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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복은 백신+마스크와 함께

위드 코로나 시대

영국은 7월 19일을 ‘자유의 날’로 명명하며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하고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삶을 택했다. 마스크 착용도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이다(왼쪽). 한편 돌파 감염으로 확진자가 증가해 봉쇄령을 내렸던 8월 20일 이후의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시내는 텅 비어있다(오른쪽). 이후 뉴질랜드는 단계적으로 방역 완화 정책을 펼쳤고, 위드 코로나(Living with COVID-19)를 준비하고 있다.

 

한때 국내외의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 가운데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치면 집단면역을 형성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통제할 수 있고, 완전 퇴치도 가능하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실현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전략을 바꿔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고민하며 방역 완화 정책을 준비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영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은 앞서 방역 완화 전략을 취했고, 일상의 리듬으로 돌아간 시민들이 지하철, 식당, 공항을 가득 채우고 있다. 


10월 13일 한국 정부도 11월부터 시행될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방역체계 전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합동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출범했다. 경제, 사회문화, 방역, 의료 등 각 분야별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높은 백신 접종 완료율을 기반으로 일상회복을 추진 중인 영국, 이스라엘, 독일, 포르투갈 등 해외 여러 국가 사례를 참고한다는 입장이다.


선행적으로 바이러스와 공존을 택한 국가라도 취하고 있는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완전 해제를 선택한 국가도 있고, 일부분 제한은 남겨두는 국가도 있다. 주요국의 흐름과 달리 봉쇄령을 내린 곳도 있다. 선택에 따라 결과도 달라졌다. 한국보다 앞선 방역 완화 정책을 보면서 한국이 성공적으로 바이러스와 공존하기 위해 취해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완전 방역 해제를 시작한 영국

 

영국은 가장 먼저 방역 조치를 완화한 국가 중 하나다. 영국은 지난 2월 23일 봉쇄해제 로드맵을 발표했고,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폐지 등 방역 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급기야 7월 19일을 ‘자유의 날’로 선언하며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풀었다. 영국 정부는 자유의 날 이후에도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의무가 아니라서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신 추가 접종(부스터 샷)을 권고하는 등 백신 접종에 근거한 추가 방역 조치는 따르는 모양새다. 


방역 조치를 유지하던 7월 18일까지 확진자가 늘고 있던 영국은 자유의 날을 선언한 뒤 며칠부터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7월 18일 5만 3969명에 이르렀던 확진자 수는 8월 3일 2만 1687명으로 단 2주 만에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를 집단면역의 결과라고 봤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섣불리 집단면역의 효과를 논하기 이르다는 반론도 있었다. 


감염학자인 존 에드먼드 런던 위생및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8월 3일 네이처 기사에서 “지역별로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며 “이런 급격한 추세가 유행의 3차 물결의 정점을 지났다는 의미인지, 복잡한 사회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하루 확진자 수는 8월 이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늘어 10월 15일에는 4만 4556명을 기록했다.


이 외에 독일, 프랑스 등은 백신 접종자 위주로 방역조치 완화 정책을 시행 중이며, 백신 접종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통제를 잘 해오던 덴마크, 스웨덴 등의 북유럽 국가도 감염 확산을 감수하며 방역 조치를 해제하는 추세다.


중증 치명률에 집중하는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높은 백신 접종률과 낮은 확진자 수로 ‘방역 모범국’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 초까지 100명 이내로 적은 확진자 수를 유지했다. 백신 접종 속도도 빨라 지난 7월 23일 이미 전 국민의 50%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싱가포르는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방역체계 전환을 꾀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긴 8월 10일부터 중증환자 위주의 치료와 치명률 관리에 집중했다. 일반인들은 백신 접종 상태를 증명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식당, 쇼핑몰, 학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마스크 착용과 영업시간 제한은 유지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 등의 출몰과 돌파 감염으로 지난 9월 싱가포르는 1년 4개월 만에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결국 싱가포르는 9월 27일부터 일부 방역수칙을 다시 강화했다.


싱가포르 역시 영국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부스터샷 접종을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감염으로 인한 치명률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우이 응 엉 듀크-싱가포르국립대(NUS) 의대 교수는 9월 27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뒤 감염될 경우 대부분 경미한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에 (접종하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을 접종했던 이스라엘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접종을 마친 뒤 6월 2일 실내 마스크 착용과 출입국 제한 외의 모든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6월 20일경부터 델타 변이로 감염 확진자가 꾸준히 늘었고 3개월 뒤인 9월 14일에 하루 환자 수가 1만 명을 넘어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 덕분에 중증환자는 많지 않았다”며 방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봉쇄 후 다시 일상 회복으로 가는 뉴질랜드

 

달라진 상황에서 전략을 바꾼 국가도 있다. 한때 코로나19 청정국으로 불리던 뉴질랜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운영하는 코로나19 통계 사이트 ‘코로나19 대시보드’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팬데믹 초기에 국경을 폐쇄한 뒤 환자 발생이 줄어들어 10월 15일까지 확진자 4538명, 사망자 2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섬나라인 뉴질랜드는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할 때 강력한 방역 및 봉쇄 정책을 펼쳤다. ‘제로 코로나’라는 야망을 버리지 않은 뉴질랜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됐을 때도 봉쇄를 택했다. 이에 따라 8월 확진자 수가 증가한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의 모든 학교, 기업이 문을 닫았고 이동제한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약 50일 동안의 강력한 봉쇄에도 24건의 새로운 확진자가 보고되자 뉴질랜드 정부는 결국 제로 코로나 전략을 포기했다. 이후 점진적으로 방역 조치를 하향 조정해 오던 뉴질랜드는 결국 지난 10월 4일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가기로 선언했다. 현재 뉴질랜드는 의료진을 비롯한 필수인력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등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10월 11일 기준 뉴질랜드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위드 코로나’ 준비 한국, 경각심 잃지 말아야

10월 12일, 한국은 첫 백신 접종 이후 약 8개월 만에 접종 완료율이 60%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역시 ‘위드 코로나(Living with COVID-19)’로 불리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위드 코로나를 위해 백신 패스 도입 등의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앞서 위드 코로나 정책을 먼저 시행한 국가들도 대부분 백신 접종 완료율이 높았지만, 변이 바이러스 등의 돌파 감염 위협에 취약했다. 집단 면역의 도움을 받아 바이러스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현재로서는 하기 힘들다.
백신 접종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추가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 9월 화이자는 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을 2차에 걸쳐 접종을 완료해도 2개월 이후부터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대신 추가 접종을 통해 백신 효과를 최대 9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FDA 자문기구 역시 10월 14일 모더나 백신 접종자에게 추가 접종을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고령층과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추가 접종을 할 계획을 9월 말 밝혔다.
미접종자와 접종자의 확진율 차이를 끊임없이 확인해 백신이 실질적인 방어 효과를 유지하고 있는지 추적할 필요성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스라엘은 높은 백신 접종률을 근거로 먼저 방역 완화 정책을 펼쳤는데, 현재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확진율이 거의 유사하다”며 “한국도 점차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확진율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백신을 맞고 주기적으로 항체 검사를 해 (백신에 의한 방어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스크 착용 등 기존의 기본적인 방역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는 가운데 일상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방역이 느슨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라는 희망적인 메시지에 취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등 경각심을 잃으면 안 된다”라며 “자칫하다가 안일해진 무장해제 상태에서 사상 최악의 겨울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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