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론되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변전소나 송전선 가까이 사는 사람에게 백혈병이나 뇌종양이 많다든지, VDT 작업을 하는 여성에게 유산이나 사산, 기형아 출산율이 높다는 연구보고 등도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여기에 2-3년 전부터 휴대용 전화에서 나오는 전파(전자파)가 뇌를 직격, 장기간 사용하면 뇌종양이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휴대용 전화 회사가 고소당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1993년 1월, 미국에서 뇌종양으로 사망한 사람의 부인이 남편의 사인이 휴대용 전화를 많이 썼기 때문이라며 제조사인 NEC아메리카사와 전화회사 GTE무벌네트사 등을 제소했다.
전자파란 전기의 흐름에 의해 일어나는 전장과 파장의 흐름이다. 전자파는 그 파장에 의해 성질이 달라지는데, 크게 3종류로 나눈다. 파장이 짧은 것부터 감마선, 엑스선이 있는데 이들은 방사선의 일종이다. 다음으로 파장이 긴 것이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등으로 빛의 일종이다. 이보다 파장이 긴 것은 전파라 불린다. 전파는 저주파와 고주파로 구분된다. 변전소 송전선 가정용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것은 50-60㎐의 저주파다. 레이더 FM방송 휴대용 전화 등의 것은 고주파다.
방사선이나 자외선이 암이나 백혈병 등을 일으킨다는 점은 이미 밝혀져 있다. 현재 휴대용 전화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고주파 전파'인 전자파.
전자파가 생체에 주는 영향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열작용. 전파가 생체에 들어가 분자를 진동시키고 열을 발생시키는 작용이다. 그 메커니즘은 밝혀져 있고 대책도 마련돼왔다. 또 하나는 비열작용인데, 체내 세포 분자 사이에서 전자를 이동시켜 생체의 전기반응을 흐트러뜨림으로써 일어나는 작용이다.
70년대부터 이 비열작용이 뇌종양 백혈병 유산 다운증후군 등을 일으킨다는 실험결과나 역학조사가 나왔고 그 연장선에서 휴대전화가 위험하다고 말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생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보고도 발표돼 논쟁이 되고 있다.
고주파 전파의 안전기준은 지금까지 '안테나 이론'이라는 이론에 근거해 설정돼왔다. 인간의 몸은 안테나와 같은 작용을 하는 전도체이므로 인간의 키와 같은 길이의 파장이 가장 효율 좋게 전자파에너지를 흡수하여 공진작용을 일으키고 가장 피해를 준다고 한다.
그 때문에 현재의 안전기준으로는 반파장이 인간의 키와 같은 길이인 80-1백㎒의 주파수영역을 가장 위험하다고 보고 기준치를 설정하고 있다. 이 주파수대는 FM이나 TV의 1-3채널 등에 사용되는 영역이다. 휴대전화와 자동차전화에서 사용되는 영역은 8백-1천5백㎒의 주파수다.
전자파는 어떻게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강력한 전자파를 쬐면 생체내 칼슘이온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겨 그것이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줌과 함께 암의 원인이 된다는 설이 유력하다. 칼슘이온 활동의 변화는 1976년에 미국 로마 린다대학 엔디박사연구진이 전자파를 병아리의 뇌에 쬐는 실험을 통해 밝혀낸 것.
.0.1~1㎽ 강도의 변조주파수가 6~16㎐인 전자파를 조사했을 때 뇌조직에서 칼슘이온 유출현상이 일어났다. 이 현상은 특정 강도 특정 범위의 변조파일 때만 발생한다. 이 실험결과는 전자파가 생체의 생화학적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됨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여겨져 중시되고 있다.
미국의 국가규격협회(ANSI)에서는 마이크로파의 출력한계를 7W로 하고 있다. NTT 휴대전화의 송신출력은 0.6W. ANSI 상한의10% 밖에 안되는 강도지만, 전자파가 일부분에 집중하는 열점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걱정거리다. 즉 휴대전화는 직접 귀에 대고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전자파의 강도는 거리에 반비례하고 발생원에서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그 영향이 적어진다.
노벨상 후보가 되기도 한 전자파의 권위자 뉴욕주립대 R. 베커 교수는 전자파의 영향을 특히 받기 쉬운 것은 뇌 등 신경세포나 태아, 암 등 성장과정에 있는 세포로, 매우 약한 전자파라도 오랜 시간 쬐면 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전자파를 얼마나 오래 쬐면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가는 아직 확실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