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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중독 유전될 수도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이 원인

어떤 사람에게는 마약이나 술이 자신이 가진 뇌기능 결함에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이들이 가진 뇌 이상(異常)의 정체와 그 치료법은?

일부 약물중독자들의 뇌 화학작용이 정상인들과는 선천적으로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약물중독에 대한 기존의 생물학적 접근법이 보다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갖게 됐다.

지난 4월 텍사스주립대와 UCLA 공동연구팀은 알코올중독자들의 뇌 속에서 중독에 관계하는 특별한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보고했다. 이 유전자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의 하나인 도파민(dopamin)의 수용체와 관련이 있는데, 도파민은 인간의 감정 중 '즐거움'을 전달하는 화학물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대상이 됐던 알코올중독자 중 77%가 이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알코올)중독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알코올과 코카인중독의 생물학적(유전적) 근거를 밝히려는 많은 연구가 진행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우리는 뇌의 이상(異常)을 유도, 마약이나 자극제를 몹시 필요로 하는 쥐를 실험적으로 길러냈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에게도 거의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미국연방정부의 국민건강담당 공무원인 구드윈박사의 말이다.

약물이 자가치료 역할

약물 중독자의 몇 퍼센트가 생물학적인 원인을 가졌는지는 아직 정확히 잘라 말할 수 없다. 구드윈박사는 약 3분의 1에서 2분의 1에 이르는 약물중독자들이 유전적으로 중독상태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의 경우 술이나 약물은 자신들의 뇌 화학작용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일시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자가약물치료(self medication)의 역할을 한다.

생물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과학자들은 약물중독의 원인을 드러내는 유전적인 지표와 뇌기능이상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면 중독자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미 뇌이상으로 초래되는 우울증 공격성 불안등과 약물중독의 관계를 밝혀 대체(代替)약물치료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우울증

어떤 종류의 우울증은 뇌 속의 도파민부족이 원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코카인 등 자극제를 복용하면 도파민의 양이 늘어나 우울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버드의대의 에드워드 캔치안박사는 비만과 우울증 때문에 약물복용을 시작, 심한 코카인중독자가 된 20대 여인에게 리탈린(ritalin)이라는 자극제를 투여해 코카인을 끊고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코카인과 리탈린은 그 생화학적 경로는 다르지만 뇌 속에서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코카인중독과 같은 악성은 아니더라도 리탈린 역시 중독을 유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울과는 반대현상인 극도의 흥분도 도파민과 관계된다. 뇌 속의 도파민의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보통의 흥분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기존의 코카인보다 신속하고 강한 효과를 나타내는 크랙(crack, 정제한 환각제) 등을 복용, 원하는 흥분을 얻는다.

공격성, 주의산만

늘 주의가 산만하고 공격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도 화학작용의 몇가지 불균형이 발견된다. 그 하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의 결핍이며 다른 하나는 신경전달물질을 통제하는 모노아민옥시다제(MAO)라는 효소의 부족이다. 아직 세로토닌 결핍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못했지만 난폭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자살을 기도한 사람, 과잉운동증을 보이는 아이들에게서 쉽게 세로토닌의 부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알코올로 세로토닌 부족에서 오는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게 된다. 세로토닌과 관련해 흥미있는 것은 이 세로토닌 결핍현상이 유전된다는 설(說)이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를 둔 20대 청년10명과 정상인의 아들 10명을 비교 조사했을때 알코올중독자 아들들의 공격성이 더 두드러졌으나 이들에게 보드카나 진저에일 등 알코올을 투여하자 정상의 경우보다 오히려 차분하고 편안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경전달체인 아편과 유사한 물질(opioids)의 결핍도 공격성의 한 원인이다. 그런데 모르핀이나 헤로인은 뇌 속에서 이 아편과 유사한 물질의 대체역할을 한다. 때문에 지나친 공격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이런 진정제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안

지나친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대뇌에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람들이 술이나 진정제를 먹으면 GABA와 반응하는 수용체(receptor)의 활동이 둔화되어 결과적으로 뇌 속의 GABA양이 증가됨으로써 불안이 누그러진다. 최근에는 GABA의 부족과 알코올중독의 대물림현상의 관계를 밝히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뇌 속의 화학작용 이상
 

사회적 요인 무시 비난도

약물중독의 원인을 생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과학자들은 뇌 속의 화학물질이 결핍되거나 과잉인 상태를 조정, 약물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유전적으로 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의 경우 일생중 중독에의 유혹이 큰 시기인 청소년기나 중장년기에 뇌의 불균형을 조정하는 약물을 적당량 투여함으로씨 잠재적인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비판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이들이 쓰는 약물도 악성은 아니지만 중독성을 가진다는 문제점이다. 또한 이들이 규명한 뇌기능의 불균형과 약물중독의 관계는 아직 완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회학자들은 이들의 연구가 사회적인 요인은 무시한 채 지나치게 유전적인 요인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비난한다. 약물중독에 가장 취약한 사람은 유전적인 결함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주위환경이 이미 약물중독에 지배되고 있는 가난한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런 연구가 약물중독자나 그 자녀를 사회적으로 치유불가능한 인물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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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다니얼 골맨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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