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클라우드’ 기술이라고 하면 이동식저장장치(USB) 대신에 파일을 저장해 두는 ‘구글 드라이브’나 ‘네이버 클라우드’ 같은 서비스를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구름의 일각만 본 것이다. 2020년 언택트 시대에 인류는 구름 깊숙한 곳에서 훨씬 더 놀라운 일을 도모하고 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코로나19 공동연구
CORD-19 서치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한 클라우드를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자들이 클라우드의 힘을 빌어 연구의 판도를 바꾸는 법을 보여줄 겁니다.”
6월 30일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테레사 칼슨 공공부문 총괄 부사장은 AWS의 새로운 서비스인 ‘CORD-19 서치’를 ‘AWS 퍼블릭 섹터 서밋 온라인’에서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CORD-19 서치는 코로나19 연구 데이터를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이보다 앞서 3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도 유사한 코로나19 데이터 오픈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CORD-19 서치는 사용자가 연구에 대한 질문을 올리면 머신러닝 기반의 자체 분석 알고리즘을 이용해 적절한 답변까지 제공한다. 출시한 지 7주 만에 한국, 인도, 영국 등 76개국에서 수천만 건의 질문이 올라왔다. AWS는 CORD-19 서치를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를 구축했다. 데이터를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대규모로 저장할 수 있는 중앙 집중형 저장소다. 일반적인 서버보다 데이터를 신속하게 저장하고 추출해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바이러스 연구자들은 세계 각국에서 업로드한 데이터를 사용해 언택트 시대에 더욱 글로벌한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가령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적과 나이를 가진 환자들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한 곳에 공유함으로써 신속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도 언택트 시대에 맞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연구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다. 한 예로 9월 3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안전, 소재, 반도체, 양자 등 9개 주제로 ‘버추얼 랩(Virtual Lab)’을 꾸렸다. ‘가상 연구실’이라는 뜻을 가진 버추얼 랩은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자들이 자료를 공유하고 비대면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구름 속에서 플레이하는 최신 게임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바야흐로 클라우드 게임의 시대다. 9월 15일 국내 통신 기업 SK텔레콤은 MS와 협업해 ‘5GX 클라우드 게임’을 출시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기만 하면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등 인기게임 100여 종을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인 엔비디아도 국내 통신 기업 LG유플러스와 협력해 2019년 9월 자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지포스 나우(GeForce NOW)’를 클라우드 게임 형태로 국내에 출시했다.
클라우드 게임은 확실한 장점이 있다. 사용자가 게임을 본인의 단말기에서 하는 게 아니라, 고성능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해서 구동하기 때문에 서버에 초고속 인터넷으로 접속할 수만 있다면 저사양 단말기로도 고품질 최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이런 장점을 살릴 수가 없었다. 스트리밍 속도가 터무니없이 느렸고 스트리밍 서비스임에도 게임 구동을 위해 미리 설치해야 하는 파일도 너무 많았다. 스트리밍 게임은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즐기는 게임에 밀려 한동안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니와 MS, 구글이 각각 ‘플레이스테이션 나우(Playstation Now)’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스태디아’라는 클라우드 게임을 연이어 출시한 것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사용자가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즐긴다는 점에서 언뜻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들여다보면 훨씬 더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게임은 서버에서 훨씬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게임은 지연 시간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지연 시간이 길어지면 사용자의 조작과 스트리밍되는 게임 화면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사용자가 클라우드 서버에 입력하는 데이터를 실시간 반영해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 게임이 최근에서야 상용화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영호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클라우드 기술은 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된 기술”이라며 “LTE, 5G 등 네트워크 기술이 진보하면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도 발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19년 5월 클라우드 기반 인공위성 데이터 다운로드 서비스인 ‘그라운드 스테이션(Ground Station)’을 세상에 내놨다. 그라운드 스테이션을 이용하면 정보 저장과 처리에 비용이 많이 드는 위성 데이터를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전 세계 날씨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분석해 기상 예측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인공위성 데이터 한 번에 다운로드
그라운드 스테이션
미국 IT분야 리서치 전문기업인 가트너는 2022년 세계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3546억 달러(약 413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클라우드 기술은 AI 기술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AI가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을 클라우드에서 제공하거나, 클라우드에 쌓인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AI 클라우드’라고 한다.
과거의 AI 기계학습은 개발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알고리즘을 코딩해서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학습된 상황과 조금만 달라도 알고리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떠오른 기술인 딥러닝은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스스로 학습해 데이터를 구별하게 된 것이다. 딥러닝은 입력값과 출력값 사이에 인공신경망이 층층이 쌓여있는데, 연산 과정에서 정확도에 따라 가중치를 계산하고, 각 층의 가중치를 모두 고려해 최종 결과를 낸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연산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하는 것이 AI 클라우드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AI 번역기 파파고, AI 플랫폼 클로바(CLOVA) 등이 대표적인 예다. 파파고는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자동 번역되는 AI인데, 클라우드를 이용해 인공신경망 연산 처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낸다.
AI 클라우드는 인공위성 연구 분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인공위성 데이터는 날씨 예측, 구름의 이동, 해수면 변화, 산불 발생 등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아마존은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를 시작해 2029년까지 인공위성 3236개를 지구 저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이에 AWS는 2019년 5월 클라우드 기반 인공위성 데이터 다운로드 서비스인 ‘그라운드 스테이션(Ground Station)’을 세상에 내놨다. 그라운드 스테이션은 다량의 인공위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한 뒤, 기계학습을 통해 분석하는 서비스다. AWS는 현재 6곳에 지상국을 설치했고, 추가로 6개를 더 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MS도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이용해 인공위성 데이터를 곧바로 다운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도 AI 클라우드 기술이 주목받는 추세”라며 “AI 클라우드를 이용해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건강관리 플랫폼을 만들거나, 개인 질환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 PC에서 수백 년이 걸려도 해결 못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AI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단 몇 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