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올여름부터 5년 뒤의 미래를 엿보는 야심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의 최신 데이터 세트를 이용해 앞으로 연구 트렌드를 이끌어 갈 분야를 찾고 있죠. 이번 달에는 ‘복합 연평균 성장률(C AGR)’이라는 지표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분석 기간(2006~2020년) 기준 논문 수의 연평균 증가율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줄 세운 겁니다. 4159개 클러스터 중 상위 8위를 차지한 290번 클러스터의 키워드는 ‘모바일 클라우드’였습니다. 평균 피인용수 기준, 해당 분야에서 높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저자에게 직접 모바일 클라우드 분야의 트렌드를 들었습니다.
클라우드는 한 마디로 빌려 쓰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가 작업을 할 때 필요한 데이터 저장공간, 연산처리 능력, 네트워크 등 다양한 컴퓨팅 자원을 인터넷으로 빌려 쓰는 겁니다. 모바일 클라우드는 이런 클라우드 서비스를 스마트폰과 같은 모 바일 단말기로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바일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하면 가벼운 휴대용 장치의 CPU(중앙처리장치) 성능이 일반 PC보다 떨어지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또 컴퓨팅 자원을 항상 내장할 것 없이 필요한 순간에 끌어다가 쓸 수 있죠.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계속 새로운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가 출현하는 추세입니다.
가깝고 빠른 구름이 대세, ‘에지 클라우드’
자연에서 보는 구름은 그 형태가 다양합니다. 커다란 뭉게구름도 있고, 작은 구름들이 펼쳐진 양떼구름도 멋지죠. 수증기가 지면과 닿으면 안개구름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구름들처럼 모바일 클라우드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에지(Edge) 클라우드’입니다.
에지 클라우드는 클라우드의 중앙 집중적인 구조를 분산시키고, 사용자가 데이터를 분산된 클라우드에 보내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오프로딩 · Offloading ) 기술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자 율주행 자동차 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자 율주행 자동차의 제동과 가속을 결정하는 연산은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수집되는 데이터를 멀리 있는 중앙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하고, 중앙에서 연산한 결과를 다시 전송 받는 방식은 비효율적입니다.
에지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소규모 클라우드 시스템 여러개에 분산시켜 처리합니다.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이동할 때 자동차와 가장 가까운 위치의 클라우드에서 컴퓨팅 자원과 기능을 제공하도록 만듭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와 같이 신속하고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 는 서비스에 꼭 필요한 기술이죠.
에지 클라우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포그(Fog) 클라우드’도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데이터를 하늘에 있는 클라우드까지 보내지 않고 주변에 낀 포그(안개)에서 처리하는 기술입니다. 가전제품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같은 사 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한 뒤 인터넷으로 관리하는 ‘사물인터넷 (IoT)’ 기술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포그 클라우드는 사물인터넷에 참여하는 장치들 바로 주변에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개념입니다.
홀로그램 통화, 클라우드면 가능
모바일 클라우드는 인공지능(AI) 기술에 날개를 달 전망입니다. 한 예로 AI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학습 기능을 수행할 때, 예전처럼 대량의 학습 데이터를 중앙의 클라우드로 전송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AI 장치와 인접한 에지 클라우드에 수많은 정보를 나눠 저장한 뒤, 각각의 에지 클라우드에서 정보를 처리하면, 이것을 전송받아 학습 을 진행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러 개의 에지 클라우드들이 협동해 개별적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분산 AI 기술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AI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 셔틀버스 서비스나 에지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한 CCTV 분석 등이 지금보다 더 대중화되겠죠.
영화 속 홀로그램 기술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가능해집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슈트를 개발나 물체를 분석할 때 공중에 영상을 띄워 놓고 조작합니다. 원격으로 모교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강연을 하기도 하죠. 이때 허공에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을 홀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영상 데이터의 수백 배에달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0.1초의 지연도 없이 고성능 컴퓨터로 처리해야만 가능한 기술입니다. 영화에서는 자주 등장하 지만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하지만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모바일 클라우드가 제공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 하듯 홀로그램 통화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바일 클라우드는 점점 더 개인 맞춤형 기술이 될 겁니다. 한 예로 유럽에서는 ‘팔로우 미 클라우드(FMC· Follow Me Cloud)’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FMC는 모바일 클라우드의 이동성과 개인 맞춤형 특성을 극대화한 서비스입니다. 필요한 기능, 데이터, 연산처리 능력에 맞게 사람마다 다른 모바일 에지 클라우드가 구성되고, 이것들이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가까운 미래엔 저마다 클라우드를 하나씩 데리고 다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한국은 클라우드 구현하는 통신 기술 1등
모바일 클라우드는 미래 정보통신기술의 핵심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AI나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 등과 융합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해외에서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와 같은 ‘IT 공룡’들이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고, 국내 이동통신 3개 회사의 전문가들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클라우드 연구를 하다 보면 이렇게 해당 기술을 선도하는 연구팀과의 협력이 흔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연구자들과 서로 의견을 개진하고,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일은 상당히 흥미롭고 멋진 일입니다.
모바일 클라우드 분야는 현재 독보적인 1등이 없습니다.
나라별로 강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죠. 유럽은 네트워크 기술과 에지 클라우드를 이용한 컴퓨팅 기술 분야에 앞서 있고, 미국은 AI 기술과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반 기 술인 5G, 6G 통신 기술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한 연구자로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모바일 클라우드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필자소개.
송재승.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1996년 연세대 환경과학과, 2000년 서강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에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서강대에서 받았다.
2008년까지 LG전자에서 휴대폰 개발 및 모바일 기술 관련 국제 표준을 담당했고,
이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으로 옮겨 2013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부터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사물인터넷(IoT) 국제 표준 단체인 ‘oneM2M’ 에서 기술총회 부의장을 역임하며
모바일 클라우드 관련 국제 협력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전기전자공학자 협회인
IEEE에서 다수의 저널 에디터로도 일하고 있다. jssong@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