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대 화학반응
지구의 역사를 바꾼 첫 번째 화학반응은 ‘광합성’이다. 광합성이란 식물의 엽록체가 빛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포도당을 합성하고, 산소를 생성하는 반응이다.
원시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고, 원시 바다에는 유기물이 풍부했다. 최초의 생명체는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무산소 호흡으로 유기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어 생활하는 ‘종속 영양생물’이었다. 종속 영양생물이 무산소 호흡을 한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유기물의 양은 차츰 감소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유기물의 감소는 지구에 없던 광합성 세균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이 세균의 광합성 때문에 대기 중 산소의 농도와 유기물의 양이 증가했다. 초기에 등장했던 광합성 세균인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은 엽록체와 같은 세포 내 소기관은 갖고 있지 않았지만, 광합성을 통해서 지구 바다 속 산소의 양을 증가시켰다. 이후 이 산소가 바다 밖으로 나와 현재 지구 대기를 이뤘다.
산소가 출현하자 산소호흡을 하는 다양한 생명체가 등장하게 됐고, 대기 중에 축적된 산소는 오존을 형성했다. 오존이 형성되자 생명체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바다속에서 살던 생물들은 서서히 육지로 그 모습을 드러냈으며, 삶의 터전이 해상에서 육지로 확대됐다.
지구의 역사를 바꾼 두 번째 화학반응은 바로 화석연료의 연소다. 화석연료를 발견하기에 앞서 인류는 불을 발견했다. 불을 쓰기 시작한 이래 인류의 역사는 전에 비해 크게 바뀌었다. 그에 비하면 화석연료로 인한 인류의 변화는 미미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쓴 덕분에 가축이나 인간의 노동력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훨씬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를 가지고 왔다는 점에서 화석연료가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고 할만하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기계의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는 석유를 대규모로 채굴해 교통수단의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탄소를 중심원소로하는 화합물이다. 이들 화합물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물이 발생한다. 이때 나오는 열에너지를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세 번째 화학반응은 금속의 제련, 특히 철의 제련과 관련된 반응이다. 제련은 광석을 용광로에서 녹인 뒤 광석에 함유된 순수한 금속을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철은 칼륨이나 칼슘, 나트륨만큼은 아니지만 금, 구리와 같은 금속들에 비해서는 반응성이 꽤 큰 금속에 속한다. 이는 철이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철보다는 다양한 화합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철은 자연 상태에서 산소와 결합한 산화철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철을 얻기 위해서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제련 과정이 필요하다. 인류는 제련 기술을 발달시켜 철을 비롯한 다양한 금속을 순수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지구와 인류의 역사에 큰 변화를 일으킨 위의 세 가지 화학반응에는 모두 산소가 관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산소가 관여하는 화학반응을 ‘산화 환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산화 환원 반응에 산소가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산소의 이동이 관여하는 산화 환원과, 전자의 이동에 의한 산화 환원 반응을 알아보자.
산소 이동에 의한 산화 환원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반응을 ‘산화’라고 하고, 산소와 분리되는 반응을 ‘환원’이라고 한다. 사포로 문지른 구리판을 알코올램프의 겉불꽃에 넣고 가열한 다음 변화를 관찰해보자. 붉은색을 띤 구리가 산소와 결합해 산화구리(Ⅱ)로 바뀌면서(산화되면서) 검은색으로 변한다. 겉불꽃이 속불꽃보다 온도가 높고, 산소가 충분하기 때문에 구리와 산소가 반응해서 산화구리(Ⅱ)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위의 실험에서 가열한 구리판을 다시 알코올 램프의 속불꽃에 넣고 가열해보자. 겉불꽃에서 검은색으로 변한 산화구리(Ⅱ)는 다시 산소와 분리되면서 붉은색의 구리로 바뀐다(환원된다). 속불꽃의 온도가 겉불꽃보다 낮고 산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램프에서 불완전연소가 일어나 일산화탄소가 생성되며, 이때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의해 산화구리(Ⅱ)가 다시 구리로 환원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산화 환원 반응에는 산소가 관여하고, 두 반응이 동시에 일어남을 알 수 있다.
전자 이동에 의한 산화 환원
그렇다면 산소가 관여하지 않는 화학반응에서 산화 환원은 어떻게 정의할까? 산화 환원 반응은 전자의 이동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화학반응에서 전자를 잃는 것을 산화라고 하고, 전자를 얻는 것을 환원이라고 한다. 아래 그림은 질산은(AgNO3) 수용액에 구리(Cu)선을 넣었을 때, 반응 전과 후의 모습이다.
반응이 일어난 뒤 구리(Cu)는 전자를 잃어 구리 이온(Cu2+)으로 산화되고, 은 이온(Ag+)은 전자를 얻어 은(Ag)으로 환원된다. 구리가 산화된 결과 생성된 구리 이온 때문에 용액은 푸른색으로 변한다. 은 이온은 환원돼 구리선의 표면에 은으로 석출된다.
이외에도 전자의 이동에 의한 산화 환원 반응은 다양하다. 푸른색의 황산구리(Ⅱ) 수용액에 금속 마그네슘(Mg)판을 담그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마그네슘(Mg) 판을 담근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용액의 푸른색은 점점 옅어지며, 마그네슘(Mg) 판에 결정이 생긴다. 구리(Cu)와 질산은(AgNO3) 수용액의 반응과 반대로 수용액 속에 있던 구리이온(Cu2+)이 마그네슘(Mg) 판에서 나온 전자를 얻어 구리로 석출됐기 때문이다. 이때 마그네슘(Mg)은 전자를 잃고 마그네슘(Mg2+) 이온이 돼 수용액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금속 마그네슘(Mg)은 전자를 잃어 산화되고, 수용액 속의 구리 이온(Cu2+)은 전자를 얻어 환원된 것이다.
2. 산과 염기의 반응
주방과 욕실에 있는 다양한 음식과 물건을 살펴보자. 식초, 레몬, 키위, 사과, 탄산음료 등은 신맛이 나며, 푸른색 리트머스 종이를 붉게 만든다. 또 마그네슘과 같이 반응성이 큰 금속을 만나면 수소 기체를, 달걀 껍데기의 주성분인 탄산칼슘과 만나면 이산화탄소 기체를 발생시킨다.
이런 성질을 산성이라고 하며, 산성을 나타내는 물질을 산이라고 한다. 산에는 염산(HCl 수용액), 황산(H2SO4), 아세트산(CH3COOH), 탄산(H2CO3) 등이 있다. 반면 비누, 하수구 세정제, 유리 세정제, 베이킹소다, 제산제 등은 쓴맛이 나며, 붉은색 리트머스 종이를 파랗게 만들고 페놀프탈레인 용액을 붉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런 성질을 염기성이라고 하고, 염기성을 띤 물질을 염기라고 한다. 염기에는 수산화나트륨(NaOH), 수산화칼륨(KOH), 수산화칼슘(Ca(OH)2), 암모니아수(NH4OH) 등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산과 염기가 각각 공통적인 성질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산과 염기를 각각 구성하는 공통적인 물질 때문이다. 아레니우스가 정의한 산과 염기를 살펴보자.
즉, 산의 공통적인 성질은 수소 이온, 염기의 공통적인 성질은 수산화 이온에 의해서 나타난다. 이번에는 다양한 산과 염기의 공통적인 성질을 정리해보자.
산과 염기는 위와 같은 공통점도 있지만, 각각의 산과 염기가 가지는 다양한 성질인 특이성도 있다. 이런 특이성은 무엇에 의해서 결정될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대표적인 산과 염기를 다음과 같이 이온화 해보자.
산은 물에 녹아 수소 이온(H+)과 음이온(A-)으로 나뉜다. 수소 이온(H+)에 의해서 산의 공통적인 성질이 나타나고, 각각의 산이 가진 서로 다른 음이온에 의해 다양한 성질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염기는 물에 녹아 양이온(B+)과 수산화 이온(OH-)으로 나뉘는데, 수산화 이온(OH-)에 의해 염기의 공통적인 성질이 나타난다. 그리고 각각의 염기가 서로 다른 양이온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성질을 보인다.
지시약으로 확인하는 산과 염기
지시약은 용액의 성질에 따라 색이 변하기 때문에 용액의 특성을 판단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16세기 영국의 로버트 보일(Robert Boyle)이 여러 식물의 즙을 용액에 사용한 것이 지시약의 시초이다.
지시약이 화학적 개념으로 형성된 것은 17세기부터다.
우리가 많이 쓰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지의류인 리트머스 이끼에서 얻은 보라색 용액을 종이에 적셔 만든다. 리트머스 이후 페놀프탈레인, 메틸오렌지와 같은 다양한 인공 지시약이 만들어졌다.
수용액에 들어 있는 수소 이온(H+)의 농도를 나타내는 값을 산성도(pH)라고 한다. 대부분의 물질은 그 값이 0~14이며, 수소 이온의 농도가 진할수록 산성이 강하고 pH가 작다. 아래는 다양한 천연 지시약과 지시약이 용액의 액성에 따라 어떤 색을 띠는지 보여준다.
중화반응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레몬즙을 뿌리거나 벌에 쏘인 자리에 암모니아수를 바르는 일, 위액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될 때 (수산화마그네슘, 탄산수소나트륨 등 염기성을 띠는) 제산제를 먹는 일 등은 모두 중화반응에 해당한다.
중화반응이란 산의 수소 이온(H+)과 염기의 수산화 이온(OH-)이 1대 1의 비율로 반응해 물과 열이 발생하는 반응이다. 이 때 발생하는 열을 중화열이라고 한다. 아래는 중화반응식과 중화반응에 관한 모형이다.
중화반응에서 산의 수소 이온(H+)과 염기의 수산화 이온(OH-)이 1대 1의 비율로 반응해 물을 만드는데, 나머지 산의 음이온과 염기의 양이온이 결합한 물질을 염이라고 한다. 위 반응식에서는 나트륨 이온(Na+)과 염화 이온(Cl-)이 만나 염을 만든다.
중화반응의 양적 관계와 그래프
아래 그래프는 일정량의 묽은 염산(HCl)에 수산화나트륨(NaOH) 수용액을 조금씩 넣을 때 혼합 용액에 들어 있는 이온의 수를 나타낸다.
중화점 이전에는 수소 이온(H+)의 양이 수산화 이온(OH-)의 양보다 많아서 용액이 산성을 띤다. 중화점에서는 수소 이온(H+)의 양과 수산화 이온(OH-)의 양이 동일해 중성을 나타내며, 중화점 이후에는 수산화 이온(OH-)이 수소이온(H+)의 양을 넘어서서 그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나트륨 이온(Na+)의 경우 반응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수산화나트륨을 넣어주는 만큼 이온의 수가 증가한다. 마찬가지로 염화 이온(Cl-)도 반응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그 수가 처음만큼 일정하게 유지된다.
산과 염기가 반응하는 중화반응에서 중화점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시약을 이용할 경우 지시약의 색깔이 갑자기 변하는 지점이 중화점이다. 전기전도도를 이용해 중화점을 찾을 수도 있다. 강산과 강염기의 중화반응에서는 혼합 용액의 전기전도도가 가장 낮은 지점이 중화점이다.
중화반응에서 중화열이 발생하므로 혼합 용액의 온도가 가장 높은 지점도 중화점이다.
아래 그래프➊은 묽은 염산과 수산화나트륨 수용액을 농도는 같고 부피만 다르게 해서 혼합했을 때 각 시험관의 온도를 나타낸다. A, B, D, E에서는 중화반응이 일어나고 있지만, 수용액에 포함된 수소 이온(H+) 또는 수산화 이온(OH-)이 모두 반응하지는 않았다. 중화반응이 완전히 일어나는 지점인 중화점(C)에서 혼합 용액의 온도가 가장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산소의 이동과 전자의 이동을 통한 산화와 환원 반응의 정의를 확인했다. 더불어 산과 염기의 특징과 종류, 중화반응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껍질을 깎아 놓은 사과가 왜 갈색으로 변하는지, 철이 왜 녹스는지, 생선회
에 왜 레몬이 함께 나오는지 등에 대해 이제는 답을 할 수 있게 됐다.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얻은 궁금증에 스스로 답하는 과정은 과학을 공부할 때 느낄 수 있는 여러 즐거움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