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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자기 부상 열차

21세기 핵심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기부상열차.
대전 EXPO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자기부상열차 개발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대전 EXPO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자기부상열차 개발붐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대정공에서는 EXPO에 출품할 HML-03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EXPO출품을 양보한 대우중공업에서는 독자적 모델 개발을 마치고 발표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다. 90년 9월에 출범한 자기부상열차 국책연구사업단(단장 김인근)에서는 자기부상열차에 관련된 핵심 요소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책연구사업단은 기계연구원 해사기술연구소 전기연구소 등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자기부상열차가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은 기존 바퀴식(고속전철을 포함)과는 질적으로 다른 몇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는 우선 바퀴와 레일간의 마찰이 없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그만큼 마찰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공기저항이외에는 속도에 제한을 덜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기존 차량에 비해 훨씬 가벼워 레일을 지상에서 5~6m 이상 올라가는 고가궤도를 달린다. 그결과 레일이 차지하는 면적이 기존 철도에 비해 반밖에 들지 않는다. 주변에 미치는 소음까지 고려할 때는 철로의 주변에 있는 용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효율은 기존 철도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고가로 레일을 만들 수 있고 소음이 없다는 특징은 복잡한 기존 도심의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밖에도 자기부상열차는 경사지역을 올라가는 힘이 좋고(기존 바퀴식이 3% 내외의 구배를 갖는데 비해 자기부상열차는 10%까지 가능) 곡선을 주행하는 능력도 바퀴식보다는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무공해 초고속(도시용인 경우는 중저속도 가능)이면서 경제성이 뛰어난 자기부상열차가 미래의 교통기관으로 주목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현재는 자기부상열차는 독일 일본 등이 중심이 돼 20여년간 개발경험을 쌓고 있다. 완벽성을 기하기 위해서 시험주행을 반복하고 있는 상태. 아직까지 실용화된 노선은 없지만 '수요만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갈'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바퀴식 고속전철(TGV 신칸센 ICE 등)이 안전성을 바탕으로 속도나 성능면에서 계속 '기록경신'을 해나가고 있어 자기부상식이 아직 실질적인 상용화의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80년대 말부터 본격 논의
 

(그림1) 상전도 흡인식 자기부상열차


우리나라에서 자기부상열차에 관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80년대 말부터다. 당시 새로 건설할 경부고속전철을 기존의 바퀴식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자기부상식으로 할 것이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결과는 잘 알려진대로 바퀴식이 완승을 거두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이나 신뢰성이 최우선인 교통시스템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실용화된 노선이 하나도 없는 자기부상식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 이 결정은 지금의 시점에서 보더라도 큰 무리가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이 논쟁에서 자기부상파들은 망외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자기부상 열차는 처음부터 경부선과 같은 중장거리 고속시스템에 채용되기보다는 공항과 도심(예를 들면 서울-영종도), 신도시간(하남-고덕 간 8km), 전철을 대체하는 도시순환선 등의 중저속용으로 먼저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기부상열차 국책연구사업단이 탄생했고 EXPO에 중저속 자기부상열차 출품이 결정된 것이다.

현대정공에서 개발해 내년 EXPO에 출품할 HML-03(무게 25t)은 40인승의 상전도 흡인식 자기부상열차. 레일위를 10~12mm 정도 떠서 달리며 추진은 저속에 적합한 선형유도전동기를 채택했다. 최대 시속은 50km로 대전 EXPO전시장에 설치될 5백 60km의 노선을 하루 10시간씩 달리게 된다. 내년 1월부터 3월 사이에는 창원의 시험선로를 다니면서 부상 추진 등 기본적인 성능시험을 하게 되며 4월부터는 대전으로 옮겨 본격적인 종합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현대정공이 자기부상열차에 관심을 가진 것은 85년부터. 2년 동안 자료조사를 마치고 87년부터는 부분별 기초시험에 들어갔다. 88년 7월부터는 첫 모형제작에 들어가 1년만에 결과물을 내놓았다(HML-01, 무게 20kg 모형). 이어 실차모델의 8인승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고(HML-02, 91년 1월) 이를 기반으로 EXPO모델에 도전하게 된 것.

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 김재홍 박사는 "HML-01이나 02는 연구차원의 개발이었으나, 03은 국제적인 행사에서 93일간 하루 10시간씩 관람객을 승차시키고 다녀야 하는 실용화 차원의 차량이므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01이나 02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자체 기술진만으로 해결했으나 이번 경우는 독일의 크라우스마페이사의 기술자문을 받고 있다. 크라우스마페이는 독일의 저속 자기부상열차인 트랜스래피드01부터 04까지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회사(트랜스래피드05 06 07은 선형동기모터로 추진하는 고속시스템. 이때부터는 독일의 과학기술처가 주관하고 기업이 콘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국책연구사업으로 전환).

어느 정도의 기술자문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기본 설계와 제작은 모두 국내에서 하고 제작과 관련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그들의 경험을 전해듣는 정도"라고 개발팀의 정성현책임연구원은 밝히면서 "실제 레일에서 승객을 태우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전자석이나 전동기 센서류 등 각종 부품을 아주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해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ML-03은, 일본에서 개발돼 이미 각종 박람회에서 합격판정을 받고 나고야 시험구간(1.5km)에서 주행시험을 하고 있는 저속 자기부상열차 HSST-100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정공 개발팀의 이야기다. 오히려 센서 등 일부 부품에서는 성능이 향상된 것을 쓰고 있다고 한다.

전기 전자 기계분야의 엔지니어 20명이 동원된 HML-03제작에는 6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선로비용까지 합치면 2백억원). 이번 과정을 통해 개발팀이 노리는 목표는 무엇보다 각종 부품을 하나의 완성품으로 일구어내는 시스템인티그레이션 기술을 확보하는 것. 이를 통해 앞으로 국내의 자기부상열차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림2) 선형전동기의 차상1차 배치방식 차량


산학연 공동개발

현대정공과 EXPO 출품을 다투어 온 대우중공업 철차사업부에서는 일단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독자적으로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정공이나 전기연구소 또는 해사기술연구소처럼 부상과 추진시험이 가능한 모형제작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대우중공업이 독자모델개발을 선언한 배경에는, 그동안 국내 차량사업을 현대정공과 더불어 양분해온 대우중공업이 차세대 교통기관의 경쟁에서 결코 뒤질 수 없다는 자존심이 짙게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대우측에서는 국내의 기술력을 총동원한다는 방침 아래 한양대학교 산업과학연구소 임달호교수에게 추진의 핵심인 선형유도전동기 개발을 의뢰하고, 그동안 부상에 관련된 연구개발을 추진해오던 해사기술연구소의 박찬일 부장팀에게 부상제어기 개발을 의뢰했다.

부상과 추진 외의 모든 연구개발은 철도차량연구소 내에 10여명의 연구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마그레브팀(팀장 정인대)을 구성, 일임했다. 89년 9월부터 팀을 구성해 산학연(產學研) 공동개발을 추진한 결과 91년 8월에는 첫 성과를 낼 수 있었다. 1단계로 13인승 저속 자기부상열치를 만들어 부상 및 추진시험을 할 수 있게 된 것. 이 과정에서 시험선로 1백m를 완성했으며 곧바로 13인승 모듈 3개를 연결한 40인승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돌입했다.

40인승 자기부상열차란 바로 대전EXPO에서 현대정공이 출품할 HML-03과 똑같은 규격. 몇단계를 생략한 밀어붙이기식 맞불작전인 셈이다. "처음 EXPO에서 대우가 도시관을 맡고 자기부상열차를 현대가 가져갔을 때는 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식적인 행사에 기한을 맞춰 출품하려면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우리는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지요." 정인대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중간에 좌절의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흔한 말로 기술자문을 해줄 수 있는 곳도 없었고 그렇다고 자체 팀이 경험이 풍부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임달호 교수팀이나 박찬일 부장팀이 지주가 돼주긴 했지만, 부분요소를 통합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능력은 쉽게 확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모든 연구원들이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결과는 의외로 좋게 나타났다. 92년 10월 말 현재 40인승 자기부상열차의 개발을 완료하고 발표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열차의 화장까지 끝낸 후 정인대 책임연구원은 "가격 대비 95% 국산화를 이루었다. 센서 몇종류만 외국에서 사가지고 왔을 뿐이다"며 "다음 목표인 1백50인승 도시형 실용차량 개발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대우에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와 EXPO에서 모습을 드러낼 HML-03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차량의 기본구조는 같다. 부상방식은 상전도 흡인식이며 추진방식은 저속에 적합한 선형유도모터(차량에 자석이 붙어 있음)다. 외형규격도 40인승으로 똑같다. 다만 HML-03은 박람회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장시간 운행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각종 부품을 쓸 때 엄격한 기준(밀리터리 스펙)을 적용했다.

주위에서 양사의 개발과정을 지켜본 한 전문가는 "자기부상열차는 바퀴식열차와는 달리 궤도가 중요하다. 궤도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흡수하는 문제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현대 것은 실제와 비슷한 EXPO장의 고가 콘크리트 궤도를 달리고 대우 것은 레일 교각을 실제보다는 촘촘히 박은 철 궤도를 달리는 차이가 있다. 대우측에서는 앞으로 곡선구간 궤도와 실제와 유사한 콘크리트 궤도를 달리면서 파생할 수 있는 진동문제에 좀더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대우중공업에서는 93년 내에 곡선 궤도를 확보할 예정이며 95년까지는 1백50인승 도시용 실용차량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전 EXPO에서 선보일 자기부상열차 HML-03의 조감도. 현대정공에서 개발중


EXPO 이후의 자기부상열차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자기 부상열차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핵심 역할을 할 곳은 국책연구사업단이다. 기업처럼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못할지라도 요소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로 기업이 실용화 제품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독일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기부상열차가 국가의 전략상품으로 떠오를 때는 기업을 포함한 정부 주도의 사업단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책연구사업단에서는 EXPO에 등장할 HML-03의 기술감리를 맡고 있으며 대우측에는 부상 알고리즘에 대한 기술이전을 해준바 있다. 89년에 이미 선행연구사업으로 실차 1/2 크기의 모형인 KORMAT(전기연구소 제작)을 제작한 바 있으며 91년에는 실차형 모델인 KIMM(기계연구원 부설 해사기술연구소 제작)을 완성시킨 바 있다. 궤도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 곡선레일까지 갖춘 1백m 시험선로를 확보했다. 더불어 앞으로 전개될 고속시스템을 대비해 선형 동기모터 연구와 초전도반발식에 대한 기초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부상과 추진에 대한 기초연구는 어느 정도 확보됐으나, 실제 궤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동문제라든가 전체적인 운행을 제어하는 자동운전시스템 등은 아직까지 기술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다.

사업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김인근 박사는 "현재 현대나 대우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기 부상열차는 도시형 중저속시스템으로 사업단에서 연구개발하고 있는 것과 같은 기술방식이기 때문에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요한 것 같다"고 전제하면서 "EXPO 이후 국내에 어떻게 자기부상열차를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해 공동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공해이면서 경비가 적게 드는 자기부상 열차가 도심과 교외를 잇는, 또는 도심의 교통수단으로 왜 적합한가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확대함과 동시에, 자기부상열차가 안정성과 신뢰성을 갖춘 교통수단임을 실제로 보여 줄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뚜렷한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예를 들면 서울과 신공항 영종도 사이(72km)의 수송수단은 자기부상열차로 한다든가, 사상과 김해간(11.2km)을 자기부상으로 연결한다든가, 아니면 어느 지역의 전철은 자기부상열차로 건설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설정이 필요하다는 의미.

목표가 뚜렷하지 못한 만큼 개발비는 '쥐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89년부터 92년까지 4년 동안 45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는데 이는 신교통수단 개발비로는 시드머니(seed money)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교통부에서는 97년까지 시속 1백~2백km 정도의 자기부상열차가 실용화되면 서울 영종도간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신기술에 대한 욕구가 적은 교통부가 소극적인 상황에서는 실용화될 때까지 개발비를 과기처에서 부담할 수 밖에 없는데, 현재 과기처의 능력으로는 만족할만한 연구개발비를 대주지도 못하고 있고 앞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

과기처뿐만 아니라 주무부서인 교통부를 비롯 기타 관련부서가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기업측에서도 지금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져, 차세대 교통수단이 전면에 떠오를 수 있게 된다. 아무튼 EXPO를 계기로 한단계 비약하게 될 자기부상열차 연구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 관련 부처의 긴밀한 협조, 연구소와 기업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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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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