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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쌤의 수학공부 꿀팁] 뼛속까지 새겨지는 수학공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 이경은 교사

‘원주각은 중심각의 절반이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누구나 배우는 내용이지만, 10년이 지나도 이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절반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운 좋게 절반 안에 든 사람들은 어떻게 평소에 떠올릴 일 없는 원주각과 중심각의 관계를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는 걸까. 이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의 교무실을 찾았다. 

 

수학 개념을 학생들의 뼛속까지 새길 수 있는 선생님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수업시간에 신체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건 쉽게 기억할 수 있지만, 기호로 모든 걸 표현하는 추상적인 수학은 이해조차 힘들어 기억하기 더 어렵거든요.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와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연극을 볼 때 느끼는 문화적인 충격이 다르잖아요.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몸으로 움직이거나 친구가 움직이는 걸 보면서 배운 개념은 절대 잊을 수 없죠. 
또 어린 학생일수록 지식적인 교류보다는 정서적인 교류가 중요합니다. 준비도 안 된 학생에게 지식을 들이붓는다고 받아들이지 않아요. 개념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비로소 학습이 되는 거죠. 수업시간에 하는 신체 활동은 아직 수학을 배울 준비가 안 된 학생들이 일종의 ‘워밍업’을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수학에서 개념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요? 


시험이나 입시를 위한 수학 문제를 잘 푸는 데에도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수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의 개념을 아는 것이 미래에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은 일종의 훈련입니다. 인간이 훈련으로 익힐 수 있는 것은 언젠가는 기계가 대체하기 마련이죠. 우리가 아무리 수학 문제를 빨리 정확하게 푼다고 한들, 기계를 이길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럼 어디에서 인간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은 여러 분야를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수많은 분야의 지식을 깊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분야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면, 서로 연결시키는 건 가능하죠. 하나의 개념을 다른 개념과 연결시켜 사고를 확장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미래의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봅니다. 제가 수학시간에 개념을 강조하는 건 아이들이 이런 인재로 자라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실력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일반적인 객관식 문항의 시험도 봅니다. 어느 정도 지식이 쌓였는지를 알아보는 기초 자료로 활용하죠. 여기에 더해 학생들의 협업 능력을 평가합니다. 제 수업은 학생들이 조별 모임을 하며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개인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개인이 모인 집단, 조직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협업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입니다. 
수학자라고 하면 방 안에 콕 박혀서 문제만 푸는 모습을 많이들 상상하지만, 요즘의 수학자들 역시 서로 협업하며 지식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학생들이 어떤 꿈을 가지고 있든 협업은 아이들이 꼭 갖춰야 할 역량이죠. 실제 수학 성적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요.

 

 

 우리나라 수학의 교육 현장에서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뀌어야 할 점이라기 보다는 조금 아쉬운 부분인데요, 아이들에게만 협업을 강조할 게 아니라 교사부터 많은 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신체 활동을 통한 수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협업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부터 3년간 이경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교수님, 연구원과 함께 수학 시간에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수법에 대해 연구했어요. 교수님과 박사과정 연구원들이 다같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학 개념을 교과서 속 한 줄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학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제 수업은 그 치열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저 혼자였으면 아마 해내지 못했을 겁
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대학 연구팀과 현장의 교사들이 함께 수학 교수법을 연구하는 일이 많은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협업이 아주 드문 일입니다. 연구자들이 좀 더 교육 현장에 관심을 갖고, 현장에서도 연구자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수법이 탄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에게 ‘수학’이란?


‘수학은 문화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교사는 수학이라는 문화를 지키기 위한 전수자고, 학생은 문화를 전승받을 중요한 존재입니다.
수학을 입시 중심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멀리 봤을 때 이런 생각은 도움이 안 될 뿐더러, 학생들이 수학을 기피하게 되는 큰 이유이니까요. 
갈수록 사회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사회를 유지시키는 건 다름아닌 수학이죠.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폐를 생각해보세요. 화폐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런 신뢰를 만들어주는 게 수학입니다. 이렇게 수학을 바라보면 수학 공부가 절대 지루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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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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