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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왜 푸를까? 자석의 붉은 화살은 왜 늘 북쪽을 가리킬까? 달은 왜 항상 똑같은 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걸까? 나는 왜 A형일까. 이런 일상적인 것들의 이유를 아는 것도 우리에게 만족을 가져다준다면, 훨씬 더 거대한 진실을 알게 될 때의 희열은 어떨까. 예를 들면, 빛의 근원 같은 것 말이다.
태양의 나이를 계산하라
한스 베테는 과학자로서 재미있는 시대를 살았다. 중력과 에너지에 대한 이론을 확립한 아인슈타인의 상대론과, 미시세계는 확률론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을 밝힌 양자역학이 이제 막 새롭게 탄생했으니, 과학자에겐 그야말로 신천지였을 것이다.
당시 가장 중요한 이슈 하나는 태양의 나이였다. 19세기 위대한 과학자 켈빈과 헬름홀츠는 각각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태양의 나이를 산출했다. 그들은 태양이 기체 덩어리인 것에 착안해 만일 태양질량만큼의 기체덩어리가 중력수축을 하면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나오는지를 계산했다. 태양은 중력에 의해 한 점으로 수축하려고 하는데 이때 위치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뀐다. 열에너지는 빛의 형태로 밖으로 나타난다. 중력에 의해 연필이 땅에 떨어질 때 위치에너지가 줄어들면서 ‘딱’ 하는 소리에너지로 전환되거나, 땅과 부딪힌 부분이 약간 뜨겁게 되면서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유가 좋을 것이다. 물론 연필의 경우엔 그 에너지가 너무 작아서 감지하기 어렵지만.
이렇게 계산한 중력에너지를 현재 태양이 매년 뿜어내고 있는 에너지로 나누면 총 몇 년 동안 태양이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밝기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산출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약 3000만 년 정도로 나왔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큰 수심에 빠졌다. 이미 20세기 초반에 지질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동위원소 측정법을 개발해 지구 암석의 나이를 측정한 결과 그리 어렵지 않게 수 억 년 이상 오래된 암석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는 거의 확실히 태양이 탄생하는 과정 중에 생겼을 것이므로 지구보다 태양의 나이가 적다는 것은 아무래도 말이 되지않았다.
한스 베테는 별 중심부의 환경에 대해 연구했다. 간단하게 계산하면 별 중심부는 온도가 대략 1000만℃ 이상으로 올라가는데, 이런 고온의 환경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고온 상태에선 태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소가 이온으로 바뀐다. 즉,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원자인 수소의 원자핵은 모두 양극의 전하를 띠므로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 밀어낸다. 이대로라면 뜨거운 태양 중심은 계속 서로 밀어내는 수소 원자핵들의 배척 속에서 압력만 높게 유지되고 아무 건설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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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오묘한 만남
베테는 새롭게 부각된 양자역학의 세계를 떠올렸다. 수소 원자핵끼리는 전하의 충돌 때문에 서로 만나기를 싫어한다는 것이 전자기학에 입각한 고전적인 개념이였다. 그러나 양자역학적으로는 늘 미미하지만 일정 확률을 따라 수소원자핵끼리 만날 수가 있kr다. 이런 확률은 정확한 계산을 통해 산출해 낼 수가 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을 찾았다. 수소원자핵 네 개가 이렇게 만나면 우주에서 두 번째로 가벼운 헬륨 원자핵이 되는데, 헬륨원자핵 하나의 질량은 수소원자핵 네 개에 비해 0.7%가 작은 것 아닌가. 이 작은 ‘잃어버린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이 곧 에너지이다(E=mc²)’라는 공식을 이용하면 막대한 에너지로 변한다. 이렇게 얻은 에너지 덕분에 태양은 현재의 밝기를 100억 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
이후, 지구의 암석보다 태양계의 나이를 더 정밀하게 알려준다고 생각되는 운석의 나이를 측정한 결과 태양의 나이가 약 45억 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태양은 자기 수명의 약 절반 정도를 산 것이다. 요즘 한국인의 나이로 치면 약 40세 정도라고 할까.
한스 베테가 중력과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이 모든 것을 알아냈을 때 그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모든 빛의 근원을 밝힌 것이다. 바로 지금 창밖을 보라. 밝은 햇살이 비치는가. 베테는 그 이유를 안다. 어두운 밤하늘이 내려앉았나. 베테가 그 이유를 안다. 일설에 의하면, 그가 이 연구 결과를 얻었지만 아직 발표하기 전에 그의 약혼녀와 밤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고 한다. 약혼녀가 말하길, “자기, 별이 참 예쁘지.” 베테의 답. “응. 그리고 난 그 이유를 알아.” 1930년대 중반, 베테는 빛의 근원을 아는 역사상 최초의 사람이 되었다. 다시 한번 정신 바짝 차리고, 빛의 근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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