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컴퓨터과목이 일제히 정규교과과정에 포함되지만 담당교사와 기자재의 부족으로 편법적인 '학교내 컴퓨터과외' 마저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중·고등학교의 컴퓨터교육이 본궤도에 올라서게 됐다. 그동안 농고 공고 상고등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만 정규 교과과정으로 실시돼오던 컴퓨터교육이 지난 87년의 제5차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중학교 실과시간에 정규교과과정으로 편입, 실시된데 이어 내년부터는 국민학교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정규교과과정으로 다뤄지게 된다.
고교과정 「정보산업」
1969년 일부 상고에서 컴퓨터 교육이 처음 실시된지 20년만에, 특활시간등을 통해 초·중·고교에 컴퓨터교육이 소개된지 7∼8년여만에 비로소 정식 교과과정으로 자리잡게 됐다.
올해부터 교과과정으로 컴퓨터 교육이 실시된 중학교에서는 기술(남학교)가정(여학교) 기술·가정(남녀공학) 상업(3학년 선택) 과목에 '컴퓨터의 이용'(기술 가정 기술·가정)과 '상업계산, 컴퓨터 및 진로'(상업)이라는 단원으로 다뤄지고 있다.
수업시간은 한 단원 교육시간인 8∼12시간은 정도로 '컴퓨터와 생활' '컴퓨터의 구성과 원리' '컴퓨터의 사용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내년부터 4∼6학년 실시과목에 분산방식으로 컴퓨터 교육내용이 삽입되는 국민학교에서는 '컴퓨터와 일의 세계'(4학년) '컴퓨터의 종류와 쓰임새'(5학년) '컴퓨터와 생활'(6학년)이라는 단원으로 각각 다뤄진다.
교육시간은 4, 5학년 떄는 2∼4시간정도, 6학년 때는 6∼8시간정도 배정돼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정보산업'이라는 독립과목으로 다뤄진다. 8단위(주당 2시간씩 2개년과정)의 선택과목으로 신설되는 '정보산업'은 정보 통신컴퓨터에 관한 내용을 싣게 되는데 컴퓨터에 관한 내용이 전체의 70%정도를 차지한다.
문교부는 컴퓨터교육이 정규교과과정으로 실시되게 됨에 따라 이를 지원하기 위해 오는 96년까지 모든 초·중·고교에 교육에 필요한 규모의 컴퓨터기자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학급별로 돌아가면서 실습을 통한 컴퓨터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급규모에 따라 1학급분(학생 2명당 1대, 교사옹 1대)의 컴퓨터 기자재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공급기종은 16비트 퍼스널 컴퓨터로 농어촌지역 도시변두리학교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평균 1백 23억원씩 모두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80년대 이후 컴퓨터활용의 보편화 추세와 특히 급속히 고조된 학생들과 학부모의 컴퓨터 교육열에 비추어 볼 때 컴퓨터교육의 정규교과과정화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게 교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연수받아도 자신이 없다"
최근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정보화시대에서 그 활용이 보편화되고 있는 컴퓨터에 대한 문맹퇴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부의 이러한 컴퓨터교육 강화 시책과 계획은 우리나라 컴퓨터교육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학교현장의 반응 또한 뒤늦은 일이지만 사회적인 요구에 학교교육이 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환영하고 있다. 컴퓨터에 관한 교육이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되면서 컴퓨터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도 최근 높아지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 외부강사를 초청, 이뤄지고 있는 컴퓨터교육에 학생들과 같이 수강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각 시·도 교위에서 실시하는 컴퓨터교육연수 참가 희망자들도 예년에 없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고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컴퓨터교육에 대한 학교환경의 이러한 관심과 열기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학교 교육여건과 환경 속에서 컴퓨터교육이 관연 제대로 실시 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먼저 컴퓨터교육을 담당할 전문 교수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교부는 지난 83년부터 컴퓨터교육에 대비하여 현직교사들을 대상으로 컴퓨터교육 연수를 실시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컴퓨터교육연수를 받은 교사는 국민학교가 3만명을 약간 상회하고 있으며 중·고교는 2만3천명 규모에 이르고 있다. 이는 국민학교의 경우 총교사의 23%, 중·고교 교사의 24% 정도에 해당된다.
중·고교의 경우 당장 컴퓨터교육울 담당해야할 기술 공업등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해왔기 때문에 대다수의 교사들이 기본적인 연수를 받은 상태에서 교육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교과목을 맡아야 하는 상당수의 교사가 아직 연수를 받지 못했다. 특히 전담교과목제가 아닌 국민학교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4∼6학년을 담당하게 되는 교사들은 모두 컴퓨터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국민학교 교사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컴퓨터에 대해 '문외한'인 상태에서 컴퓨터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문교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96년까지 초등교사 5만 7천여명, 중등교사 1만 8천여명 등 모두 7만 6천여명을 추가로 연수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연수를 받은 교사라고 하더라도 컴퓨터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문교부가 실시하고 있는 컴퓨터교육연수는 전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양연수과정(30시간), 기술 가정 상업 공업 수학 과학 등 컴퓨터교육관련 교사의 초·중등 교사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연수과정(80시간), 실업계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연수과정(2백시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증등 교사의 경우 교양 및 일반연수를 받게 되는데 총교육시간이 1백10시간에 이른다. 현직교사들은 이같은 연수과정을 통해 복잡한 컴퓨터의 논리체계, 하드웨어의 구성및 작동방법에서 베이직 등 기본 컴퓨터언어와 간단한 프로그램작성기법등을 교육받게 된다.
연수교육을 받은 일선 교사들은 한결같이 연수를 받을 당시에는 일부 간단한 프로그램까지 짤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2∼3개월 정도 지나면 교육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리게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연수후 1∼2년이 경과한 교사들은 연수를 받지 않은 교사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 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데 기인한다. 지속적이고 활용을 통해서만 그 이해를 깊이할 수 있는 컴퓨터분야에 있어서 활용되지 못하는 '짧은 지식'이 사장되고 마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학교현장에는 학원 등에서 컴퓨터를 익힌 학생이 컴퓨터교육을 실시하는 교사보다 컴퓨터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잘 다루는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주객전도'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교사와 학생간의 이러한 역전 현상은 실제 특활시간등 기존의 학교 컴퓨터교육 현장에서 쉽게 확인된다.
전체 학교의 80%가 10대 미만
컴퓨터교육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학교에서 연수받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원인의 일단은 현재 각급학교에 설치돼 있는 컴퓨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 기종도 대부분 8비트라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88년 5월말 현재 초·중·고교에 보급돼 있는 컴퓨터는 대략 5만 8천대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보유 학교수는 1만개교 정도로 1개교당 평균 5.5대를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보유기종은 8비트가 대부분이다.
규모별 보유실태등은 문교부에서 조차 정확한 통계자료가 나와 있지 않지만 몇가지 간접적인 추정 자료를 통해 대략적인 윤곽을 잡아 볼 수 있다.
컴퓨터전문 월간지인 '컴퓨터학습'이 전국의 국민학교와 중학교 2천9백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유효응답수 4백78개교)에 따르면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의 82.8%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학교는 80.4%가, 주학교는 84.5%가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 보면 도시지역의 경우 92.5%의 학교에 컴퓨터가 보급돼 있는 반면 기타지역은 미보유학교도 19.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효응답표의 편향성을 고려할 떄 실제 미보유율은 이 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러한 보유실태를 전제로 했을 때 규모별 보유상황을 보면 1∼10대까지가 전체의 80.1%로 가장 많고 11∼20대가 3.8%, 21∼30대 6.8%, 31대 이상이 9.8%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학급을 60명으로 보고 2인 1대를 기준으로 할 때 학급별 컴퓨터 실습 및 교육이 가능한 학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전체의 80% 정도가 10대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여건에서 실습을 통한 제대로 된 컴퓨터교육을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문교부의 컴퓨터 보급계획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이같은 컴퓨터 기자재난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컴퓨터교육이 정규 교과과정으로 실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절대적 부족은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로 컴퓨터교육 실시 및 정상화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학부모부담」으로 편법구입
전반적으로 컴퓨터가 제대로 공급돼있지 못한 상태에서 서울 등대도시지역의 일부 학교에서는 컴퓨터교육을 내세운 학교측의 무리한 컴퓨터 구입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서울에서는 2년전부터 컴퓨터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학교가 크게 늘어 국민학교의 경우 절반 정도가 중·고교의 경우 20∼30%정도가 30대 이상의 8비트 퍼스널 컴퓨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교부의 예산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이들 학교가 다량의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컴퓨터메이커이 대리점이나 판매대행사, 일부 컴퓨터학원 등에서 학생들의 수강료로 판매대금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컴퓨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당국은 결국 전액 학부모부담 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러한 방식의 컴퓨터구입이 편법인 것을 알면서도 손쉽게 컴퓨터를 대량 설치 할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편법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현재 서울등 대도시지역에 30대 이상의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중 70∼80% 정도는 이러한 편법으로 컴퓨터를 구입했다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주장이다
학부모 부담에 의한 컴퓨터 기자재의 편법 구입은 구입과정에서의 음성적인 뒷거래등에 대한 많은 잡음은 차지하고 학교의 컴퓨터교육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이렇게 구입된 컴퓨터는 판매대금 회수를 위해 판매업체가 지정하는 외부강사에 의한 불법 컴퓨터과외를 학교에서 실시하게 된다는 초래하게 된다. 학교 당국 또한 컴퓨터 구입비의 지불을 위해 가능한한 많은 학생들을 모아 주기 마련이다.
정규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이른 아침이나 방과후 실시되게 되는 학교내에서의 '컴퓨터과외'에는 보통 수강료가 월 1만원정도로 학원수강료(월 3만원정도)에 비해 훨씬 싸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상의 제약등으로 이런 과외수업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보통 2백∼3백명 정도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학교에 컴퓨터가 설치되기는 하지만 외부강사에 의한 '일부학생'을 위한 컴퓨터시설이 되기 십상이다. 학교에서의 컴퓨터교육이 교사가 배제된 상태에서 외부강사에 의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무제도 적지 않다. 우선 당장 학생들의 인식이 컴퓨터교육 하면 으례 외부강사에 의한 전문강의(?)를 연상하게 돼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이들 외부강사들이 실시하게 되는 교육은 각 학교별 교육의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베이직(BASIC) 등 프로그램언어 교육에 편중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외부강사로서는 항상 수강인원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흥미위주의 오락게임 프로그램등에 치중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일선 학교의 편법적인 컴퓨터교육과 학교내에서의 왜곡된 '컴퓨터과외'는 기본적으로 정부당국의 예산 지원 부족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문교부의 컴퓨터공급계획만 제대로 추진된다면 불식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문교부의 컴퓨터공급계획이 오는 96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어 컴퓨터공급시기에 있어 학교별 편차가 불가피할 만큼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전문교수인력과 컴퓨터 기가재의 절대적 부족과 함께 컴퓨터교육의 기본 방향에 대한 일선교사의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도 학교 컴퓨터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중 하나이다.
개발 시급한 CAI프로그램
현재 컴퓨터교육하면 기술 등 관련 교과목이나 특활시간 정도에 별도로 지도되는 교육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즉 컴퓨터의 구조나 원리 프로그램하는 방법등 '컴퓨터에 관한 교육 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일선 교사들의 이러한 경향은 그동안 컴퓨터교육이 사실 이런 방향으로만 실시돼온데 따른 것이 기도 하다.
그러나 초·중·고교에서의 컴퓨터교육은 프로그래머나 컴퓨터전문가를 양성해내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컴퓨터에 친숙하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교육의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는게 교육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 과학 등은 물론 모든 과목에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수업을 하는 컴퓨터 이용학습(CAI ; Computer Assisted Instruction)방식이 광범위하게 채택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교육개발원의 이옥화교육연구실장은 "학교의 컴퓨터교육은 컴퓨터이용학습 중심으로 진행되야 하며 기술시간 등의 컴퓨터교육 과정은 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지식과 기능을 연마해주는 지원개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의컴퓨터교육이 컴퓨터의 하드웨어 구조나 프로그램작성 등 지극히 전문적인 내용으로 규정돼왔던 것은 컴퓨터활용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의 경우 컴퓨터이용학습을 위한 컴퓨터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데다가 학원위주의 컴퓨터교육이 빚어낸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정보산업'을 수강하게 되는 학생들을 예외로 할 때 일반학생들이 국민학교와 중학교에서 받게 되는 컴퓨터 교과과정시간은 최소 18시간에서 최대 28시간이다. 사실 이 정도의 교과시간으로는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만도 빠듯하다.
문교부 또한 학교 컴퓨터교육이 제대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컴퓨터 보조학습이 크게 강화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전제하에 초·중·고교에서의 컴퓨터이용 학습시간을 대폭 배정해놓고 있다. 각급학교에 컴퓨터기자재가 공급되는 대로 국민학교는 4∼6학년 모두 산수·자연등의 과목에서 연간 68시간 이상을, 중학교는 전학년 모두 68시간씩 이상을, 인문계 고교는 전학년에 걸쳐 68시간 이상을 실시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96년까지 CAI프로그램에도 국민학교용 2백50편, 중학교용 2백91편, 고교용 3백6편, 특활용 1백편을 각가 개발할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컴퓨터이용학습을 통한 컴퓨터교육이 제대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컴퓨터교육과 그 방향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전환이 전제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학생들에 대한 컴퓨터교육에 앞서 교사들에 대한 마인드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규교과과정시대를 맞은 학교 컴퓨터교육은 이처럼 문교부의 의욕적인 계획과 학교현장 사이에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이 가로 놓여 있다. 학교 컴퓨터교육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조속한 교육환경 구축과 함께 문교당국의 탄력적인 정책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알기 쉽고 쓸모있는 컴퓨터가 되었으면
초등교육에 있어서 컴퓨터교육의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교육내용과 방법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과 효율적인 운영방안에 대하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퍼스널컴퓨터의 국내 보급이 급속하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교육현장에서는 이렇다할 대책이 없이 사회변화를 수용하기에 급급해 왔다.
그간 현장교사의 눈에 비친 학교 컴퓨터교육의 현실은 대부분의 경우 컴퓨터의 설치운영이 대기업의 재고처리 대상으로 이용돼 왔고 설치된 컴퓨터의 활용 역시 사설강습소 기능 이상을 수행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인은 기업들이 이윤추구에 집착했고 교사들의 사전지도 계획이 부재했다는 것 이외에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패키지들이 부족하다는 데에도 그 일단이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컴퓨터교육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나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교사의 컴퓨터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컴퓨터가 단순히 첨단 정보기기나 전지전능한 마술사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학습도구로서, 업무 보조자로서 자리잡아야 한다. 전인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가 유능한 프로그래머나 컴퓨터 강사가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컴퓨터의 적절한 활용도를 찾아내고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교사연수의 목표가 변경되어야 한다.
둘째 기기구입과 설치공간 확보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이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학급당 인원수에 맞게 컴퓨터를 구입하는 일은 현행 학교예산만으로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업자와 결탁한 부조리가 속출하고 주변기기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채 구석자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혹 몇몇 학교의 경우에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재원을 마련하였다 하더라고 기회균등의 원칙을 깨고 선택된 일부 학생들을 위한 사설강습이 학교내에서 공공연히 진행돼 왔다.
셋째 컴퓨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질 좋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애써 마련된 컴퓨터가 한낱 고철 덩어리로 상석에 모셔질 수는 없는 일이다. 몇군데 소프트웨어업체에서 학습용소프트웨어(CAI)를 내놓고 있지만, 이것조차 현장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학생들에게 엄청난 비용부담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학교컴퓨터는 대부분 전시용이나 장난감으로 전락하기 일쑤이다.
넷째 컴퓨터과목에 대한 지도 내용이 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제까지 컴퓨터 교과과정은 전문 프로그래머양성과정을 그대로 모방한 정도였다. 실제로 국민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지도한 내용 또한 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 결과 학생들에게 컴퓨터란 어렵고 지겨운 것이며, 단지 전자오락용으로만 쓸모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었다.
학교 컴퓨터의 목적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이상 컴퓨터의 원리나 구성에 관한 교육보다는 컴퓨터를 소개하고 손쉽게 이용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학습소프트웨어개발이 중요
학교교육에서 컴퓨터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반부터라고 생각된다. 당시 산업현장의 생산과정 그리고 과학기술 연구분야에는 이미 컴퓨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퍼스널컴퓨터의 등장은 청소년들에게 컴퓨터에 대한 환상과 더불어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비해 당시 학교에는 시설과 전문인력이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컴퓨터교육은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학교현장에서의 컴퓨터교육은 사회적 변화에 따르지 못하고 깊은 열등감에 빠져들어 시행착오와 갖은 오류를 거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몇몇 학교에서 정부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소규모의 컴퓨터 시설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컴퓨터교육을 실시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현재 중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컴퓨터교육의 형태를 살펴보면 유료수강자를 모집하여 초빙강사로 하여금 교육을 시키고 있고 특별활동으로 40~50명으로 이루어진 컴퓨터반을 운영하며 특별한 소질을 가진 소수 학생들의 모임도 꾸려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도시학교에 편중되어 있고 도서 벽지학교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존 교육과정운영에도 어려운 학교재정 때문에 컴퓨터교육을 위한 시설투자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시설을 갖춘 학교들은 대부분 컴퓨터교육수강료에서 강사료를 제외한 잉여금을 시설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육성회의 지원에도 일부 의존한다.
설령 시설이 구비되었다 하더라도 교육상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점은 중학교 교사중에 컴퓨터를 전공한 교사는 극소수이고 각 학교에 교육을 담당할만한 교사가 있더라도 이들은 담당과목수업과 성적전산처리 및 시설관리 때문에 학생들의 컴퓨터교육을 준비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컴퓨터교육은 정규수업시간외에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실시하고 이에 따라 유료수강자만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교육의 불균등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학교에 컴퓨터교육을 담당할 전문교사가 배정이 된다면 해소될 수 있겠지만 현재 실정으로 불가능하다. 이외에도 컴퓨터의 추세가 8비트에서 16비트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어 8비트형 컴퓨터로 시설을 갖춘 학교에서는 앞으로의 교육방침에 매우 난처한 입장에 있다.
올해부터 중학교 기술·가정교육 과정에 컴퓨터에 관한 단원이 설정되었고 문교부는 16비트 컴퓨터를 각극 학교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런데 이와 함께 병행해야할 것이 있다. 컴퓨터 교육이 더욱 큰 효과를 가져오려면 컴퓨터의 다양한 활용방법이 개발되어 학교현장에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컴퓨터에 관한 지식과 기능교육에만 치우치지 말고 컴퓨터를 다른 교과에 활용하거나 학교 업무의 능률적인 관리에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밖에 컴퓨터는 졸업반의 진학에 관한 정보를 체계있게 제공하여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보조적인 상담역할을 해줄 수도 있어야 한다. 또 현재 각 학교에서 성적처리에 활용하고 있는 것 이외에 학생인적사항 제증명서발급 실험기자재관리 서무관리에도 활용한다면 교사들이 잡무로 부터 해방되어 보다 교육적인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움 많은 직업교육
연말이 되면 상업계 고등학교에는 때아닌 신사복을 입은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다른 실업계 고등학교도 마찬가지겠으나 이제 막 취업을 한 학생들이 신입사원 연수에 참여하기 위하여 학교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방금 전에도 10여명의 학생들이 전산실을 다녀갔다. 약속이라도 한듯 청색 양복에 흰 셔츠를 입은 그들의 모습이 한없이 대견스럽고 믿음직스럽다. 처음 입어보는 시사복이며 처음 매어보는 넥타이가 그들에게 어울릴리가 없지만 상기된 표정에 수줍음까지 깃들여 있는 신출나기 사회인을 바라보며 한없이 만족해하는 것은 3년이란 시간을 그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생활해온 교사가 아니고서는 실감할 수 없는 감정이리라.
이렇게 학교를 떠한 학생들은 해가 바뀌고 어느 정도 회사생활에 익숙해지면 마치 연어가 제 고향을 찾아오듯이 학교로 찾아와 그동안의 사회경험과 회사에서 느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된다. 이것 또한 교사로서 빼놓을 수 없는 보람이지만 컴퓨터교육을 담당하는 본인으로서는 여러가지 난감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 컴퓨터의 활용에 대해 많은 졸업생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를 가리켜 정보화사회라고 하거니와 컴퓨터의 개념도 이제는 몇몇 전문가만이 다룰 수 있는 특별한 기계라는 외경스런 존재에서 벗어나 누구나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계라는 인식이 보편화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때 학교에서의 컴퓨터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으나 도처에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문제점은 컴퓨터의 보유대수가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각급학교의 컴퓨터 보급률을 보면 상업계 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졸업 후 바로 취업과 연결되는 학교의 특성을 교려할 때 결코 좋은 환경이 될 수는 없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도 현재 16비트 PC를 60대 설치하여 교육에 임하고 있으나 2천명 학생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기에는 절대 부족한 양이 되고 있다. 특히 졸업 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워드프로세서나 디베이스(dbase), 로터스(Lotus) 등과 같은 각종 패키지교육은 직접 사용해 보면서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해 나가야 하는 것인만큼 학교에서 반드시 교육을 시켜주고 싶지만 컴퓨터의 부족과 시간의 안배 때문에 정보처리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에선 심도 있는 수업을 할 수 없는 실정이고보니 교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둘째로는 아직도 사회에서의 컴퓨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교육은 그 사회의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실업계 학교로서는 졸업 후 학생들이 실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소임이 있으나 아직도 회사에서 보내오는 취업 추천 의뢰서에는 대부분 학생의 자격 요건으로써 주산과 부기 2급이상의 자격소지자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서도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실정이어서 컴퓨터의 활용에 대해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사회에서는 교육받은 인력을 학교로부터 수급받는 상호유기적인 관계가 아니겠는가. 비록 단기적으로 투자의 비용이 들더라도 여러 산업체가 재생산적인 차원에서 학교에 시설투자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