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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망포고 옥상에는 ‘별볼일’ 천문대가 있다. 무려 12억6000만 원을 들여 지은, 전국에서 가장 큰 교내천문대다. 매주 3~4회씩 경기도 일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천체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8월부터 12월까지 일정이 꽉 차 있는데, 48회에 걸쳐 학생 1000여 명이 이곳을 다녀갈 예정이다.
학교에 설치한 천문대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시설이 좋다. 일반공립고인 이곳에 천문대를 짓기 위해 김영종 망포고 지구과학 교사는 2010년부터 시청, 교육청, 시·도의회, 일반 기업 등 안 간 곳이 없다. 아이들에게 별을 보게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4년간 노력한 끝에 교육청에서 예산이 내려와 작년 봄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김 교사는 “수업 외에 남는 시간은 모두 천문대 설계부터 공사 감독, 망원경 구입 및 설치 등에 매달렸다”고 했다. 손이 모자랄 땐 인근 과학교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덕분에 작년 10월 별볼일 천문대를 무사히 완공할 수 있었다.
김 교사는 이곳 천문대만의 장점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교육 여건이 좋아져서 망원경을 보유한 학교가 많아졌지만, 대부분의 학교에는 천체망원경이 1~2대밖에 없어요. 학생들에게 망원경을 직접 다뤄보게 하는 실습수업을 진행하기 어렵죠. 별볼일 천문대는 실습용 망원경과 사진관측용 망원경을 20대 이상 보유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개별 체험 활동이 가능합니다.”
실제 별볼일 천문대의 ‘별찬여울’ 관측소에는 사진 관측용으로 최적화된 고급형 적도의와 굴절망원경 세트, DSLR 카메라와 노트북이 10대씩 갖춰져 있다. 주망원경이 있는 ‘별찬누리’ 관측소, 성단 및 성운의 맨눈관측과 사진관측이 모두 가능한 ‘별찬마루’ 관측소, 양평에 설치한 ‘별아련’ 관측소에도 각각 고성능 망원경들이 갖춰져 있다. 학생들이 직접 실습할 수 있는 망원경도 10세트 이상 보유하고 있어 손으로 분해하고 조립해 볼 수 있다. 장비가 다양해 일반학생, 천체관측 동아리, 교사 등 참가자 수준에 맞춘 심화교육이 가능하다.
김 교사는 “학교 내에 있는 천문대라 좋은 점이 있다”고 했다.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해 천문대에 가려면 미리 학교장의 결재를 맡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별 보러 가기 한 달 전부터 버스를 대절하고 천문대와 숙식장소를 예약해야 한다. 관측하기로 한 날 비가 와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들다. 반면 별볼일 천문대는 접근성이 좋고 기상 여건을 고려해 관측 일정을 조정할 수 있으며, 우천 시 대체 프로그램도 있다.
시내 한가운데 있는데 별은 잘 보일까. 망포고는 수원시에 속해 있지만 화성 동탄과 경계지역에 위치해 주변에 논이 많다. 아파트가 없어서 비교적 불빛이 적다. 망포고의 천체관측동아리 이름도 ‘별볼일’이다. 기장을 맡고 있는 2학년 김서연 학생은 “진로를 우주공학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천문대 덕분에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별볼일 천문대를 방문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면서 “이런 천문대가 지역마다 하나씩만 있어도 우리나라 과학교육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별볼일 천문대는 현재 학생 개인의 신청은 받지 않고 있다. 공문을 통해 학교 단위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