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이 있는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고, 질량에 비례하는 힘.
우리는 이 신비한 힘을 중력이라고 부릅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중력을 만드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바로 원심력을 이용해서 말이죠.
인간이 다시 한번 우주로 진출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는 요즘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필두로 50여 년 만에 유인 달 탐사가 다시 시작됐고, 민간 기업에 서는 우주 관광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짧으면 며칠, 길게는 수개월 동안 우주에 다녀오는 것만으 로도 우리의 몸은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우주 방사선이나 미세중력처럼 지구와는 다른 우주의 환경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이런 환경에 노출되면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골격계가 약해지고, 감각기관이 둔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주방사선은 차폐벽으로 막을 수 있다지만, 현재까지도 중력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우주인 들이 1년 가량 우주에서 체류하는 시설인 국제우주정거장 (ISS)만 해도 방사선 차폐 기능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중력을 구현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우주에서 인공중력을 만드는 기술은 그동안 상상 속의 영 역이었습니다. 도대체 중력이 무엇이길래, 인공중력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렵기에 그랬을까요.
미지의 힘, 중력은 무엇일까
중력은 자연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 중 하나입니다. 네 가지 힘에는 중력과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있습니다.
중력은 흔히 질량을 가진 두 물체 사이에, 서로 잡아당기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연계의 네 가지 힘 중에서도 중력은 꽤나 특별합니다.
이종필 건국대 상허교양대 교수는 “전자기력은 광자, 강한 핵력은 글루온, 약한 핵력은 W와 Z 보손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중력은 힘의 근원조차 밝히지 못한 상태” 라고 설명합니다.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에게 ‘중력자’라는 이름을 붙여두긴 했지만, 아직 그 정체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마치 암흑물질이 우주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정체를 모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가지 힘을 통일해서 설명하는 ‘통일장 이론’에서도 중력만큼은 통합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중력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작 뉴턴에 의해 중력이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두 물체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덕분에 중력에 의한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게 됐습 니다. 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중력은 시공간의 곡률에 의해 나타난다는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중력을 더욱 잘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반상대성이 론은 중력이 가속도와 구분될 수 없다는 ‘등가 원리’를 기본 으로 합니다. 우리는 물체를 가속시켜 중력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가속도가 인공중력을 현실로 가져오다
인공중력을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두 방법이 있습니다. 등가 속도 운동을 하거나, 등속 원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등가속도 운동부터 살펴봅시다. 만약 지구 표면의 중력가 속도인 9.8m/s 2 만큼 우주선을 가속한다면 그 안의 사람들은 지구와 같은 수준의 중력을 받습니다. 만약 지구의 중력을 느끼기 위해 9.8m/s 2 으로 꾸준히 가속하는 우주선이 있다면 화성까지는 채 4일도 걸리지 않습니다. 태양계 끝자리 행성인 해왕성까지도 16일이면 도착합니다. 현재 기술로는 화성까지 6개월, 해왕성까지는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 다. 이렇게 에너지를 쏟아 붓기도, 인공중력을 얻기 위해 우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어렵습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등속원운동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러시 아의 과학자이자 SF 작가였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가 제안한 ‘회전하는 우주정거장’이 있습니다. 가운데 축을 중심 으로 원형 거주 시설이 회전하면서 거주민들이 중력을 느끼는 시설입니다. 이종필 교수는 “회전 운동에서는 바깥 쪽으로 원심력이 작용하는데, 이를 마치 중력처럼 느낄 수 있다” 고 말했습니다.
회전하는 우주정거장에서 살아도 건강은 괜찮을까요.
2019년 일본 연구팀은 ISS에서 사육한 쥐의 생식 능력을 평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 일부 쥐는 회전하는 사육장에서 35일 동안 지내며 지구와 같은 수준의 중력을 받았습니다. 인공중력을 받은 쥐는 미세중력에 노출된 쥐보다 건강 상태가 정상에 더 가까웠습니다.
doi: 10.1038/s41598-019-50128-w
우주에 짓는 초대형 인공중력 시설
등속원운동을 활용한 인공중력 기술이 지금껏 구현되지 못한 이유는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1분당 3회전(3rpm) 이상 회전하는 속도에서 방향감각을 잃는 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는 1rpm 정도의 회전속도로 지구 수준의 인공중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주선이 작을수록 빠르게 회전해야 원심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반지름이 10m인 우주선에서 지구와 비슷한 중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회전 속도가 10rpm는 돼야 합니다. 일반 적인 사람이라면 정상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1rpm 회전속 도로 지구 수준의 인공중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설의 반지 름이 최소 1km는 돼야 합니다.
한 우주정거장, 보이저 스테이션 건설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무려 직경이 500m에 달하는 바퀴 모양 건물 로, 사람을 400명이나 수용할 수 있습니다. ISS의 최대 길이가 70m인 것에 비하면 매우 거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NASA도 민간우주기업인 블루오리진과 손잡고 인공중력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2021년 크리스토퍼 베이커 소형 우주선 기술 프로그램(SSTP) 책임자는 “우주에서는 약한 중력 때문에 여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달과 화성에서 필요한 생명유지 시스템, 환경제어 장치 등을 시험할 수 있는 인공중력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습 니다.
목표는 우주선을 자유낙하시켜 미세중력 환경을 만들고, 11rpm의 회전 속도를 내 다시 인공중력을 만드는 것입니 다. 본격적인 실험은 2022년 말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인공중력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중력이 강한 행성에서는 어떻게?
중력이 약한 경우만 문제가 아닙니다. 중력이 너무 강해도 사람이 살기 어렵습니다. 먼 미래에는 인류가 외계행성에 진출할 수도 있죠. 어느 정도 중력까지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마테오 크룰작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 연구원에 따르면 아주 건장한 사람을 기준으로 지구 중력의 4배까지는 사람이살 수 있습니다. 이보다 높은 중력에서는 심장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지구 중력의 3.5배까 지가 현실적인 조건입니다. doi: 10.1119/1.5124276 물론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는 지구 수준의 중력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력을 줄이는 것은 만드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실제로 우주비행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우주와 비슷한 미세중력 환경이 필요하지만, 지구에서 느끼는 중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몇 없습니다. 공중에서 수초~수분간 비행기를 자유낙하 시키며 중력의 영향을 줄이거나, 물 속에서 부력을 이용하는 방법처럼 시간과 환경이 제한적입니다. 놀이기구를 타거나 수영을 할 때 몸이 떠오르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활용 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이외의 방법으로 중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만약 중력이 강한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면 수중 도시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유
1961년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에 간 이후 60여 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인공중력 기술이 본격적 으로 시도되는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미세중력이 생명체와 물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했습니다. ISS에 굳이 인공중력 장치를 탑재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니엘 후잇 NASA 대변인은 “ISS는 그동안 인류가 안정적으로 미세중력 환경에서 실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만큼 이곳에 인공중력을 구현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우주는 실험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사람들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생활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또 우주에서 필요한 장비와 자재를 옮기기도 비교적 쉬워졌고, 비용도 저렴해졌습니다. 거대한 인공중력 시설을 짓는 것이 더 이상 SF 속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