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바람기를 유전자치료로 없애주는 시대가 올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미 에모리대 사회신경생물학자인 래리 영 교수와 동료들은 평소 바람둥이인 목초지 들쥐(meadow vole)의 뇌에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은 바이러스를 침투시켜 암컷 한마리에 만족해하는 성격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 유전자는 들쥐의 뇌속에서 ‘V1a 수용체’ 를 만든다. V1a 수용체는 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을 인식하는 단백질로 뇌에 충분한 양이 있을 경우 일부일처제를 선호하지만 부족할 경우 안정을 잃고 암컷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다.
실제 목초지 들쥐는 V1a 수용체의 농도가 낮은 반면 일부일처제를 선호하는 친척뻘인 대초원 들쥐(prairie vole)는 농도가 높다. 그렇다면 목초지 들쥐의 뇌에 V1a 수용체 유전자를 집어넣어 농도를 높여주면 대초원 들쥐처럼 가정에 충실해질까.
연구자들은 유전자가 주입된 목초지 들쥐 수컷을 암컷과 함께 하루동안 지내게 한 뒤 또다른 암컷을 넣어주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수컷은 얼른 새로운 암컷에게로 달려갈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가 주입된 수컷은 처음 만난 암컷의 곁을 지켰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회적 행동의 변화가 여러 유전자의 변화의 결과라는 기존의 믿음과는 배치된다. 특정 유전자 하나의 발현도에 따라 암수의 친밀도같은 복잡한 사회적 행동 패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영 박사는 “비슷한 메커니즘이 사람에게도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도 “자폐증 환자의 일부에서 V1a 수용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DNA 영역의 돌연변이가 관찰된다”며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성격을 이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6월 17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