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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속의 기원...턱뼈를 남기다

[인류진화의 잃어버린 퍼즐] 세 번째 퍼즐

현생인류가 속한 호모 속 인류의 시작도 인류 진화 연구자들 사이에서 널리 논의되는 주제다.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그동안 최초의 인류로 널리 연구됐지만, 또 다른 친척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 인류와의 관계 등 밝혀지지 않은 문제가 많았다. 이 문제는 2013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화석 한 점이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

 

● 뼈 과학으로 밝혀진 정체

 

2013년 1월 에티오피아 북동부에 위치한 아파르주에서 한 개의 턱뼈 화석(LD 350-1)이 발견됐다.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대와 애리조나주립대는 지층 분석을 통해 화석이 약 275만~280만 년 전에 살던 고인류의 뼈라고 추정했다. 그동안 최초의 호모 종으로 알려져 온 호모 하빌리스가 살던 것보다 이른 시기로, 연구팀은 LD 350-1의 형태를 분석해 화석의 주인공이 호모 하빌리스보다 앞선 시기에 살던 호모 속 고인류임을 밝혔다. 연구팀은 LD 350-1의 형태를 토대로 해부학적, 생태학적 특성을 밝히고 이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를 비롯한 영장류의 턱뼈 화석과 비교했다. doi: 10.1126/science.aaa1343

 

● 새로운 호모 조상은 석기 전문가였을까?

 

큰 돌의 가장자리를 깨 날카롭게 만들어 찍개로 사용하는 올도완 석기가 처음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약 260만 년 전이다. 이때는 아직 호모 하빌리스가 등장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만들었다고 보기엔 석기가 너무 정교했다. 


그러던 중 2012년부터 LD 350-1이 발견된 지역에서 약 5km 떨어진 인근에서 LD 350-1과 비슷한 연대의 올도완 석기가 발견됐다. 올도완 석기 문화를 만든 게 LD 350-1이 속한 종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doi: 10.1073/pnas.1820177116 일부 전문가는 LD 350-1의 형태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턱과 다른 이유 역시 올도완 석기 사용에 따른 식습관 변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LD 350-1과 올도완 석기의 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우은진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시기의 유물이 화석과 함께 발굴됐다 해도 이것이 실제로 해당 종이 도구를 만들고 사용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LD 350-1과 올도완 석기의 관계는 앞으로 밝혀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호모 속 출발 두고 두 고인류학자의 논쟁

LD 350-1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고 약 3개월 뒤, 존 호크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6월호에 발표한 논평을 통해 “비교군으로 사용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턱뼈 화석의 중요한 특성이 부정확하거나 누락돼 LD 350-1은 호모 속이라고 판단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LD 350-1 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빌모어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대 교수는 “호크스 교수의 주장에 따라 증거를 재검토했지만, LD 350-1은 여전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는 차이가 크고 호모 속으로 분류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맞섰다.


이처럼 LD 350-1의 발견 초기에는 여러 고인류학자에게 논쟁의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현재는 호모 속의 가장 오래된 조상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크리스토퍼 배 미국 하와이대 인류학과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발견 초기 논란이 있던 것은 사실이나 최근 학계에서는 LD 350-1이 호모 속의 가장 오래된 선조라는 점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아직 종명이 부여되지는 않았지만, 해외 교과서에서는 호모 속의 시작으로 명시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LD 350-1이 하나의 종으로 인정받으려면 더욱 많은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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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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