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30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를 발사했다. 성공적으로 지구를 떠난 퍼시비어런스는 발사 200여 일 뒤인 2월 18일, 4억 7000만km에 이르는 비행을 마치고 화성 대기 진입과 하강, 착륙에 도전한다. 화성 임무 수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 고난도 과정을 시간대 별로 예측해 봤다.
“(미국 동부인) 뉴욕에서 골프공을 쳐 (서부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의 골프장에 홀인원 시키는 것과 같다.”
NASA의 수석과학자 짐 그린 박사는 2019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화성에 로버를 안착시키는 일의 어려움을 묘사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름 4.3cm의 골프공이 대륙을 가로질러 지름 10.8cm의 구멍 안에 한 번에 들어가야 할 만큼 달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퍼시비어런스는 2월 18일 오후 3시 3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에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다. 화성 대기 진입과 하강, 착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견뎌내면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공포의 7분,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까
대기 진입 후 착륙까지 걸리는 시간은 6분 50초다. 짧은 시간 안에 시속 수만km로 날던 속도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전까지 화성에 착륙한 탐사선의 성공률은 40%다. 절반 이상의 탐사선이 착륙 과정에서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지면과 충돌했다. NASA에서 화성 착륙에 성공해 탐사를 한 로버는 단 4대 뿐이다. 더구나 평균 20분가량 통신 지연 시간이 있어 착륙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 수도 없다. 지구에서 퍼시비어런스가 화성 대기에 진입했다는 메시지를 받은 순간, 화성에서는 이미 착륙의 성패가 결정 나 있는 셈이다.
6개월의 긴 여정을 125km를 남긴 시점에서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의 대기를 처음 만난다. 그 순간부터 시속 2만km로 주행하던 탐사선은 410초라는 짧은 시간에 하강과 착륙을 마쳐야 한다.
착륙 방법은 2012년 화성에 도착해 지금도 탐사 중인 로버 ‘큐리오시티’에서 도입했던 방식과 동일하다. 먼저 대기 진입 전 태양전지판, 연료탱크 등 연료장치를 분리한다. 퍼시비어런스는 대기와의 마찰을 줄이고 속도를 늦춰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캡슐 모양의 기체(에어로쉘)로 변형된다. 이후 지표면에 닿기(터치다운) 6분 50초 전인 고도 125km 지점에서 초속 5900m의 속도로 대기에 진입한다.
터치다운 2분 50초를 남긴 상태에 퍼시비어런스는 속도를 초속 405m까지 늦춘다. 이어 지름 21.5m의 낙하산을 분리한다. 20초 뒤에는 고속 진입으로 발생한 열을 막아준 열 차폐막을 분리한다.
터치다운 60초 전, 우주선을 보호하는 ‘백쉘’과 낙하산을 분리한다. 20초 전, 고도 20m에서 퍼시비어런스의 속도는 초속 0.75m까지 줄어든다. 이 지점에서 퍼시비어런스는 고강도 케이블을 이용한 ‘스카이크레인’을 내려 로버를 분리한다. 퍼시비어런스가 착륙하면 나머지 장비는 분리돼 떨어져 나간다.
지구에서는 이미 1월부터 안전한 착륙을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페르난도 아빌레이라 NASA 제트추진연구소 엔지니어는 1월 6일 “화성의 완벽한 위치에 퍼시비어런스를 착륙시키기 위해 마지막 조정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생명의 흔적을 찾을 예제로 크레이터
퍼시비어런스가 착륙할 때는 지형의 특징에서 오는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착륙지점인 예제로 크레이터는 지름 45km의 분화구다. 가파른 절벽과 사구, 바위 등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 착륙 시 만약 절벽이나 계곡 등 예상치 못한 지형을 만나면 로버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NASA가 험준한 지형을 착륙지로 선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NASA는 오랜 시간 탐사를 통해 화성에는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인류 외에 다른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은 확인했다. 증거는 물의 흔적이었다.
이번에 퍼시비어런스는 물의 흔적을 보다 자세히 조사해 화성 생명체의 기원을 찾는 임무를 우선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물의 흔적이 남은 지형을 골라 고대 화성 생명체의 흔적이 담긴 암석을 채집하고 그 속에서 생명의 징후를 찾을 계획이다.
퍼시비어런스 발사에 앞서 NASA는 60곳 이상의 탐사 후보지를 조사했다. 이후 화성 적도 분화구에 있는 컬럼비아 힐스,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노스이스트 시르티스, 그리고 예제로 크레이터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컬럼비아 힐스는 2003년 발사돼 2004년부터 화성에서 활동한 NASA의 또다른 로버 ‘스피릿’이 조사한 지역이다. 스피릿은 이 지역에 온천이 흘렀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노스이스트 시르티스에서는 화산 활동 결과 유기물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마지막 후보지인 예제로 크레이터는 삼각주의 지형이 남아 있어 후보지로 채택됐다.
2018년 11월, NASA는 퍼시비어런스의 최종 탐사 장소로 예제로 크레이터를 선정했다. 예제로는 슬라브어로 호수라는 뜻이다. 오늘날의 예제로 크레이터는 황무지 같이 삭막한 모습으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지만, 과거에는 물이 존재했다고 판단된다. 근거는 넓게 펼쳐져 있는 삼각주 지형이다. 이 같은 삼각주는 수백만 년 동안 물이 흘러야만 만들어질 수 있기에 이 지역에 강이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과거 화성에 두꺼운 대기층이 있었고, 이 때문에 따뜻한 기후를 유지해 흐르는 물과 호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화성 왕복 여행의 징검다리
생명체의 기원을 찾기 위해 퍼시비어런스에는 기존보다 성능이 향상된 장비가 탑재돼 있다. 퍼시비어런스와 함께 화성으로 떠나 보낸 드론 헬리콥터 ‘인제뉴이티(창의성)’는 약 300m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자체 탐사 임무 외에 로버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줌 기능이 있는 ‘마스트캠(Mastcam)-Z’ 카메라는 선명도가 높은 이미지를 촬영해 정확한 분석을 돕는다. ‘슈퍼캠(SuperCam)’에는 암석에 광선을 쏘아 가열하는 기능이 있어, 이때 발생한 증기를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마이크로 소리를 측정해 분석한다. 로봇팔에 달린 ‘셜록(SHERLOC)’은 암석에 레이저를 쏘아 암석의 미세 특징을 정밀하게 밝혀낸다.
큐리오시티가 드릴처럼 암석을 분쇄하기만 했다면, 퍼시비어런스는 분필 크기 정도로 암석 코어를 절단해 ‘캐시(Cache)’에 보관해 둘 예정이다. NASA는 이후 후속 화성 탐사 임무를 통해 이 코어를 회수할 예정이다.
미래 화성에 인류가 살 수 있도록 돕는 장비도 포함돼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보어연구소 등은 화성 대기의 최대 96%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생성하는 직육면체 형태의 장치 ‘목시(MOXIE)’를 개발해 퍼시비어런스에 실어 보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화성 대기에서 직접 산소를 생산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MOXIE가 임무를 성공하면 화성 유인 탐사 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