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에너지 절약의 관건은 단열. 이를 위해서는 건물의 외부구조를 단순화시켜야 하고, 단열재를 적정량 사용해야 한다.
대덕연구단지 내의 일반 주택중에는 특이한 주택이 하나 있다. 건평 40평(2층) 규모의 이집은 언뜻 보기에는 다른 집들과 차이가 없으나 다른 단열주택과 비교해 40~50% 이상의 에너지절약효과를 가진 주택이다.
이 주택을 자세히 뜯어보면 외형상 들쭉날쭉한 굴곡이 없다는 점이 발견된다. 굴곡이 적으면 그만큼 외부 공기와 접하는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단열효과가 있다. 집안에 들어가면 남쪽으로는 방과 거실 등 사람이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이 집중 배치돼 있고 북쪽에는 목욕탕 부엌 화장실 등 상대적으로 덜 머무는 곳이 배치돼 있다.
유리창은 3중창으로 돼 있으며 남쪽창은 크며 북쪽창은 작다. 또한 보일러는 배관길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에 설치했으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문을 설치, 여름에는 열어놓고 겨울에는 닫아놓아 통풍을 통한 온도조절을 가능케 했다. 이밖에도 야간 열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동 서 북측 창문에 단열덧문을 설치했다.
이 결과 연간 6드럼의 석유만 갖고도 효율적으로 난방시켜 같은 평수의 다른 주택건축법규기준에 의한 단열주택보다도 반 정도를 절감했다.
89년 현재 가정용 에너지는 무연탄이 약 50%, 석유가 약 33%, 전력이 약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의 증가추세를 감안할 때 석유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가정에너지소비 가운데 난방용소비가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난방비절감이 에너지절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굴곡이 많은 집은 에너지 과소비
건물에너지 절약방법에는 기본적으로 건축적인 방법을 통한 에너지요구량을 감소시키는 방법과 에너지사용기기, 즉 보일러 등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서는 단시간 내에 절약효과를 볼 수 있는, 건축구조물의 단열강화 및 실내환경 변화를 통해 에너지요구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알아본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건물형상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같은 면적(4㎡)의 건물을 지을때도 정사각형(a) 구조는 외부와 접하는 길이가 8m밖에 안되는데 굴곡이 있는 구조(b)는 10m로 2m가 많게 된다. 이러한 원칙을 적용해볼 때 쓸데없이 건물구조에 굴곡이 많을 때는 더욱 많은 벽이 생기게 마련이다. 외부와 접하는 벽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하기 쉽다는 얘기다. 물론 실용성과 설계의 묘미를 무시해가면서 건물모습을 단순화시키는 것은 문제지만 쓸데없이 들쭉날쭉한 굴곡을 두지 않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굴곡이 심하지 않은 주택이 벽돌 등 건자재가 훨씬 덜 먹힌다는 이점도 있다.
이외에도 건물의 방위, 즉 남향이냐 동향이냐는 난방에너지소비와 절대적인 관련이 있고, 창문의 크기 등을 어떻게 조절하느냐, 또는 유리창을 어떻게 어떤 구조로 하느냐 등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창문을 설계할 때도 자연통풍을 고려한 설계가 바람직하다. 이밖에도 일사조절을 위한 차양 발코니 계획도 중요하다.
비거주공간은 되도록 북쪽으로 몰아 열적 완충공간으로 하고 거실과 안방 등 남쪽 창문에는 블라인드를 설치, 일사량을 조절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설비적 측면에서 보던 보일러의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보일러에서 목욕탕 안방 거실 등으로 열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열손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배관길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에 보일러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시간을 예약할 수 있는 타이머, 온도의 자동 조절이 가능한 장비가 부착된 자동보일러 등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이밖에도 각 건축구조물의 연결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틈새에 의한 열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에 신경을 써 건축물을 완성한다면 에너지절약효과는 의외로 커질 수 있다.
서울에 위치한 건평 40평 주택을 기준으로 할 때 비(非)단열 기존 주택에 비해서는 에너지절감효과가 79.7%(25평은 77.5%), 현행 건축법규기준에 의한 단열주택에 비해서는 24.0%(25평은 23.2%)로 계산됐으나 실제는 이보다 더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실험결과 드러났다.
●-두께 50cm의 단열재
주택단열의 핵심은 단열재를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소비량 가운데 가정용 및 상업용건물의 에너지소비량이 87년 34.2%, 88년 32.2%, 89년 29.41%로 해마다 줄고 있는 것은 단열재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단열재를 외벽 기준으로 50cm 두께로 사용했을 경우 열손실률(K값, kcal/㎡·h·℃)이 최적치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87년 7월 건축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단열재 기준을 명시하고 이를 반드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가 가정용과 상업용의 난방에너지소비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단열재는 일반적으로 스티로폴로 알려진 유기질 단열재와 유리면과 암면(岩綿) 등의 무기질 단열재로 나뉜다. 유기질은 열에 약하고 밀폐됐을 때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단점이 있으나 사용이 간편하고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무기질 단열재는 열에 강하고 울퉁불퉁한 곳에 적합하다. 비싸고 습기가 차면 처져버리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벽단열에는 유기질을 사용하고 천장에는 무기질을 사용하는 것이 상례다. 현재 건축법에 지역과 재료의 성질에 따른 단열재 사용이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시공업자들이 두께는 지키나 질이 떨어지는 제품(밀도가 낮은 제품)을 사용해 완벽한 단열시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단열효과는 난방뿐만아니라 냉방에도 적용돼 적절한 단열재를 사용한다면 30% 가까이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주간 사용 건물, 즉 사무실 용도의 건물에는 난방보다도 냉방이 더욱 중요하다. 각종 사무기기 등이 열원으로 작용하고 인구밀도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들 건물은 중앙에서 통제되는 시스템을 갖추느냐가 에너지 절약의 관건이 된다. 예를들어 통제실에서 각 방마다 온도를 체크해 상황에 따라 냉난방을 조절해주면 에너지절감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초에너지 절약 건물
세계적으로 에너지절약기술을 집대성해 지은 건축물로 유명한 것은 일본의 오바야시쿠미(大林組)기술연구소 연구동이다. 이 건물은 98가지 에너지절약기술을 적용해 지었는데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98Mca1/㎡로, 다른 건물에 비해 1/3~1/4의 에너지 사용으로 쾌적한 실내환경을 유지할 수 있어 초에너지절약형 건물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 적용된 98가지 기술은 △건축설계 △건물의 단열 및 차양시설 △태양열시스템 △환기에너지 △위생시스템 △조명에너지 △동력감소 등에 관련된 것이다. 이 기술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관련 전문가 16명의 자문을 구한 결과 98개 중 63개 기술은 외국기술을 도입해 국내 적용이 가능하게끔 소화시켰든지, 아니면 자체 기술개발이 된 것으로 판명됐으나, 나머지 35개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에너지절약을 위한 건물연구에 있어 앞으로의 과제는 △초에너지절약형건물 △대형건물에 있어서의 자동화 △공업화주택 등의 실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업화주택은 92년까지 주택 2백만호 건설을 위해서 반드시 실현해야 될 과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년에 50만호 이상을 지어야 하는데 현재의 기능인력으로는 30만호 이상을 짓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업화 주택이란 이른바 조립식주택인데 완전 조립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조체를 모두 공장에서 생산해와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온돌인데, 물을 사용하는 습식이 아니라 건식으로 조립식 온돌패널을 공장에서 생산한다면 가벼우면서도 축열성이 있어 보온효과가 좋다.
이외에도 난방파이프에 밸브를 설치해 그다지 춥지 않을 때는 같은 방에도 일부에만 열을 공급하는 부분난방(DHS, Differential Heating System)을 시행하면, 윗목 아랫목이 생겨 기류도 발생시킬 수 있게 된다. 에너지절약도 되고 쾌적한 환경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공기식 집열창
환기도 잘되고 에너지도 절약되는 냉난방 보조 시스템
에너지 위기를 기술개발로 극복하기 위해 공기식 집열창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동력자원연구소 건물연구실에서는 과학기술처 특정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1988년 4월부터 3년간의 기간으로, 업무용 빌딩이나 학교 병원건물 등에 적용하면 기존 단열건물보다 20~50%의 에너지가 절약되고 실내 열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집열창 시스템의 개발을 거의 완료 해가고 있다.
이 공기식 집열창 시스템은 건물의 원천적 에너지절약을 가능케할 뿐만 아니라 실내 열환경을 크게 향상시키고 특히 하절기의 냉방을 위한 전력수요의 첨두부하를 크게 완화시켜주는데 일조(一助)를 하기 때문에 국내의 건물에너지 문제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에너지절약과 관련된 창문연구는 대부분 단열성과 기밀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태양일사의 조절을 위해서는 유리표면에 태양열흡수 및 반사코팅을 한 경우도 있었다.
공기식 집열창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복층유리로 된 외창과 단층유리로 된 내창사이의 공간에 블라인드를 설치해 외창을 통해 입사되는 태양열을 집열시킨다. 내창하부에 설치된 공기유입구를 통해, 실내로부터 유입된 공기가 상승하면서 태양열에 의해 가열된 집열체와의 열교환을 통해 가열된 공기는 냉방기에는 외부로 배출되며 난방기에는 공조기로 보내어 난방용 에너지를 절감시킨다.
공기식 집열창 시스템에 대한 기본개념은 1930년대 스웨덴에서 시작됐으나 본격적인 개발은 1960년부터 핀란드의 에코노사가 중심이 돼 이루어졌다.
이 시스템은 유리창 부근의 하향성 대류기류의 발생을 방지해 열손실을 크게 막아주며 실내 평균복사 온도를 상승시켜 쾌적도를 개선시킨다. 또한 창을 통해 태양열을 취득하기 때문에 종합열관류율이 개선돼 냉난방에너지가 크게 절약 된다. 특히 시간당 내·외기 교환을 많이 요구하는 병원건물에 적용하면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 업무용 건물중 4분의 1만 이 시스템을 채용한다고 했을 때 에너지 절약량을 계산하면 연간 경유 환산 2만9천드럼(약10억원 상당)이 절약될 수 있다. 더욱이 건물이 계속 지어지고 물가인상을 고려한다면 2000년에는 연간 2백억원 정도의 에너지 절약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