.
대신 우주 공간에서는 동력으로 물체를 회전시키는 것이 쉽습니다. 중력이나 대기에 의한 마찰력 등이 거의 작용하지 않는 우주 환경에서는 관성이 크게 나타납니다. 관성이란 자신의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하죠.
문제는 달과 화성의 환경입니다. 달과 화성에는 먼지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장치가 고장난 사례도 많습니다.
최초의 인공중력 도시 계획, 루나 글래스
일본 건설회사 카지마 코퍼레이션과 교토대가 달, 화성 거주 시설인 ‘루나 글래스’ ‘마스 글래스’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 전체를 회전시켜 인공중력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는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