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성 탐사 레이스에 가장 먼저 뛰어든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였다. UAE는 아랍권 국가에서는 최초로 우주개발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20일 UAE가 발사한 궤도선 아말(Al Amal)은 2월 9일 경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같은 달 23일 중국이 보낸 톈원 1호도 2월 중순 화성 궤도에 진입한다. 화성 궤도 비행, 표면 착륙, 탐사 3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할 최초의 화성 탐사선인 중국의 톈원 1호는 빠르면 2개월 뒤 퍼시비어런스의 뒤를 이어 화성에 착륙해 화성 탐사 임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강대국이 주도하는 우주개발 경쟁에 새로운 국가가 도전했다. 올해로 건국 50년을 맞이한 아랍에미리트(UAE)다. 전 세계에서 7번째, 중동 및 아랍 국가로는 처음으로 화성 탐사에 도전했다.
UAE는 2014년 화성 탐사 계획을 밝힌 후, 6년 뒤인 지난해 7월 20일 ‘희망’이라는 뜻이 담긴 탐사선 ‘아말(Al Amal)’을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 센터에서 H2A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UAE 출신 과학자와 기술자가 아말의 설계와 탑재체 개발을 모두 맡았다.
UAE의 ‘아말’ , 아랍권 최초 화성 탐사
아말은 화성 궤도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화성 탐사를 시작한다. 궤도에 진입하면 55시간마다 한 바퀴씩 최대 고도 4만 3000km의 거대한 타원 궤도를 돌며 화성을 관측할 계획이다. 임무 기간은 화성 시간으로 1년(687일)이다.
아말의 최종 임무는 화성의 기상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아말 프로젝트 담당자인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은 “아말은 화성의 1년 전체를 관측할 것”이라며 “데이터는 전 세계에 누구나 연구할 수 있도록 조건 없이 공개하겠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화성 궤도 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우주개발 강대국에서도 화성 궤도 진입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998년 발사했던 ‘화성 기후 궤도선’은 프로그램 단순 오류로 궤도 오차가 발생했다. 그 결과 화성 궤도에 진입한 뒤 1분도 지나지 않아 위성이 소실됐다. 같은 해 일본도 탐사선 ‘노조미’를 보냈으나 연료 부족과 주 추진 장치 고장으로 화성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궤도 진입의 첫 번째 난관은 연료 조절이다. 화성 궤도에 진입할 때는 초당 1000m씩 급격하게 속도를 줄인다. 이때 연료의 거의 절반이 탐사선의 속도를 늦추는 데 이용된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발사 가능 시간대(launch window)’에 맞춰 2년마다 화성 탐사를 하는 이유도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화성 궤도에 진입한 뒤 아말은 약 30분 동안 연료를 소비하면서 시속 12만 1000km로 달리던 우주선의 속도를 시속 1만 8000km까지 늦춘다.
두 번째 난관은 통신이다. 화성 궤도에 진입하면 통신이 끊기는 순간이 발생한다. 위성이 화성 뒤편에서 돌아 나오는 궤도로 진입할 때 화성 뒤쪽으로 가면 이때 잠시 통신이 끊긴다. 긴장을 늦츨 수 없다.
세계 최초 3가지 임무 동시 수행 ‘톈원 1호’
중국은 화성 궤도 비행, 화성 표면 착륙, 탐사 등 3가지 임무를 동시 수행하는 탐사선을 2월 화성 궤도에 보낸다. 지난해 7월 23일 지구 밖으로 나간 ‘톈원 1호’는 올해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해 두 달간 궤도를 돌다 빠르면 4월경 화성에 착륙 로버를 내릴 예정이다.
중국의 화성 탐사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2011년 11월 8일 중국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첫 화성 탐사선 ‘잉훠 1호’를 러시아의 포보스 그룬트 탐사선과 함께 발사했다. 잉훠 1호는 2012년 10월 포보스 그룬트에서 분리된 뒤 화성 적도 궤도를 2년 동안 공전하면서 화성의 표면, 대기, 자기장 등을 연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발사 뒤 얼마 후 사고로 임무는 미완으로 끝났다. 포보스 크룬트 탐사선은 화성으로 향하기 위해 두 번의 엔진 분사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엔진이 점화되지 못했고, 두 탐사선은 모두 궤도를 떠나지 못했다. 중국은 그 해 11월 17일, 발사 후 9일 만에 잉훠 1호의 실패 소식을 발표했다.
뼈아픈 실패를 맞본 뒤 5년이 지난 2016년, 중국은 지구, 달을 뛰어넘는 행성 탐사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목표가 화성 탐사라고 선언했다. 지난해 8월 화성 탐사선 톈원 1호를 발사했다. 톈원은 중국 고대 시인인 굴원의 시 ‘하늘에 묻다’ 제목에서 이름을 땄다.
톈원 1호는 총 질량이 약 5t(톤)으로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를 모두 탑재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궤도 진입, 화성 착륙, 탐사 3가지를 모두 한 번의 임무로 완성하는 화성 탐사 임무는 톈원 1호가 처음이다. 중국이 이렇게 한꺼번에 모든 임무를 수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화성 주변을 도는 자국 위성이 없기 때문이다. 화성에 무사히 로버를 착륙시킨 뒤 지구와 통신을 하려면 통신 신호를 중계할 위성이 필요하나 현재 중국은 위성이 없어 이 과정을 수행할 수가 없다. 따라서 궤도에 먼저 진입해 궤도선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차를 두고 착륙선을 내려 보낸다는 계획이다.
궤도선은 화성 시간으로 약 1년 동안 과학 관측을 수행할 계획이다. 몇 달 뒤에는 착륙선이 화성 표면 착륙에 도전한다. 착륙 지점은 유토피아 평원(Utopia Planitia)이다. 이어 로버가 착륙선에서 분리된다. 무게 240kg인 로버는 태양광을 이용해 전력을 얻어 약 90일 동안 화성 표면을 탐사할 계획이다.
톈원 1호의 궤도선에는 총 7개의 장비가, 착륙선에는 총 6개의 장비가 탑재돼 있다. 이를 이용해 표면 토양 특성과 얼음 분포를 조사하고 화성의 기후 특성과 지표면의 환경을 측정할 계획이다. 화성 전자기장과 중력, 내부 구조 등도 파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