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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검증│인류 지식의 최전선을 시험하다

UFO라고 하면 으레 외계에서 온 비행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기체의 형태와 비행 방식이 지구에서 만들어진 비행체라 하기에 부자연스러운 때가 많아서다. 이들은 UFO가 지구인은 이해하지 못할 초월적인 외계 기술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혹시 현재 존재하는, 또는 아직은 없지만 미래에 존재하게 될 지구 기술로 UFO를 만들 가능성은 없을까.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파악된 대표적인 UFO의 특징을 구현할 방법을 모색해 봤다.

 

 

1. 외형

1-1. 대칭형

지금까지 관찰된 UFO는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띤다. 가장 널리 알려진 UFO 모양으로는 돔 모양이 꼽히며 이외에도 구, 피라미드, 전구, 원통 등 수십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모양은 다양하지만 공통된 특징도 있다. 세로 단면 형상이 ‘대칭형’이란 점이다. 앞뒤좌우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칭이다. 이와 달리 우리가 보는 일반적인 지구상의 비행체는 비대칭형이다. 긴 원통형 몸통을 지녔지만 앞과 뒷부분은 가늘고, 특히 뒷부분이 더 가는 모양을 하고 있어 앞뒤 구분이 쉽다. 


비행체를 비대칭형으로 만드는 이유는 대기의 저항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김규홍 서울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비행체 앞부분에서 갈라진 대기가 중간에 흐름이 끊기지 않고 비행체 끝부분까지 흘러갔을 때 대기에 의한 저항이 가장 작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를 유체에 저항을 가장 덜 받는 형태라는 뜻에서 유선형이라고도 일컫는다.


반면 비행체가 대칭형이라면 이 부분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동그란 공을 던진다고 생각해보자. 공이 날아갈 때 정면에서 닿은 공기는 갈라져 공의 표면을 따라 뒤편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나 갈라진 공기는 공이 나아가는 방향의 정반대쪽 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뒤편으로 날아가 버리게 된다. 이에 따라 공의 진행 방향 반대쪽 표면 부근이 순간적으로 비게 된다. 이 경우 주변 공기가 빈 곳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소용돌이, 일명 와류가 형성된다. 


와류는 후방저항을 가해 공의 속도를 늦춘다. 와류에 의한 저항이 크면 같은 거리를 가도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비행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그리고 물을 가로지르는 선박에도 와류를 최소화하는 형태가 필수로 고려된다. 김 교수는 “와류 형성을 최소화 하고자 항공 제조 기업에서는 비행체 설계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칭형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드론이나 에어 택시로 불리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UAM) 중에는 대칭형의 멀티콥터가 많다. 조영민 한서대 무인항공기학과 교수는 “대칭형은 나아갈 방향을 쉽게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가령 앞뒤 구분이 확실한 유선형의 비행기는 좌우 방향전환을 하기 위해서 서서히 앞부분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반대로 대칭형의 멀티콥터는 프로펠러를 제어해 좌우와 위아래, 심지어 정반대로도 방향을 전환해 비행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김 교수는 “대칭형 비행체는 보통 프로펠러와 같은 추진체가 여러 개라 하나가 고장이 나도 안정적으로 비행을 유지할 수 있다”며 “더불어 설계와 제작이 유선형보다 수월하다”고 말했다.


결국 대칭형과 비대칭형은 선택의 문제라 볼 수 있다. 물론 비행체의 크기가 클수록 연료비도 큰 만큼 저항을 최소한으로 받는 유선형을 택해야겠지만, 대칭형으로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와류 저항 정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의 무시무시한 추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오히려 대칭형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1-2. 날개


UFO 기체 형태의 또 하나 공통점은 날개가 없다는 것이다. 지구상 비행체에는 대부분 날개가 있다. 무거운 항공기가 공중을 나는 데 필요한 힘인 양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만약 날개가 없다면 항공기를 공중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훨씬 많은 연료를 써야하니 이 역시 효율적 연료 사용을 위한 장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날개도 무시무시한 추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귀찮은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조 교수는 “굳이 날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한 추진력이 있다면, 날개는 만들기도 귀찮고 오히려 항력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라 불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 비행

2-1. 속도


UFO가 외계의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건 비행체의 형태보다 그것의 움직임이다. 우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주장이다. UFO 목격담을 살펴보면 시속 수백km를 넘어 음속보다 수십, 수백 배 빠른 속도로도 움직인다고 전한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4월 공개한 UFO 추정 영상에서도 해군 전투기 조종사는 252노트(시속 약 467km)로 따라가며 UFO를 촬영하는 중이었다.


지구상 비행체 중에서도 음속보다 빠른 비행체는 이미 개발돼 있다. 마하 4(음속의 4배)의 전투기까지 개발됐으며, 미국 항공우주기업 록히드 마틴에서는 극초음속이라 불리는 마하 6 이상의 전투기 SR-72를 개발 중이다. 무인 비행체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04년 개발한 X-43이 마하 9.8 비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음속보다 빠른 비행체는 대부분 기술적 난제와 효율성 때문에 군사 용도로만 개발되는 중이다. UFO 목격자들이 주장하듯 음속의 수백 배까지는 어렵지만, 단순히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건 지구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2-2. 패턴


다만 그 정도 빠른 속도일 때 일어나기 힘든 현상이 여러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비행 패턴이다. 관찰된 UFO는 지그재그로 비행하거나, 나선형으로 빠르게 상승하거나, 또는 잎이 떨어지듯 하강하는 움직임 등을 보인다. 현존하는 비행기나 헬리콥터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비행 패턴이다. 유선형의 비행체는 대개 앞부분부터 서서히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기 마련이다. 특히 빠르게 이동을 하다가 갑자기 90도 내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예각 비행은 UFO의 전형적인 비행 패턴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 역시 시속 수백, 수천km가 되는 비행체가 그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그재그 비행이나 예각 비행을 구분 동작으로 보면,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순간 정지를 한 뒤 다시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가속해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정지하는 건 속도에 의한 관성력이 얼마나 크냐가 관건이다. 조 교수는 “멀티콥터는 나선형으로 상승하거나, 예각 비행을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순간적으로 정지하기 위해 진행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더 큰 추진력을 가해야 하는데 음속을 넘어선다면 그 같은 비행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시무시한 추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순간 추진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지구상의 기술로는 불가하다. 


기술적 난제보다 더 큰 문제는 안에 타고 있는 생명체다. 빠르게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속도가 0이 될 때 인체에는 견딜 수 없는 수준의 압력이 가해진다. 가령 한국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K와 KF-16이 마하 2를 넘는 속도에서 급상승 또는 급선회할 때에는 몸을 누르는 압력은 중력의 9배(9G) 이상에 달한다. 보통 중력의 4~5배를 넘어서면 눈동자에서 피가 빠져나가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음속보다 몇십 배 빨리 날아가는 비행체가 순간적으로 속도를 0으로 줄이면 탑승자에게는 9G보다 훨씬 더 큰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며 “사람은 절대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 역시 “UFO의 여러 특징 중에서도 가장 따라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혹시나 만들어 날린다 해도 사람이 탈 수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2-3. 열 발생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고 가정할 때 이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현상은 UFO에서 열 발생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권을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지구상 비행체는 거의 모두 제트 엔진이 탑재돼 있다. 제트 엔진은 내부에서 연소한 고온의 가스를 진행 방향의 반대쪽으로 분출해서 작용-반작용 원리에 의해 추력을 얻는다. 이때 고온의 가스가 분출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열이 감지된다. 


물론 고온의 열이 감지되지 않는 추력 방식도 있다. 예로 프로펠러는 고온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나로호(KSLV-Ⅰ)에 자세제어를 위해 탑재된 냉가스 추력기는 저온의 가스를 내뿜는다. 다만 이들 모두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데 주력 추력기로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무시무시한 추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현재 지구상 기술로 대기권을 고온의 열 발생 없이 빠르게 비행하는 건 힘들다.

 

2-4 무소음


빠른 속도로 비행하면 소음 발생 역시 필연적이다. 지구상 비행체는 여러 요인에 의해 소음이 발생한다. 제트 엔진의 소음을 차치하더라도 대기와 비행체의 마찰에 의한 소음, 그리고 비행체 주변을 흐르는 공기와 그 밖의 공기의 압력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이 반드시 발생하게 돼 있다. 비행체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 소음은 대기를 타고 지상까지 울려 퍼진다.


더군다나 초음속 비행체는 기체에서 생긴 충격파가 대기에 흩어지기 전에 꼬리와 엔진 주위로 매우 빨리 모이는데, 이 충격파가 충돌하면서 일명 ‘소닉붐’이라는 폭발음도 발생시킨다. 이 폭발음이 지상 건물의 유리창을 깨뜨릴 정도의 충격을 준다. 


하지만 UFO에서는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조 교수는 “소리는 매질에 의해 전달된다”며 “UFO가 우주에 있다면 안 들릴 수도 있지만 지구 대기권 내에서 빠른 비행을 하는데 소리가 안 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비행기 소음이 공항 부근 주민들에게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여러 소음 저감 기술들이 개발돼 있지만, 어디까지 줄이는 것일 뿐 아예 없어지게 하지는 못한다.

 

3.  추진시스템

결국 UFO의 이상한 비행은 대부분 ‘무시무시한 추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추정컨대, UFO의 형태와 비행을 구현하기 위한 추진시스템이 존재한다면 현재 지구상 비행체에 사용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종류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포착된 UFO에서 추진체는 관찰되지 않기 때문이다. 추진체가 UFO 안에 삽입이 돼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종종 지구에서도 무시무시한 추진시스템이 제안되곤 한다. 한 예로, 2019년 데이비드 번즈 NASA 과학임무위원회 탐사부국장대행은 이론상 광속의 99%에 도달할 수 있는 ‘헬리컬 엔진’에 대한 아이디어를 NASA의 기술보고서 서버에 공개했다.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상자 안에 앞뒤로 반복해 움직이며 상자의 전면과 후면에 충돌하는 물체를 놓으면 작용-반작용 법칙에 의해 상자가 앞뒤로 반복해 움직이게 된다. 여기서 만약 물체가 앞으로 갈 때 질량(운동량)이 늘어나고, 반대로 뒤로 갈 때는 질량이 줄면 앞으로 부딪히는 힘이 더 커서 상자가 전진할 수 있게 된다. 번즈 탐사부국장대행은 이 상자를 나선형의 입자가속기로 대체하고 그 안의 고정된 루프에 운동량이 변하는 이온을 반복 운동시키면 연료도 필요없이 장기간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추진체 하나의 크기가 길이 약 200m, 직경 12m로 거대해야 하며, 키보드를 누르는 정도의 힘인 1N의 추력을 생성하는 데 165MW(메가와트)라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개발은 어렵다. 


김 교수는 “군사 분야의 연구가 아무리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이 많다고 해도, UFO의 비행 특성을 구현할 추진시스템은 현재 지구상에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무시무시한 추진시스템을 따라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
 

4.  만들어보기

결국 지구의 기술로 관찰된 UFO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 핵심 요소이긴 하지만, 추진시스템은 현재 지구상에 있는 것을 사용하고 속도를 좀 낮춰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다른 여러 가지 특성들은 따라 해봄 직하다.


김 교수는 과거에 직접 설계했던 비행체를 떠올리며 나머지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기체는 대칭형으로 만든다. 날개도 굳이 필요 없다. 구형이든 접시형이든 크게 상관없지만, 설계의 단순함을 위해 원기둥 밑에 둥근 밑판이 있는 형태로 정했다. 

 


추진시스템으로는 프로펠러를 선택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고온의 열을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다. 소음도 제트 엔진에 비해 훨씬 작다. 프로펠러는 비행체 위의 공기를 아래로 빨아들여 아래로 내뿜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부력이 발생해 비행체가 뜰 수 있다. 물론 프로펠러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비행체 내부에 삽입해 둔다. 


그리고 원기둥 옆면에는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밸브로 이 구멍들을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든다. 상단에서 내려온 공기가 이 구멍을 통해서 나가는 방식으로 비행체가 날아가는 방향을 정하는 방식이다. 가령 한쪽 옆면의 구멍들만 열렸다면, 그 반대 방향으로 비행하게 된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구멍을 개폐하면 전 방향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더불어 빠르게 개폐해 순간적으로 멈추거나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


물론 UFO에 비하면 속도가 한없이 느리겠지만, 이런 비행체가 하늘을 휘젓는 모습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비밀스러운 외계 비행체로 여겨질 수도 있지 않을까. 

202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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