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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오미크론, 팬데믹의 마지막 주자일까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수천 명 수준이던 국내 하루 신규 확진자가 약 두 달 반 만인 3월 16일 62만 명을 넘어섰다. 주요 원인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오미크론 변이(B.1.1.529)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해 11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공식화 된 뒤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영국에서 시작된 알파 변이,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변이는 몇 종 안 되지만, 사실 지금까지 수십 가지의 변이가 있었다. 돌연변이가 많은 RNA 바이러스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더욱 강력해져 찾아온 오미크론 변이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 속도는 국내 확진자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국내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은 1월 기준 전체 확진자의 12.5%에서 26.7%로, 다시 50.3%로 일주일에 두 배씩 증가했다. 30만 명을 넘어선 3월 7일 기준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의 99.96%가 오미크론 변이였다. 덕분에 3월 16일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820만 명, 하루 확진자는 62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빠른 전파의 비결은 단백질에서 찾을 수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초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비교해 50개 이상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그 중 30개 이상이 전염력과 직결된 ‘스파이크 단백질’에 모여 있다. 이로 인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있는 30개의 아미노산이 바뀌었고, 3개의 결손과 1개의 삽입이 확인됐다. 게다가 바뀐 아미노산 중 15곳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달라붙은 위치(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에 있다. 변이 대신 ‘변종’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모양새가 달라진 것이다. 그 결과 오미크론 변이는 백신이나 기존 코로나19 감염으로 만들어질 항체를 회피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 오미크론 변이는 면역 체계를 회피해 재감염과 돌파감염을 유발하는 능력이 델타 변이에 비해 4.2배 높다는 것이 일본 교토대 연구팀에 의해 증명됐다. doi: 10.3390/jcm11010030 또한 다른 연구에서는 초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감염재생산지수(R0) 값이 2.5였고, 델타 변이가 7 이내였던 데 반해 오미크론은 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oi: 10.1016/j.envres.2022.112816 감염재생산지수는 한 명의 감염자가 전파하는 사람의 평균 숫자를 말한다.


최근에는 더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하위 변이,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BA.2)’도 등장했다.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는 검출률이 2월 이후 한 달 새 약 10배 증가했다. 스텔스 오미크론은 타인을 감염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15%가량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세포에 더 쉽게 침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햄스터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2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doi: 10.1101/2022.02.14.480335 


바이러스 간 재조합 변이가 탄생하기도 한다. 최근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재조합으로 생긴 델타크론(AY.4/BA.1) 변이가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수미야 스와미나단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과학자는 ”델타크론의 전염성과 백신 회피 능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집단에서 추가적인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은 풍토병이 될 수 있나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엔데믹을 예견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무서운 전염력에 비해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감기나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계절성 질환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0.18%)은 델타 변이(0.7%)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월 21일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50대 이하의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은 0%에 수렴하고 있고, 접종완료자의 치명률은 0.5%로 계절독감 이하 수준(약 0.5%)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 세계 각국은 방역 체계에 대한 재점검을 시작했다. 미국은 3월 8일 기준 50개주 전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베트남은 확진자 수 발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3월부터 방역패스를 잠정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완화하며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풍토병이 된다는 것이 코로나19가 종식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감염된 사람과 감염될 사람의 숫자가 균형을 이뤄 더 이상 대규모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리학적 영역 내의 인구에서 질병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상태를 풍토병으로 정의한다. 풍토병이라는 단어 자체를 치명적이지 않은 병이라고 오해해서도 안 된다. 매년 전 세계에서 말라리아로 60만 명, 결핵으로 150만 명이 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풍토병이다.


지금까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변이가 나타날수록 점차 전염력과 치명률이 낮아졌지만, 앞으로 어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지는 미지수다. 물론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의 위험성을 예측한 연구는 있다. 미국 미시간대 수학과 연구팀은 150만 개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빈도를 인공지능(AI)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에 나타날 수 있는 683개의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doi: 10.1021/acsinfecdis.1c00557


연구팀은 그 중 구조상 백신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위험한 변이가 될 가능성이 있는 4가지 돌연변이를 찾아냈다. 전염력이 더 높은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논문의 제1저자인 왕 뤼 미국 미시간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4가지 돌연변이가 확산된다면 백신 접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의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다고 해서 다음 변이도 치명률이 낮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다만 일반적으로 감염병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 치명률은 낮아지고, 전파가 잘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9년 인플루엔자 팬데믹, 일명 신종플루 사태를 겪었다. 당시 바이러스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11~21%가 감염됐다고 추정할 정도로 빠르게 퍼졌다. doi: 10.1371/journal.pone.0021828 하지만 1996년 개발돼 있던 치료제(타미플루)와 백신이 개발되며 감염자의 숫자는 줄었고, 지금은 계절독감 수준의 질환으로 자리잡았다. 신종플루의 경험은 코로나19 팬데믹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생각된다.


지금의 백신은 효력을 다했나

 

“부스터샷 접종까지 마쳤는데 코로나19 양성이 나왔어요.”


‘코로나19 걸린 친구가 없다면 친구가 아예 없는 것’이라는 슬픈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국내의 경우 3월 16일 기준백신 접종률 86.6%, 부스터샷 백신 접종률 62.8%라는 상당히 높은 수치에도 3월까지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기존의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안 통하는 걸까.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바이러스는 항체에 내성을 가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인위적으로 변이를 일으켰다. 돌연변이의 일부는 mRNA 백신을 2회 투여받았거나,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중화항체로부터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doi: 10.1038/s41586-021-04005-0


백신의 원리를 살펴보면 당연한 결과다. 우리가 맞는 모더나, 화이자 백신(mRNA 백신)은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백신을 접종해 mRNA가 몸속에 들어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면, 면역세포가 이를 외부물질로 인식해 항체를 만들어낸다. 만약 스파이크 단백질의 모양이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항체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델타, 오미크론 변이에 맞는 차세대 백신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제약사인 화이자와 모더나는 오미크론 기반 백신을 접종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방송 인터뷰에서 “올 가을을 목표로 오미크론에 특화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효용에 대한 의문도 있다. 폴 비에니아즈 미국 록펠러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백신이 완성되기 전에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다음 변이가 오미크론과 유사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용석 경희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변이가 잦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닌 다른 타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항원-항체 반응뿐만 아니라 세포매개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백신을 개발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포매개 면역 반응은 면역세포 중 T세포를 유도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방식이다.


변이가 생기면 효율이 떨어지는 중화항체와 달리,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자체를 파괴한다. 이 때문에 변이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T세포는 중화항체보다 더 오랜 시간 유지된다. 올해 1월 KAIST와 고려대 등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완치자들이 가진 T세포가 10개월 이상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423-022-00838-5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 혹은 그 다음을 대비하기 위해 현재의 백신을 대체·보완할 수 있는 연구가 활발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백신은 충분히 맞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적당한 수준의 중화항체는 코로나19가 중증으로 번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2022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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