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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일기 '유미의 세포들'을 만나다

지난 9월 17일 방영을 시작해 많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 속에 10월 30일 종영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근래까지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평범한 남녀인 김유미(김고은)와 구웅(안보현)의 달콤 씁쓸한 사랑 이야기를 애니메이션과 함께 풀어냈다는 점 때문이다. 개성 넘치고 사랑스러운 세포 캐릭터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11월 3일 유미의 세포들의 감초 역할을 맡은 세포 캐릭터를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 기업 로커스를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에 빙의해 찾아갔다.

 

 

SCENE #1. 프리프로덕션

 

로커스 마을의 번화가에 들어서니 상점이 빼곡하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2D 원화부터 3D 캐릭터, 배경 등을 만들고 있다. 3D 캐릭터로서 인기를 얻고 싶었던 스타세포는 창의세포, 사업세포와 함께 원화를 그리는 상점에 들어간다.

 

스타. (의아해하며) 아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창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도 큰 틀에서는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는 뜻이야. 콘셉트와 스토리, 디자인 등 전반적인 내용을 준비하는 프리 프로덕션으로 시작할 거야. 그 다음에는 캐릭터와 배경을 만들고 이들을 배우와 스튜디오로 이용해 영상을 만들어내는 프로덕션, 마지막으로 포스트 프로덕션에서는 앞에서 만든 영상을 편집하고 효과, 음악, 대사를 입혀 우리가 보는 애니메이션을 완성한다, 이 말이지.


스타.  (고개를 끄덕이며) 아하! 그럼 지금 그리는 그림은 프리 프로덕션에 쓰이겠군.


창의. 맞아. 지금 보는 작업은 프리 프로덕션 중에서도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우리가 만들 애니메이션에 사용될 장면이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캐릭터가 등장해 무슨 말을 할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그려야 해. 굳이 3D로 만들 필요는 없어. 스토리보드의 각 장면을 ‘샷’ 또는 ‘컷’이라고 부르고. 스토리보드가 완성되면 만들어 둔 캐릭터와 배경을 이용해 필요한 샷을 촬영해.


스타.  (당황해하며) 아니, 근데 이 그림은 유미의 세포들 선배 아니야? 이미 은퇴한 거 아니었어?


사업. (비장한 눈빛) 후후. 드라마는 끝났지만, 선배들을 영화 스타로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지. 사실 우리 마을에서는 드라마를 만들기 전부터 애니메이션 영화에 선배들을 출연시킬 계획이었거든. 영화배우라니, 정말 멋지지 않니?


스타.  (이때다 싶은 생각에) 그 영화 나도 나오면 안 될까?


창의. 아니, 너는 우리가 찾는 급의 배우는 아니야.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우리 목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특히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거라고. 이미 웹툰계의 스타였던 유미의 세포들 선배의 모습으로 디자인하고있어. 여기에 귀엽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기획하고 있지. 우리가 필요한 배우는 이 계획에 맞춰서 만들어내고 있어. 만약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만들 거라면 널 출연시키는 걸 생각해볼지도?


사업. 쯧쯧쯧.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라도 스타를 출연시킬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스타.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그렇지. 유미의 세포들 선배는 개성도 넘쳤으니까.


창의. 캐릭터를 예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개성이 중요해. 같은 캐릭터라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할 수 있지.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 표현이나 움직임처럼 계속해서 연구개발(R&D) 하면서 개선해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고 말이야.

 

SCENE #2. 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

 


 


사업세포와 창의세포는 스타세포를 데리고 상점가의 다음 골목으로 이동한다. 이곳 주민들의 화면 속에는 스타세포가 기다리던 3D 캐릭터가 있다. 자세히 살피니 아직 미완성처럼 보인다.

 

 창의.프로덕션의 출발인 ‘애셋’ 작업 중이야. 캐릭터나 배경 등으로 쓰일 덩어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돼. 형태를 만드는 모델링부터 시작해서 색과 질감을 입히는 텍스처링,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도록 관절을 만드는 리깅까지를 말하지. 과거에는 리깅을 하지 않은 상태로도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움직임이 어땠을지 상상되니?


 스타. 머릿속으로 캐릭터의 손발이 꼬이며 오징어처럼 제멋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창의. 애셋이 끝나면 영상을 찍어야 해. ‘샷’이라고 부르는 과정이지. 애셋이 촬영장과 배우를 섭외하는 과정이라고 치면, 샷은 그들을 데리고 영상을 찍는 거라고 보면 돼. 물론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연기하는 건 아니고 앞에서 만든 스토리보드에 따라서 작업자들이 하나하나 연기를 시켜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만. 3D로 캐릭터와 배경을 만들었으니 카메라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연출도 가능하다고.


스타.  (회심의 표정으로) 후후, 나는 배경과 조명을 잘 써서 셀기꾼(셀카사기꾼)이라는 별명이 있지. 그렇담 내가 촬영 감독이라도 할 수 있겠어.


창의. (한숨을 내쉬며) 애니메이션 샷에서는 우리한테 당연한 것들이 하나도 없단 말이야. 빛도 없고 날씨, 소리도 없어. 우주 공간에 나만 홀로 있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이런 부분 하나하나를 우리 로커스 마을의 주민들이 직접 채워 넣어주지.


 스타. 이런, 분명 영화랑 드라마 찍을 때는 이렇지 않았어.


창의. 나도 이번에 유미의 세포 선배들이 나온 드라마를 만들면서 차이를 많이 느꼈어. 드라마는 촬영장을 섭외하면 영상 촬영과 대사 녹음을 동시에 하잖아? 여기에 조명이나 대사 같은 부분도 한 번에 담아낼 수 있고.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우선 각 장면을 촬영하고, 편집한 다음 음성을 따로 녹음해야 한다고. 그 이후에는 보정이나 조명 같은 작업도 따로 해야 돼.


스타.  (아는 척하며) 그럼 만드는 데 더 오래 걸리겠네?


창의. 실제로 유미의 세포들에서도 드라마 촬영은 4달 정도 걸렸어. 반면 애니메이션 작업이 1년이나 걸렸다고! 

 

 

SCENE #3. 에필로그

 

창의세포와 사업세포, 스타세포는 프로덕션 상점을 빠져나온다. 마을 한편에는 작은 방이 줄이어 있다. 열려있는 방을 힐끔 보니 촬영이 끝난 장면들을 편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포스트 프로덕션이 진행되는 장소다.

 

 창의.내가 말한 거 잘 듣고 있지?


스타.  (깜빡 졸다가 깜짝 놀라며) 어, 음, 어, 아?


 창의.벌써 포스트 프로덕션 장소에 와 있어. 


스타.  (아는 단어가 나와 반가운 듯 하다) 포스트 프로덕션! 영화 촬영에서도 포스트 프로덕션이 중요하댔어. CG를 입히는 과정이 이때니까. 영화에서는 미리 CG를 만들어서 프로덕션 때 같이 촬영하는 버추얼 프로덕션(VP) 기술도 있다고! 


창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도 비슷한 게 있어. 예를 들어 스토리보드가 잘 준비돼 있으면 대사는 꼭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녹음할 필요가 없지. 실제로 유미의 세포들 선배의 대사는 배우들을 먼저 섭외해서 프리 프로덕션에서 녹음을 끝냈지.


스타.  대사도 대사인데, 효과음이나 배경음이 있어서 상황도 더 잘 이해되고 재미있던데 말이야.


창의.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야. 영화나 드라마는 특수음향을 실제로 녹음해서 쓰기도 하잖아. 애니메이션도 작품 분위기에 맞춰서 다양한 패턴으로 음향도 준비해야 한다고.

 

마을을 한 바퀴 돈 후 도착한 마을회관. 스타세포는 자신이 스타가 되길 포기한 듯하다. 부업으로 하던 기자 일이나 열심히 하기로 생각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펜과 종이를 꺼내 들며 기자세포로 변신한다.

 

스타.  (엄숙‧근엄‧진지 모드) 오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요. 국내 영상 콘텐츠 중에서 드라마랑 영화는 요즘 전 세계적으로 한류를 일으키고 있잖아요. 국내 애니메이션은 어떤 수준인가요?


사업. (어이없어하며) 갑자기 존댓말이라니! 사실 국내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나 이를 표현하는 기술력의 수준이 꽤 높아. 일례로 2019년 우리 마을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레드슈즈’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아주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는 못했지.


스타.  (엄근진에 실패한 걸 깨닫고는 다시 반말로 돌아간다) 그거 참 아쉽네. 그런데도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드는 이유는 뭐야?


사업. 우리 마을의 목표는 앞으로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의 콘텐츠로 규정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게 하는 것과, 그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드는 거란 말이지. 디즈니에서 만든 ‘겨울왕국’도 다양한 연령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잖아. 레드슈즈가 그 목표를 향한 첫 작품이었고, 유미의 세포들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창의.그래서 다양한 시도도 많이 해봤고, 차기작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 (비밀이라는 듯 스타 귀에 속삭이며) 퇴마록이라는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있지. 꽤 오래전 작품인데,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을 거야.


 사업. 요즘 콘텐츠 시장에서는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개념이 많이 쓰여.

스타. (전문 용어를 쓰는 사업 세포가 멋있어 보인다.)


사업. 웹툰을 바탕으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만든 유미의 세포들처럼 원래 있던 작품을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만드는 거지.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쉽게 만들 수 있기도 한데, 가치 있는 작품을 재발굴해낸다는 의미도 강해. 앞으로 영상 콘텐츠가 갖는 가치는 계속 커질 거야.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가 가진 콘텐츠 영향력을 넓히는 일이란 말이지. 영화와 드라마가 한류 콘텐츠로 엄청난 인기잖아. 머지않아 우리 마을의 특산품인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도 많은 이야기와 문화를 담아내 널리 자랑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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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 도움

    도움〮애니메이션 로커스
  • 일러스트

    임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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