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켓몬고’는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와 미국 증강현실 소프트웨어개발사인 나이앤틱이 공동으로 개발한 위치기반 증강현실(AR) 게임이다. 이미 지난해 여름에 탄생했지만, 국내에서는 올해 1월에야 출시했다. 그러나 2월 9일 현재, 플레이어가 10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만큼 열광적이다.
실제와 똑같은 길이 깔려 있는 게임 속 맵을 따라 걸어 다니면 여기저기에서 포켓몬이 출몰한다. 이때 손가락으로 몬스터볼(이하 볼)을 끌어 던지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은 포켓몬고를 통해 어렸을 때 TV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캐릭터들을 수집하면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수집하면서 서로 공감하거나 감정을 나누고, 사회적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도 있다(doi: 10.1037/0022-3514.91.5.975). 그래서 기자처럼 일부러 포켓몬을 잡기 위해 성지를 찾아가는 사람이 많다.
전략1 포켓몬 잡으려면 원을 정확하게 맞혀라
부르부르~. 진동과 함께 포켓몬이 나타났다! 우아하게 꼬리를 펄럭이는 금붕어, 콘치다. 콘치 주위로 타깃이 되는 동심원이 나타난다. 잔뜩 긴장한 채 손가락으로 볼을 날린다. 볼은 세 번쯤 부르르 떨더니 황금빛 별을 쏟아내며 ‘콘치를 잡았다’고 알려준다.
포켓몬을 잡으려면 볼로 타깃을 정확하게 맞혀야 한다(물론 게임 설정 상, 다 잡은 녀석이 볼 밖으로 도망칠 때도 있다). 하지만 원을 살짝 빗맞았을 때도 잡힐 때가 있다. 이 게임이 볼과 타깃의 충돌을 인식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스크린 속 공간을 2차원 좌표라고 가정했을 때, 볼과 타깃은 각각 중심이 (x, y)와 (x′, y′)인 원으로 볼 수 있다. 각 원이 차지하는 범위 안에는 수많은 점이 들어 있다. 이때 두 원이 하나의 접점에서 서로 닿거나 범위가 겹치면 서로 충돌했다고 볼 수 있다.

전략2 다양하게 모으려면 더 멀리 여기저기 다녀라
다양하고 희귀한 포켓몬이 자주 나타난다는 ‘성지 중에 성지’인 강원도 강릉 경포에 왔다.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 버터풀, 야도란, 피존투, 또가스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라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눈을 박은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드디어…! 너무나도 익숙한 노란색 궁둥이가 보였다. 피카츄였다. 손가락을 덜덜 떨면서 던진 탓일까. 첫 번째 볼이 빗나갔다. 두 번째볼은 피카츄가 튕겨냈다. 마지막으로 결의에 찬 볼을 던지려는 순간, 무심한 문장이 뜬다. <;볼이 없습니다>;.
나이앤틱 개발자들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포켓몬이 나타나는 장소와 종류, 빈도를 설정했다. 모든 종류의 포켓몬이 곳곳에서 비슷한 확률로 나타나면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각 지역의 지리와 기후, 식생, 그리고 밤낮에 따라 성질이 비슷한 포켓몬이 나오도록 설정했다. 예를 들면 호숫가에서는 발챙이나 잉어킹 같이 물 성질의 포켓몬이 잘 나온다. 또 피카츄나 잠만보처럼 인기가 많은 포켓몬은 일부러 확률을 낮추고 특정 ‘성지’에서만 자주 나타나게 했다.
전략3 짧은 시간 동안 잔뜩 잡으려면 시내버스를 타라
갑자기 남들보다 쉽게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환상적인 방법이 뇌리를 스쳤다! 포켓스톱에서 볼을 여러 번 충전한 다음, 시내버스에 올랐다. 시내버스는 천천히 달리고, 또 정류장에 자주 서기 때문에 그때마다 볼을 충전하거나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남들보다 쉽게 게임을 하는 반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영국 레스터대 당뇨연구센터 탐 예이츠 박사는 지난해 7월, 학교 홈페이지에 “포켓몬고를 일주일에 최소 150분씩 하라”고 조언했다. 그가 속한 연구팀은 지난 1월 “비만이 되거나 당뇨에 걸리는 가장 나쁜 습관은 움직이지 않고 오래 앉아 있는 것이며, 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습관은 걷기”라면서 “30분 앉아 있을 때마다 5분씩 가볍게 움직여야 혈당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당뇨치료’ 1월호에 실었다(doi:10.2337/dc15-1240).
이 게임을 활용해 야생동물을 관찰하거나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생태 전문가도 있다. 캐나다 궬프대에서 곤충과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모건 잭슨은 트위터에 “포켓몬고를 이용해 동식물 사진을 찍어 올리면 전문가가 이름을 알려주는 포켓블리츠(#PokeBlitz)를 하자”고 제안했다. 영국 생태수문센터의 데이터 생태학자인 탐 어거스트 박사도 “포켓몬고를 활용하면, 생태학자들이 지난 400년간 찾아 기록한 동물을 약 5.8일 만에 따라잡을 수 있다”며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시민과학 연구에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재미있는 게임을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야생동물도 보존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一石三鳥)겠다. 아 참, 그래서 기자는 피카츄를 잡았을까. 며칠 동안 강릉 곳곳을 돌아다니고도 결국 수 마리를 놓쳐버렸다. 하지만 편집부로 돌아와 이 기사를 쓰기 위해 게임을 시작했다가 기자의 책상에 앉아 있던 한 마리를 잡았다. 물론 원과 원의 충돌 확률을 높이는 수퍼볼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