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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거나 창피해서 빨개지고, 남들이 놀리면 당황해서 빨개지고, 심하게 놀리면 화가 나서 더 빨개지고. 당연한 현상으로 보이지만 얼굴이 붉어진 당사자는 재빨리 돌아오지 않는 얼굴색 때문에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게다가 감정이 변할 때만 얼굴이 빨개지는 것도 아니다. 추운 날에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도 얼굴이 빨개지고, 어떤 사람은 술을 조금만 마셔도 혼자 다 마신 것처럼 붉어진다.

입술이 항상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원숭이의 얼굴이나 토끼의 눈이 붉은 것처럼 얇은 피부 아래로 혈관이 비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도 피부 아래에 있는 혈관과 관계있지 않을까. 피부는 표피와 진피, 피하지방층으로 구성되는데, 그 두께는 성별이나 연령, 인종, 영양 상태에 따라 다르다. 경북대 의대 피부과학교실의 정현주 박사팀은 초음파로 23~80세인 건강한 한국인 35명의 부위별 피부 두께를 쟀다. 그 결과 얼굴 피부의 두께가 다른 부위에 비해 얇은 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 대한피부과학회에 발표했다.


피부의 두께가 부위에 따라 다른 이유는 마찰이나 중력, 장력 등을 받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25~39세에 해당하는 젊은 남녀의 얼굴 피부(뺨) 두께는 2.75mm 정도로 윗배(2.97mm)와 아랫배(3.40mm), 등3.70mm)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편이었다. 목 피부의 두께도 2.25mm 정도로 매우 얇았다. 얼굴 피부에 있는 혈관들이 비교적 표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른 부위보다 혈액이 잘 비쳐 얼굴이 비교적 쉽게 빨개진다. 특히 코는 안쪽이 점막으로 이뤄져 있고 혈관이 풍부해 유독 빨개지기 쉽다.

술 마신 뒤 아시아인의 얼굴이 더 빨개진다

얼굴이 다른 부위에 비해 혈관이 많이 분포하고 피부 두께가 얇다고 해서 항상 붉어지는 것은 아니다. 화가 나거나 부끄러울 때처럼 감정의 변화가 생기더라도 얼굴은 일시적으로 빨개졌다가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온다. 혈관의 둘레에서 혈관을 지탱하는 근육이 수축하거나 이완하도록 자율신경이 조절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혈관을 탄력 있게 죄던 근육이 어떤 원인으로 늘어지면, 혈관이 이완하면서 넓어진다.

흥분하거나 창피함을 느낄 때처럼 감정이 변화하면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는다. 얼굴에 분포하는 교감신경도 활성화되고 신경절에서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아세틸콜린은 혈관 내피세포가 산화질소를 방출하도록 유도한다. 산화질소는 혈관벽을 이루는 민무늬근이 이완되도록 신호처럼 작용해 혈관을 확장시킨다. 혈관이 넓어지면 시간당 흐르는 혈액의 양(혈류량)이 증가하고, 혈액에서 붉은빛을 내는 헤모글로빈의 양도 많아진다. 결국 평소보다 얼굴이 더 붉게 보인다. 추울 때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추우면 주위에 열을 덜 빼앗기기 위해 근육과 피부가 수축하면서 혈관도 수축한다. 이때 갑자기 따뜻한 공간으로 들어가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많아져 얼굴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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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신 뒤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은 어떻게 일어날까. 대개 몸 안에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서라고 알려져 있는데, 정확히는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ALDH)가 없기 때문이다. 이 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하거나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제 기능을 못하면 술을 마시고 나서 얼굴이 붉어진다. 간과 뇌, 신장, 폐가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이 과정 중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생긴다.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축적되면 피부와 피하조직에 있는 비만세포에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히스타민을 분비한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오히려 얼굴이 새하얘진다는 사람도 있다. 확장된 혈관을 원래 상태로 수축시키기 위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데, 이 작용이 강하게 나타나면 오히려 얼굴이 창백해질 수 있다.

최근 ALDH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에게 더 많으며, 쌀을 주로 먹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의 쑤 빙 박사팀은 아시아인 2275명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곳은 주민의 99%가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녔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수가 적었다. 유럽인은 5% 정도만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녔다.

쑤 박사팀은 중국에서 쌀을 처음으로 재배했던 시점과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시점이 7000년 전~1만 년 전쯤으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은 쌀을 주식으로 삼은 아시아인에게 쌀로 빚은 술을 마시는 문화가 생기면서, 알코올의 해로움을 경고하기 위해 몸이 스스로 유전적 변이를 일으켰다고 생물의학 저널인 ‘BMC 진화생물학’ 1월 20일자에 발표했다. 따라서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지는 성향은 유럽인보다 아시아인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얼굴 빨개지는 현상도 병일 수 있어

부끄럽거나 화가 나지 않은 상태는 물론, 술을 전혀 먹지 않았는데도 만취한 사람처럼 얼굴이 벌건 사람들이 있다. 피부과 학계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너무 자주 또는 너무 심하게 빨개지거나, 시간이 지나도 원래 색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계속 붉어지는 현상을 피부질환(안면홍조)으로 생각한다.

유전적인 요인이나 심리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안면홍조가 생길 수도 있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햇빛을 오랫동안 쬈을 경우다. 피부가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을 감싸는 탄력섬유가 손상돼 혈관이 쉽게 늘어난다. 폐경기나, 호르몬억제제로 유방암을 치료할 때처럼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경우에도 얼굴이 붉어질 수 있다. 또 헬리코박터균 감염 같은 위장 질환의 증상 중에도 안면홍조가 있다.

모세혈관은 표피 아래층인 진피에 분포하기 때문에 정상 피부에서는 얼굴이 붉어지더라도 실핏줄이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피부가 오랫동안 자외선에 노출되면 혈관이 두꺼워진다. 또 스테로이드 연고를 남용하거나 여드름 또는 피부염을 반복해 앓으면 표피가 얇아지고 탄력이 떨어진다. 결국 안면홍조가 심해지면서 맨눈으로도 혈관을 볼 수 있다(모세혈관 확장증). 표피가 얇아지거나 혈관이 두꺼워져 피부 속의 모세혈관까지 자세하게 비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모세혈관은 회복이 안되므로 혈관레이저를 쏴 인위적으로 제거한다. 혈관레이저는 표피를 통과한 레이저 광선이 혈관 안에 있는 색소(헤모글로빈)에만 선택적으로 흡수되면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혈관을 파괴시키거나 수축시키고, 진피의 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콜라겐섬유를 재생시켜 새 살이 돋게 한다.
 
얼굴 빨개지는 현상도 병일 수 있어

부끄럽거나 화가 나지 않은 상태는 물론, 술을 전혀 먹지 않았는데도 만취한 사람처럼 얼굴이 벌건 사람들이 있다. 피부과 학계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너무 자주 또는 너무 심하게 빨개지거나, 시간이 지나도 원래 색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계속 붉어지는 현상을 피부질환(안면홍조)으로 생각한다.

유전적인 요인이나 심리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안면홍조가 생길 수도 있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햇빛을 오랫동안 쬈을 경우다. 피부가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을 감싸는 탄력섬유가 손상돼 혈관이 쉽게 늘어난다. 폐경기나, 호르몬억제제로 유방암을 치료할 때처럼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경우에도 얼굴이 붉어질 수 있다. 또 헬리코박터균 감염 같은 위장 질환의 증상 중에도 안면홍조가 있다.

모세혈관은 표피 아래층인 진피에 분포하기 때문에 정상 피부에서는 얼굴이 붉어지더라도 실핏줄이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피부가 오랫동안 자외선에 노출되면 혈관이 두꺼워진다. 또 스테로이드 연고를 남용하거나 여드름 또는 피부염을 반복해 앓으면 표피가 얇아지고 탄력이 떨어진다. 결국 안면홍조가 심해지면서 맨눈으로도 혈관을 볼 수 있다(모세혈관 확장증). 표피가 얇아지거나 혈관이 두꺼워져 피부 속의 모세혈관까지 자세하게 비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모세혈관은 회복이 안되므로 혈관레이저를 쏴 인위적으로 제거한다. 혈관레이저는 표피를 통과한 레이저 광선이 혈관 안에 있는 색소(헤모글로빈)에만 선택적으로 흡수되면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혈관을 파괴시키거나 수축시키고, 진피의 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콜라겐섬유를 재생시켜 새 살이 돋게 한다.

레이저 치료를 한 뒤 얼굴빛이 좋아졌더라도 여러 요인으로 다시 붉어질 수 있으므로 커피와 담배, 술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하며 뜨거운 목욕은 피해야 한다. 평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PA+, PA++ 등이 표기된 차단제가 효과적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얼굴에 바른 뒤 하얗게 남거나 미끌미끌한 느낌이 드는데, 피부를 노화시키는 자외선A를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아연이나 티타늄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다른 화장품을 바르기 전에 부드러운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는 일도 중요하다. 그린 베이스를 섞어 화장을 하면 얼굴의 붉은 기운을 감출 수 있다.

레이저 치료를 한 뒤 얼굴빛이 좋아졌더라도 여러 요인으로 다시 붉어질 수 있으므로 커피와 담배, 술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하며 뜨거운 목욕은 피해야 한다. 평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PA+, PA++ 등이 표기된 차단제가 효과적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얼굴에 바른 뒤 하얗게 남거나 미끌미끌한 느낌이 드는데, 피부를 노화시키는 자외선A를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아연이나 티타늄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다른 화장품을 바르기 전에 부드러운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는 일도 중요하다. 그린 베이스를 섞어 화장을 하면 얼굴의 붉은 기운을 감출 수 있다.

201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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