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뉴 스페이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다만 야근을 조금 곁들인...

뉴 스페이스 시대 우주산업 트렌드를 살펴봤다면 이제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다. 2015년 설립된 초소형 위성 전문 업체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를 시작으로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이노스페이스, 우주 쓰레기 솔루션을 제공하는 우주로테크 등 한국에서도 우주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20~30대 젊은 창업가들로 이뤄진 이들 우주 스타트업들은 ‘스페이스 마피아’라는 단체를 결성해 국내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끌고 있다.

 

 

“큐브샛으로 우주에서 
산업혁명을 일으킬 겁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우주산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헤리티지’를 중시한다. 위성 서비스의 경우, 발사를 통해 우주에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이 있는 제품을 사용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일단 우주에 올라간 위성은 고장이 나도 수리할 방법이 없으니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써서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스마트폰용 배터리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저렴하고 대중적인 제품을 위성에 실어 테스트해 보니 큐브샛 등 초소형 위성의 수명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기존에 위성에 탑재하던 GPS는 몇천만 원에서 몇억 원의 고가 제품이었는데, 가격을 100분의 1 수준으로 내릴 수 있게 됐다. 큐브샛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계기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NST) 역시 소형 위성으로 획득한 영상과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NST 연구소에서 오형직 운영이사와 이정규 위성개발본부장, 신진영 연구원을 만났다.


NST는 50kg 미만 큐브샛을 개발하고 있다. 큐브샛은 마치 레고처럼 모듈을 쌓아 만드는 초소형 위성으로 위성의 대중화를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과거엔 좋은 옷을 귀족들만 누릴 수 있었지만 산업혁명으로 방직기술이 등장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누구나 좋은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며 “우주산업 역시 수억 원대의 부품을 사용하는 대형 위성이 아닌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저렴한 큐브샛을 통해 산업혁명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위성 서비스 분야는 ‘빅뱅’으로 표현해도 좋을 만큼 시장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오 이사는 “지난해 위성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플래닛 랩스가 3조 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등 위성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규제 때문에 이 무대에서 폭발력 있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정보활용협의체 구성 및 운영지침’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4m보다 정밀한 해상도로 촬영한 위성 영상을 공개할 수 없다. 오 이사는 “반면 해외 기업은 국내 지역을 4m보다 높은 해상도로 촬영해 판매해도 문제가 없다”며 “규제에 허점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대학에 위성 관련 전문학과가 단 하나도 없는 것도 위성 산업이 직면한 문제다. 세 연구원을 포함해 NST의 연구원 대부분도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했다. 신 연구원은 “학부 시절 12명의 수강생이 모여 가상으로 인공위성을 설계하는 수업을 듣고 위성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연구소에 취업하려고 해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을 제외하곤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다.


오 이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영국 서리대 등에 위성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과가 있다”며 “국내에는 위성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과가 없어 회사 입장에서도 인재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시작으로 국내 우주산업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 오 이사는 “20년 전 ‘박세리 키즈’, 10년 전 ‘김연아 키즈’처럼 지금부터 성장할 ‘누리호 키즈’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필요 없다는 점을 우주산업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우주는 중독성이 있다”며 “자신이 만든 위성을 우주에 보낸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들 밤낮없이 열정을 쏟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우주산업에 종사하고 싶은 꿈을 가진 독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누군가요? 어서 오세요.”

 

 

“위성을 목적지까지 
로켓배송해 드립니다”
이노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을 적용한 소형 발사체로 소형 위성을 우주공간으로 발사하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은 연료는 고체, 산화제는 액체를 사용한다. 비교적 구조가 간단하다는 고체 엔진의 장점에, 추력 조절이 가능하다는 액체 엔진의 장점을 조합한 형태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12월 8일 세종시에 위치한 이노스페이스 본사에서 발사체 인젝터를 개발하는 최송이 주임연구원과 발사체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는 차승원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저희가 개발하는 발사체는, 비유하자면 우주 택시라고 할 수 있어요.”


최 주임연구원은 이노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발사체 ‘한빛’을 택시에 비유했다. 스페이스X의 팰컨9처럼 대형 발사체에 실린 위성은 마치 버스처럼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고 내가 내릴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한빛은 택시와 같이 위성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실어 주는 게 특징이다.


발사체 시장은 과거에는 국가 간 경쟁의 장이었다. 하지만 우주산업의 많은 부분이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발사체 시장 역시 민간 주도로 재편되고 있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500kg 이하 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하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덩달아 소형 발사체에 대한 요구도 늘고 있다. 차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도 발사체 스타트업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로 뉴 스페이스 트렌드를 실감할 수 있다”며 “스타트업은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개발을 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프로젝트를 맡는 국가와 역할이 다르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만이 가지는 어려움도 있었다. 차 선임연구원은 항공우주학과에 진학해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한길만 걸었다. 학업을 중단하고 싶지 않아 군대도 미룰 정도였다. 원하는 일과 딱 맞는다고 생각해 이노스페이스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천직을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스타트업에서의 하루하루는 순탄치 않았다.


“학교에서는 ‘이상적인 유량이 유입될 때’ ‘온·습도가 일정할 때’처럼 특정 상황을 가정해 두고 값을 구했어요. 하지만 실제 로켓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기체와 액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쳐 원하는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수의 인원이 일당백으로 활약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의 실수가 전체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차 선임연구원은 “각자 다른 세부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를 의논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 힘들었다”며 “게다가 신생회사라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과 부담은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많은 시간을 쏟아 자신만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최 주임연구원은 “체계가 확실하지 않은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오히려 성향에 잘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국방과학연구소라는 굉장히 체계가 확실한 직장에 다녔는데 정해진 규칙이 많아 융통성을 발휘할 구석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며 “체계가 덜 갖춰졌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해 이노스페이스는 브라질에서 한빛의 시험발사체를 쏘아올릴 예정이다. 두 연구원은 성공적인 발사를 기원하며 항공우주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최 주임연구원은 “저 또한 나로호를 보면서 로켓에 대한 꿈을 키웠다”며 “올해에도 누리호는 물론, 많은 민간 기업의 로켓 발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많은 관심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업종에 취직하는 경우가 적었다”며 “시험발사에 꼭 성공해 우주산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 쓰레기 담을 
쓰레기봉투를 판매합니다”
우주로테크

2030년까지 10만 기가 넘는 위성이 지구 궤도를 뒤덮을 예정이다. ‘케슬러 신드롬’을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197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도널드 케슬러 연구원은 지구 궤도상의 우주 쓰레기 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이들이 서로 충돌하고 그 때 발생한 파편이 다시 충돌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파편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주개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소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우주잔해물조정위원회(IADC)는 위성이 우주에서 25년 이상 머물지 않도록 ‘25년 규정’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아직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이에 우주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우주로테크 역시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우주 쓰레기를 폐기하고 예방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영등포구 스튜디오51에서 만난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는 “우주 쓰레기에 세금을 매기자는 의견이 국제우주개발콘퍼런스(ISDC)에서 제시되고 있다”며 “비유하자면 우주로테크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우주 쓰레기를 폐기하는 수단)를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은 결국 전자제품이다. 수명을 다하면 다른 위성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잘 떨어뜨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인공위성에 작은 추력기를 붙이고, 인공위성 충돌이 예상되는 시점 혹은 임무를 다한 시점에 추진기관을 작동시켜 지구로 떨어뜨리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런 추진기관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이전에도 꽤 있었다. 추진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 널리 사용되는 제품은 없다. 이 대표는 “위성 개발 기업에게 임무 후 폐기를 위한 추진기 탑재를 꺼리는 이유를 물었더니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싫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위성에서 추진기관이 차지하는 부피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 정도인데 이 공간에 대한 발사비용은 1억 원가량이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굳이 1억을 더 쓰는 것이 부담이라는 고객기업의 입장이었다.


이 대표는 인공위성의 외부 벽면에 패널처럼 부착할 수 있는 얇은 추력기를 떠올렸다. 기존에 상용화된 추력기는 대형위성의 추력기를 그대로 축소시킨 형태로 추진제 탱크, 배관 등 구조가 복잡했다. 반면 우주로테크에서 개발한 추력기는 형상 자체가 하나의 판 형태로 단순하고 50kg 미만 초소형 위성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지상에서 추력 시험을 마쳤고, 현재 우주용으로 설계 중이다.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변화에 대해 “우주산업을 위성, 발사체에만 국한하지 말고 문화, 생명과학, 제조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공 별똥별을 떨어뜨리거나 우주 장례식을 치르는 등 최근 우주산업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로켓을 사랑하는 학생이었다. 처음에는 연구기관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를 테스트하는 영상을 본 후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에는 미국에서 하면 한국에서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부터 추진 분야 연구실을 모두 조사했고, 위성추력기를 연구하는 김태규 조선대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갔다. 휴학 후 창업을 준비하던 때, 연구실과 회사를 동시에 운영하는 김 교수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주 연구 분야 중 고객의 니즈가 있는 분야를 찾다 보니 우주 쓰레기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스페이스X처럼 비교적 큰 위성을 띄우는 대기업들은 25년 규정을 지키기 위해 추력기관을 탑재할 수 있다. 하지만 50kg 미만의 초소형 위성 스타트업들은 공간제약으로 규정을 지키기 어렵다. 이들은 궤도 자체를 낮게 설정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론상 400~500km 높이에 위성을 올리면 5년 뒤, 600km 궤도에 올리면 25년 뒤 위성이 자연 폐기된다. 우주로테크는 이런 기업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삼고 있다.


매년 위성의 숫자가 빠르게 늘며 우주교통관리(STM)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너무 많은 위성이 유사한 궤도를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추력기뿐만 아니라 충돌을 회피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개발할 계획”이라며 “우주 쓰레기를 예방해 인류의 지속가능한 우주개발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2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세종=이영애 기자
  • 사진

    남윤중,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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