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의 대상은 우주의 자연현상에 대한 사실을 탐구하는 데 있다. 과학자들은 주관적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객관적 사실을 발견하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그들은 관찰한 사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연결짓는다. 왜냐하면 어떤 일이라도 그것이 발생한 과정을 더듬어 올라가면 반드시 그 원인에 귀결되기 때문이다. 쇠붙이가 녹스는 것은 습한 공기가 쇠붙이와 접촉하기 때문인데, 이와 같이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과학자들은 규명함으로써 우리들이 지나간 사건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장래에 닥칠 일에 대하여 예측하고 조정하게끔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연구하나
과학을 크게 나누어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으로 대별할 수 있다. 순수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의 물질과 자연세계를 더 잘 이해하는 연구를 계속하여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 사실에 대하여 설명을 첨가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들은 새로운 발견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여러분들도 대부분 이러한 지적 호기심을 갖고 있을 터인데, 자연과학을 공부함으로써 이해를 할 수 있게 되고 호기심을 만족시키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응용과학(Applied Science 또는 Technology)을 하는 사람들은 과학적 발견을 곧바로 사용한다. 응용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기술문명이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편리한 생활을 즐기고 더 오래 살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서운 전쟁무기의 개발과 자연환경의 훼손을 초래한것도 기술의 발달에 원인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과학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유해한 부작용을 수반하지 않고 오직 인류복지에 유용한 결과만을 제공해 주는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술문명이 가져다준 인류복지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유해한 부작용 만을 최소화하거나 제거시키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는 방법을 소위 과학적 방법이라고 한다. 물리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의 분야에 따라서 그 방법이 구체적으로 조금씩 다룰 수 있지만, 모든 자연과학 분야에 공통되는 중요한 대목은 다음의 여섯 단계로 간추릴 수 있다. 1. 문제의 제기 2. 관찰과 기록 3. 과학적 법칙의 추구 4. 가설의 설정 5. 이론의 수립 6. 이론의 수정 이상 여섯가지 단계에 대하여 여러분 자신이 주인공이 된 과학자라는 입장에서 좀더 자세히 생각해보자.
□ 문제의 제기
여러분은 과학적 탐구를 할 때 핵심이 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설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가끔 이것은 질문의 형태로 설정되기도 한다. 예컨대 과거의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었던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기체의 성질은 무엇인가?'와 같은 것이다.
□ 관찰과 기록
과학적 문제의 탐구는 실험을 설계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실험이라는 것은 조심스럽게 고안된 계획과 절차를 말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서 여러분은 관찰을 하고 문제해결에 실마리가 되는 사실들을 모으는 일을 해야 한다. 실험할때 우리는 몇가지 조절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고 있는데, 이런 요소들을 하나씩 변화시켜 가면서 그 결과를 점검해 보게된다. 점검하는 과정을 우리는 관찰이라고 하며 그 결과를 실험 데이타라고 한다.
여러분이 간단히 실험해 볼 수 있는 예를 들어보자. 장난감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은 뒤 실로 단단히 동여매고 냉동실에 약 15분 쯤 넣어두자. 시간이 지난뒤 꺼내 보면 어떻게 되었을까? 팽팽하던 풍선이 분명히 작아졌음을 보고 공기가 차가와지면 부피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한참동안 방안에 내버려두면 풍선은 다시 부풀어 올라서 크게된다. 즉 기체의 온도를 변화시킴으로써 그 부피가 변하게 되는 것이다.
풍선으로 이렇게 실험해 보는 것은 정성적인 실험이 될 뿐이지만, 더욱 유용한 실험이 되기 위해서는 온도와 기체의 부피를 정확히 잴 수 있는 장치를 쓰는 것이 좋다. 기체의 질량도 바꾸어가면서 실험해 볼 수 있고, 또 여러가지 다른 종류의 기체를 가지고 실험해 볼 수도 있다. 정확하고 정밀한 측정을 하는 것이 과학 탐구에서 가장 중요하다.
□ 과학적 법칙의 추구
17~18세기의 많은 과학자들이 기체실험을 수행하여 여러가지로 조건을 변화시켰을 때 나타나는 기체의 행동을 조사하였다. '샤를'(J. Charles)이 그 중의 한 사람인데 그는 기체의 부피가 온도에 따라 변하는 것을 정확히 측정한 뒤에 그 실험 데이타를 정리하여 샤를의 법칙을 마련하였다.
"일정한 압력(P) 조건에서 기체의 부피(V)는 절대온도(T)에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V=kT(P가 일정)가 된다.
이렇게 과학적 법칙은 자연현상의 원인-결과의 정량적 관계를 분명하게 나타내 준다. 그러나 샤를의 법칙은 기체의 온도가 변함에 따라 그 부피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잘 나타내고 있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 가설의 설정
왜 그런지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그럴듯한 추측을 해보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열이라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유체라고 생각해 보자. 기체가 가열되었을 때 열이 기체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가열된 기체가 더 큰 부피를 갖게 된다고. 실험결과를 보고 이러한 추측을 하는 것을 가설(hypothesis)이라고 한다. 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유체라는 생각은 매우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 가설이 틀림이 없는지를 알아보는 또 다른 새로운 실험을 할 필요가있다. 새로운 실험을 수행하여 그 결과가 가설에 일치하면 가설은 신빙성을 갖게 되지만, 만약 새로운 실험 결과가 가설에 전혀 어긋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 가설은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다. 열을 유체로 본 가설은 결국에는 모순이 밝혀져서 버릴수 밖에 없었다.
□ 이론의 수립
과학적 관찰과 법칙들은 그림조각 맞추기(jig-saw puzzle)의 조각같다고할 수 있다. 많은 조각들을 제자리에 찾아두고 보면 뚜렷한 형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형상을 이론(theory)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오랜 세월동안 연구하여 관찰한 것들을 통합한 이론은 매우 보편타당성 있는 설명을 제공해 준다. 처음에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여겨졌던 실험관찰들이 이 이론에 비추어 보면 서로 관련성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기체의 분자운동 이론은 모든 종류의 기체를 여러가지 상황과 조건에서 실험했을 때 그 성질을 설명하고 예측하는데 매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주었다.
□ 이론의 수정
이론이 완전무결한 것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 때로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현재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사실을 포용하게끔 이론을 수정해야만 한다. 때로는 이론을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송두리째 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질의 연소에 관한 플로지스톤(phlogiston) 이론이 그런 경우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연소하는 물질은 어느것이나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이 있어서 연소할 때 그것이 달아나 버린다고 했다. 따라서 연소하는 물질에서 튀어나온 플로지스톤이 용기를 꽉 채워버리면 더 이상 연소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1778년에 프랑스의 과학자 '라보아제'가 물질이 타는것은 플로지스톤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기중에 있는 산소와 결합하는 것임을 밝힘으로써 플로지스톤 이론은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연소이론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 (과학동아3월호 122쪽참조)
아인슈타인이 준 교훈
고등학생 여러분은 아마도 아인슈타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란 인물이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차원의 사람이어서 그의 생애나 사상이 우리에게 별로 공감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그는 귀족 출신도 아니고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주위의 사람들을 압도하는 천재 소년도 아니었고 일류대학의 우등생도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실업자의 설움까지 맛본 사람이었다. 학대받는 민족의 한사람으로 함께 어려움을 겪었고 부인과의 불화로 고독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누구하고나 함께 웃고 즐겼으며 청소부에게나 대학총장에게나 똑같은 말투와 태도로 대하는 휴머니스트였다. 그의 독특한 '삶의 자세'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안겨준다. 즉 학문을 하는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사회를 대하는 태도 모두 독특하여 한마디로 말해 그는 '세상의 흐름'에는 무관하게 자기의 신념과 주관에 끝까지 충실한 사람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를 천재 뿐 아니라 위인의 위치까지 올려주는 요소라고 하겠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극히 서민적이었고 인간적이었다. 우리는 이런 과학자의 태도를 본받아 감격과 용기를 되찾으며 특히 진리탐구의 큰 뜻을 가진 많은 젊은이들이 자연탐구에 몰두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