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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전, 인류가 달에 사람을 한 번 보내는 데 들어간 비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30조 원입니다. 국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 했던 거대 프로젝트였죠.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우주와 달을 경제와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고 민간 우주산업이 태동했습니다. 그 결과 우주여행사, 위성 수리공 등 우주에서 직장을 구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래에 우주에 취업하길 희망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과학동아가 ‘우주 취업 리포트’를 공개합니다. 과학동아와 함께라면 우주 ‘취뽀(취업뽀개기)’ 어렵지 않아요.

 

01 큐브샛·소형발사체 전성시대

 

현재 지구 주위에서 활동 중인 인공위성은 지난해 기준 3372대입니다. 이 숫자는 향후 10년 안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기업들이 발사를 추진 중인 위성은 모두 7만 개에 이릅니다. 대부분 고도 500~1200km의 저궤도 통신위성입니다. 2030년이 되면 10만 기의 인공위성이 지구를 뒤덮을 예정이죠.


미국 아마존은 지구 저궤도에 3236기의 위성을 올려 전 세계 모든 곳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프로젝트 카이퍼’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 말 첫 번째 인터넷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에 앞서 2018년 일론 머스크 미국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도 저궤도 소형 위성 1만 2000기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스타링크’ 계획을 밝혔습니다. 스타링크는 지난해 12월 2일까지 총 1892기가 발사됐으며 이 가운데 1732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보급, 클라우드 구축, 기상 관측, 정찰 등 저마다 다른 이유로 전 세계 기업들은 적게는 수십 대, 많게는 1만여 대에 이르는 위성을 발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에 여러 기의 위성을 연계해 활용하는 트렌드는 소형 위성이 개발됐기에 실현 가능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큐브샛이 있습니다. 큐브샛은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0cm 이하인, 무게 1kg 내외의 초소형 위성을 말합니다. 1999년 미국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위성 연구자들이 처음 개발했습니다. 큐브샛은 한 대의 제작비가 대형위성의 1000분의 1 수준인 3억 원가량으로 가성비가 좋고, 디자인과 구조가 비교적 간단해 대량생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큐브샛은 부품이 점차 소형화, 경량화되며 과거 대형위성에 못지않은 성능도 갖추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위성업체인 플래닛랩스의 큐브샛 180기는 3m 떨어진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해상도의 지상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불법 벌목을 감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큐브샛의 성능은 군집을 이뤘을 때 특히 극대화됩니다. 플래닛랩스의 ‘도브’는 141기로 이뤄진 군집위성으로 매일 지구 전체를 촬영할 수 있습니다.


발사하는 위성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소형 위성 전용 발사체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주발사체는 크고 무거운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형 위성만 따로 발사하는 일은 별로 없었고, 대부분 중대형 위성을 발사할 때 틈새에 함께 실어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아 발사 시점이 늦춰지는 경우도 많았지요. 하지만 소형 위성 발사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형 발사체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개발된 소형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조한 미국의 ‘미노타우르 4호’와 일본의 ‘엡실론’ 등이 있었습니다. 모두 국가 단위로 개발한 고체 로켓으로 1회 발사 비용은 400억~600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기업이 뛰어들면서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뉴질랜드 합작기업인 로켓랩은 17m 높이의 소형 로켓 ‘일렉트론’으로 최대 300kg의 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1회 발사 비용은 750만 달러(약 89억 원)로 저렴하며, 지난해 1단 로켓의 재활용 계획을 밝혀 비용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외에도 미국의 애드러노스, 중국의 싱지룽야오, 한국의 이노스페이스 등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들이 소형 우주발사체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02 우주에도 친환경이 뜬다

 

21세기 지구는 그야말로 친환경 열풍입니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번지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런 트렌드는 우주산업에서도 이어집니다. 재사용 발사체로 친환경의 포문을 연 것은 아마존이 보유한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이었습니다. 블루 오리진은 2015년 실험용 발사체 회수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는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일은 보잉 747 여객기를 한 번 타고 버리는 것과 같다”며 발사체 재사용 시대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후 블루 오리진은 1단 로켓 ‘뉴 셰퍼드’를 계속해서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우주여행에 나선 뉴 셰퍼드는 여덟 번째 발사였죠. 


스페이스X도 2016년 팰컨9을 발사한 뒤 추진 로켓을 지상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발사체 재사용 시대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5월 1단 발사체를 10번째 재발사했습니다. 일론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회수된 1단 발사체는 100회, 열 차폐장치 등은 1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발사체 연료를 친환경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릴 때엔 많은 연료가 소모됩니다. 현재 상용화된 액체엔진 발사체의 경우 대부분 케로신 연료를 쓰는데, 300t(톤) 추력을 내는 누리호 1단만 해도 1초에 산화제와 연료를 1016kg 사용합니다. 이산화탄소와 탄소 찌꺼기 등 오염물질 배출도 상당합니다. 스페이스X의 팰컨9을 발사할 때 단 몇 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자동차 한 대가 200년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습니다.


영국 오벡스는 바이오연료를 사용해 탄소배출을 줄인 발사체 ‘프라임’을 개발해 올해 첫 발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프라임은 바이오디젤 생산 시 부산물로 나오는 바이오프로판을 연료로 사용합니다. 발사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크기가 비슷한 다른 발사체의 10% 수준인 13.8t CO2e에 불과합니다.


미국 블루시프트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초 ‘스타더스트 1.0’을 발사했습니다. 스타더스트 1.0은 최대 8kg의 위성을 운반할 수 있는 초소형 발사체로 농장에서 얻은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친환경 연료로 구동됩니다.


한편 원심력을 이용한 발사대로 연료 없이 로켓을 하늘로 ‘날리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국 스핀론치가 개발 중인 발사대는 마치 투포환을 던지듯 발사체를 원형 가속기 안에 넣어 빠르게 회전시킨 뒤 우주로 날려보냅니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에너지를 주동력원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최대 200kg 위성을 발사할 예정입니다.


스핀론치는 지난해 10월 첫 번째 발사 시험에서 가속기 최대 출력의 20%만을 활용해 3m 길이 로켓을 수km 높이까지 수직 상승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미 쏘아 올려진 위성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친환경 전략도 있습니다. 한 번 발사하는 데 최대 수천억 원이 드는 위성의 수명을 늘려 비용도 줄이고 우주 쓰레기 발생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미국 방산기업 노스럽 그러먼은 지난해 4월 임무 연장 위성(MEV)-2으로 미국 인텔샛의 정지궤도 통신위성 ‘인텔샛10-02’의 수명을 5년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텔샛10-02은 2004년 부터 정지궤도에서 유럽과 남미 등에 전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MEV-2는 갈고리 모양의 연결 장치를 이용해 위성의 분사 장치를 잡아 도킹한 뒤 위성에 연료를 공급했습니다. 노스럽 그루먼은 고장 난 위성을 수리하는 ‘임무 자동화 위성(MRV)’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03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 만든다

 

드넓은 우주는 창업자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우주가 준 영감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현실이 된 아이디어 상품은 우주여행입니다. 지난해 7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 등 4명의 민간 우주비행사는 블루 오리진의 준궤도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11분간 107km 상공에 머무르는 우주비행을 다녀왔습니다. 같은 달 일주일 전에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 갤럭틱 회장이 ‘VVS 유니티’를 타고 86km 상공을 방문하는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버진 갤럭틱은 45만 달러(약 5억 원)에 우주여행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데 저스틴 비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등 600여 명이 티켓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선보인 우주여행이 지구 약 100km 상공을 도는 무착륙 비행이었다면, ‘달’이라는 목적지가 확실한 여행상품도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대형 발사체 스타십을 타고 2023년 6일간 달을 여행하는 상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18년, 일본의 억만장자인 마에자와 유사쿠가 이 여행의 첫 손님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우주를 거대한 광고판으로 삼겠다는 기업도 있습니다. 러시아 우주 스타트업 스타트로켓은 큐브샛을 배열해 밤하늘에 거대한 광고판을 띄우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고도 400~500km를 도는 큐브샛을 활용해 드론 광고판을 ‘우주 버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죠. 다만 광고 문구를 보여주는 데 사용되는 수십~수백 대의 큐브샛이 임무를 다하면 곧바로 우주 쓰레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고종완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그룹 선임연구원은 “하늘에 띄운 큐브샛은 빛 공해를 일으켜 천문학 연구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하늘에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궤도를 돌며 지구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정보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있습니다. 미국 오비탈 인사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지상 원유 저장고를 위성 영상으로 촬영해 유가 변동을 예측합니다. 


이들은 원유탱크가 원유량에 따라 저장고 지붕이 올라가는 ‘지붕 부유식’이라 하늘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붕에 생긴 그림자를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탱크가 채워진 정도를 알아냈습니다. 방대한 위성 정보에 인공지능(AI)을 더해 새로운 정보를 창출한 셈이죠.


위성 정보는 기후 관측이나 원격 탐사 등 연구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강제 노역선, 밀선 등을 잡아내는 등 글로벌 어업 감시나, 작물 생산량 예측 등 상업적 용도로도 활용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위성을 통해 얻는 고화질 사진은 여행업, 건설업 등 민간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국내의 경우 다목적 실용 위성을 활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04 달 기지 건설 프로젝트

 

민간 우주산업은 대부분 위성과 발사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달과 같이 지구 너머를 꿈꾸는 기업도 있습니다. 달은 거리가 가깝다는 장점을 살려 추후 화성, 소행성 등 외행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달 탐사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까지 최초의 여성 우주인을 달에 보내고, 2028년까지 달에 지속 가능한 유인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한국 역시 지난해 5월 말 약정을 맺고 10번째 참여국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국가 단위로 수행되는 프로젝트지만 민간 기업도 여럿 참여하고 있습니다. 달에 과학 장비와 화물 등을 실어나르는 임무에 참여하는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2019년 6월 NASA는 이 같은 ‘우주 택배’ 임무를 수행할 기업으로 미국의 아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 머신스, 오빗 비욘드 등을 선정했습니다. 새로운 월면차는 록히드 마틴과 제너럴 모터스, 착륙선은 스페이스X가 개발할 예정입니다.


다만 인류가 달에 머무르려면 극복해야할 한계가 많습니다. 낮에는 130℃, 밤에는 영하 180℃를 넘나드는 일교차를 견뎌야 하고, 자기장이 거의 없어 곧바로 날아드는 우주방사선도 피해야 합니다. 이때 필수적인 것이 달 기지입니다. 일본 건설업체인 시미즈 건설은 2018년부터 달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달의 극지에 있는 얼음과 달 표토(regolith)를 섞어 기지 건설에 필요한 콘크리트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방사선 중 중성자선을 효과적으로 차폐할 수 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로 달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호주 건설업체인 루이텐은 접이식 대형 3D 프린터를 이용해 달 표토를 잉크 삼아 기지를 ‘인쇄’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루이텐은 현재 달 표토를 모방한 물질로 구조물을 인쇄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더 나아가 유인 탐사를 대비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달은 식량 재배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9년 독일 PTS는 달 착륙선 알리나(ALINA)에 추후 식물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장치를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달 표면 복사의 복합적인 영향 아래에서 식물 발아와 성장을 조사하기 위한 장비가 담겼습니다. 이 착륙선은 지난해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회사의 재정문제로 잠정 연기된 상태입니다.


일본에서도 스페이스 푸드X라는 스타트업이 달과 화성에서 식량을 공급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푸드X에 따르면 달에서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 식물은 미세조류와 미생물이 생산한 단백질, 동물 세포를 이용한 배양육, 식물 공장의 잎채소 등입니다.


드넓은 우주는 ‘스페이스 드림’을 꿈꾸는 이들에게 미래 먹거리를 제공합니다. 직업을 고를 때 ‘우주’가 당당히 하나의 분야를 차지할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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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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