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파밸리에 큰 불이 났을 때 구조된 고양이를 입양해 이름을 ‘나파’라고 지었어요. 그런데 집에 데려온 첫날부터 밤에 창문을 긁고 심하게 울면서 잠을 못 자더라고요. 낮에는 정신없이 자고, 밤만 되면 울면서 창문틀을 긁고 가구 위에 놓인 액자들을 떨어뜨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지 벌써 3개월이 됐습니다.”
2017년 10월, 포도주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큰 불이 발생했다. 며칠 동안 불이 꺼지지 않고 주변으로 계속 번진 탓에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집을 잃었다. 동물들도 죽거나 다쳤다. 다행히 일부는 구조돼 동물보호소에서 치료를 받고 새 가족을 만났다. 나파도 그런 동물 중 하나다.
목줄 걸고 산책하거나 유모차 태워야
한국에서는 반려묘가 주로 집 안에서 지내는 ‘실내묘’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부분 고양이들이 집 안팎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외출묘’다. 외출묘는 문에 나 있는 작은 ‘고양이 문’을 통해 자유롭게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필자는 나파도 아마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는 외출묘로 살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서 밤만 되면 집을 나가고 싶어 문을 긁고 우는 등 불안한 행동을 보였을 것이다.
나파에게 외출의 자유만 주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파의 새 주인은 찻길 옆에 위치한 집에 살고 있었다. 찻길에서는 동물들이 심심찮게 로드킬을 당했다. 나파의 주인은 나파에게 자유를 주는 것보다는 집안에서 안전하게 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외출묘로 살다가 이사를 간 새 집에서 실내묘로 적응해야 하는 경우나, 길고양이로 살다가 구조돼 실내묘가 된 고양이 중에는 나파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전에 누렸던 자유로운 생활을 잊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고양이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전한 외출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양이도 강아지처럼 가슴줄이나 목줄을 하고 보호자와 산책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슴줄이나 목줄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집에서 짧은 시간 동안 착용했다가 점점 시간을 늘려나가야 한다. 집 안에서 같이 걷다가, 다음 단계로 마당에서 걸어보고, 그 다음 단계로 길에 나가는 등 서서히 산책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만약 고양이가 가슴줄과 목줄을 싫어한다면 유모차를 태우는 것도 방법이다. 밖에 나가서 다양한 것들을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고양이만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인 캣티오(catio)나 캣펜스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캣티오는 쉽게 말해 닭장처럼 울타리를 친 안전한 공간 안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고양이는 캣티오 안에서 캣티오 밖으로 일종의 바깥 외출을 즐길 수 있다.
사냥놀이로 ‘사냥 본능’ 해소시켜야
길고양이는 하루에 쥐를 약 12마리 잡아먹는다. 즉, 하루 평균 12번의 사냥에 성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쥐를 발견할 때마다 사냥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길고양이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먹잇감을 찾고 사냥한 뒤 먹는 데 보낼 것이다. 하지만 실내묘는 주인이 끼니때마다 밥그릇에 밥을 채워 주니 일상이 비교적 지루하다.
따라서 고양이가 잠들기 1시간 전에 20분가량 장난감으로 열심히 놀아주는 게 좋다. 고양이마다 좋아하는 놀이는 다르다. 어떤 고양이는 레이저 포인터로 놀아주는 것을 좋아하고, 또 다른 고양이는 작은 공이나 낚싯대로 놀아주는 것을 좋아한다.
놀이가 끝나면 장난감(푸드 토이)을 이용해 사냥놀이를 하게 한다. 사료를 넣은 작은 쥐 인형을 곳곳에 숨긴 뒤 고양이가 찾아서 밥을 먹게 하는 것이다.
쥐 모양의 인형이 없다면 다 쓴 두루마리 휴지 심에 사료를 넣고 양쪽을 구겨 닫아 사용해도 된다.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야생에서의 본능, 즉 먹잇감을 찾아 사냥해 잡아먹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실컷 사냥놀이를 즐기고 난 뒤 피곤해진 고양이는 ‘꿀잠’을 잘 수밖에 없다. 밤마다 가출하려던 습관도 잊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