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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질주 슈퍼카를 만나다

2008년 한국 슈퍼카 생산국으로

 

첨단 자동차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한국이 2008년 슈퍼카 개발국으로 거듭난다. 사진은 국내에 기술을 이전키로 합의한 스웨덴 코닉세크사의 CC. 차안 곳곳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조가 독특하다.


약 10여년전 개봉된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과거와 미래를 종횡무진 오간 타임머신 자동차 딜로리안. 곱슬머리 첩보원 마이클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구해주던 검은색 첨단 자동차 키트, 그리고 007영화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만능 자동차 본드카. 모두가 어릴적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해줬던 꿈의 자동차들이다. 약간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과학기술과 장인적인 노력이 빚어낸 최고 성능을 지닌 자동차라는 것. 그래서 이들을 슈퍼카라고 부른다.

불과 몇년전까지 슈퍼카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에 최근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스웨덴의 슈퍼카 생산업체가 국내 한 대학과 공동으로 슈퍼카 제작에 나섰다. 이어 지난 12월부터 1월초까지는 영화에서나 봤던 꿈의 슈퍼카들이 대거 한국을 찾아 자동차 마니아들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됐다. 첨단 과학의 산물이지만 고가에다 외산 일색이란 이유로 외면당해온 슈퍼카.

이제 한국은 슈퍼카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나긴 여정에 올랐다. 유럽의 고속도로를 무한질주하는 한국산 슈퍼카가 태어날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슈퍼카, 그 세계를 들여다 본다.

슈퍼카 제작 향한 첫걸음
 

비공식적이지만 지난 1997년 땅에서도 초음속 돌파가 실현됐다. 롤스로이스 제트엔진 2기를 탑재한 지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트러스트 SSC.


지난해 11월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중요한 각서가 교환됐다. 그 내용은 스웨덴의 슈퍼카 전문제작업체 코닉세크가 한서대와 공동으로 슈퍼카 전문 제작인력 양성프로그램을 국내에 개설하고 엔진 부품 공장을 설립한다는 것이었다. 또 오는 2008년까지 국내 순수 독자 기술로 최고 시속 3백90km이상 속도를 낼 수 있는 슈퍼카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한서대는 안면도 항공학교 연구시설부지에 기술학교를 설립하고 올하반기 중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학생들을 선발해 기술전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전 교과과정은 코닉세크사가 직접 마련하게 되며 디자인, 동력계통 엔지니어링, 모터스포츠 기술 등 슈퍼카에 관한 모든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SNTG사는 코닉세크의 지주회사로 공장 설립 외에도 오는 2006년 포뮬러원(F1) 그랑프리 출전을 목표로 사상 첫 한국팀 창단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탄력이 붙고는 있지만 우리나라가 한해 2백만대의 자동차를 해외에 판매하는 자동차 수출대국인 점을 감안할 때 슈퍼카 개발과 제작에는 다소 늦은 편이다. 반면 자동차 왕국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 명차 브랜드들은 대부분 슈퍼카 제작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실험성이 강해 미래 자동차를 연구하는데 적격이기 때문이다.

슈퍼카는 원래 1960년대 람보르기니·부가티·페라리 등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제작자들이 만든 최고 성능의 스포츠카를 일컫는 말이었다. 하늘에서와 마찬가지로 땅에서도 속도 경쟁이 불붙자 최고 성능을 가진 차를 만들기 위해 너도나도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같은 말이 나온 것이다. 초기엔 기존 차량을 개조해 슈퍼카를 했기때문에 스포츠카와 혼용됐지만 요즘엔 모든 스포츠카가 슈퍼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카도 경제성과 속도, 희소성, 용도에 따라 슈퍼카와 일반 스포츠카, 로드스터로 나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슈퍼카란 이름이 붙여진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차값이 최소 2억원에서 10억원대에 이른다.

차값만큼 성능도 뛰어나다. 스포츠카는 경주용인데 반해 슈퍼카는 고가이지만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능을 극대화시킨 차량이란 점도 특이하다. 시속 3백-4백km의 속력을 내는 F1 차량이나 처음으로 음속을 돌파한 영국의 트러스트SSC가 슈퍼카가 못되는 까닭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람보르기니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슈퍼카인 코닉세크의 사례는 슈퍼카의 전형을 보여준다. 8기통 엔진에 배기량 6천6백㏄, 최고 속도가 3백90km에 이른다. 엔초 페라리의 경우 배기량 6천㏄급 12기통 엔진을 얹어 최고 6백60마력의 힘을 낸다. 이들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백km까지 가속하는데 불과 5초 미만의 시간이 걸린다. 이밖에 희소성과 고가성 또한 슈퍼카의 성립 요건이 된다. 이와 관련 김언정 코닉세크 한국 지사장은 “슈퍼카로 인정받으려면 속도, 가속력, 엔진구조, 가격, 희소성 등 몇가지 측면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몇가지 단편적인 특성만을 보고 슈퍼카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슈퍼카 제작 업계 내부에서도 통용되는 기준이 있다는 말이다.

최초의 슈퍼카로 여겨지는 차는 1966년 등장한 람보르기니의 미우라. 3백50마력의 미드십 엔진(엔진이 차 중앙에 장착된 형태)에 지금은 다소 떨어지지만 최고 시속 2백80km의 속도를 냈다. 하지만 1970년대 석유 위기로 슈퍼카 개발은 잠시 주춤한다. 그러다 1980년대 슈퍼카는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재규어XJ220, 부가티 EB110,페라리 등 강한 힘을 내는 미드십 엔진을 장착한 차량들이 잇따라 선보였다. 1990년에 들어서 슈퍼카에 세인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혼다를 비롯 BMW, 크라이슬러 등 대형 자동차 업체들까지 속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코닉세크, 파가니, 루프 등 슈퍼카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출현했다. 세계3대 모터쇼 가운데 하나인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와 포브스 등에서 소개된 아우디 르망 콰트로나 살린S7 등도 2000년대 빼놓을 수 없는 슈퍼카로 통한다. 오랫동안 잊혀져 오다가 최근 폭스바겐그룹에 합병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부가티는 EB 16/4 2004년형이란 모델을 통해 16기통 엔진에 최대 출력 1천1마력, 최고 시속 4백km의 첨단차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달리고 있는 차량 중 가장 빠른 차는 지난 2002년 첫선을 보인 코닉세크 CC다. 현재 국내에 3대가 팔린 상태다. 그뒤를 엔초 페라리와 포르셰 카레라GT, 크라이슬러의 닷지 바이퍼가 뒤따르고 있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시속 3백km를 갓 넘는 페라리 575M 마라넬로가 최고였다.
 

최초의 슈퍼카로 불리는 람보르기니 미우라.


첨단 메커니즘과 장인정신의 결합
 

상당수 슈퍼카들은 포뮬러원(F1) 주용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술을 응용한다. 사진은 르노가 개발한 F1 경주용 차량 엔진.


최고의 속도, 공기저항을 최소화시킨 파격적 외관과 인체공학적 설계, 안전성을 높여주는 첨단 메커니즘, 희소성을 높여주는 한정 생산 방식은 슈퍼카를 설명하는 공식과도 같다. 특히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때문에 같은 슈퍼카 업체에서 생산된 것이더라도 완벽하게 똑같은 차량은 없다. 때문에 슈퍼카를 단순한 자동차가 아닌 예술성 있는 공예품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같은 장인적 특성과 실험성을 갖추지 못할 경우 슈퍼카로 인정받기 힘들다. 슈퍼카 메이커들이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기보다 수제를 고집하는 것은 크게 2가지 이유에서다. 자기가 아니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바로 첫번째 이유.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필요한 생존전략이다. 두번째는 노련한 숙련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첨단 제작 기계들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지만 새차를 개발할 때만큼은 숙련된 인간의 능력과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볼보와 혼다 등 대량생산체계를 갖춘 자동차 업체들이 수제 제작을 고집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이같은 이유는 슈퍼카만을 고집하는 코닉세크, 루프, 파가니 등 전문업체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수제 방식은 결국 대부분의 슈퍼카 제작 과정을 베일 속에 가리는 결과를 낳았다. 엔진 설계 제작부터 차체 제작, 조립 등 대부분의 작업은 참여하고 있는 기술자 몇몇에 의해서만 진행되며 기술의 전수도 일대일 방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슈퍼카의 각부분에는 장인의 손길을 탄 첨단과학의 힘이 배어난다. 이 가운데 빠른 속력과 가속력, 우수한 제동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엔진. 다른 차량과 마찬가지로 슈퍼카에게 있어 엔진은 심장과도 같은 존재다. 탄소섬유, 티타늄, 비행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소재로 이뤄진 슈퍼카의 엔진은 매우 가볍지만 5백50-1천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도록 설계됐다. 슈퍼카 엔진은 또 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일반차보다 많은 8-12기통을 채택하고는 있지만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다. 더 많은 공기가 엔진에 들어가 더 높은 압력과 힘을 내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얼마전 16기통과 18기통 엔진이 장착된 슈퍼카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고속 주행에 따른 엔진 과열 방지를 위해 첨단 윤활방식과 냉각방식은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엄청난 힘의 원천인 기어박스와 기어변환 메커니즘도 슈퍼카의 핵심부로 간주된다. 낮은 회전수에서 높은 토크를 일으키는 능력은 빠른 가속을 위해 필수적인 요건으로 통한다. 기어박스의 경우 고속 엔진과 연결돼 엄청난 힘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 높은 윤활장치와 오일 냉각기가 함께 장착된다. 특히 변속시 힘의 중단없는 전달을 위해 2중 클러치를 사용하고 4개의 바퀴에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주는 특수 트랜스미션을 장착한다.

뼈아픈 자존심 경쟁

엔진부와 함께 고속 주행을 가능케 하는 또다른 힘은 차체 외형과 첨단 신소재. 가볍고 강하며 부식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소재는 슈퍼카를 구성하는 기본 재료인 셈이다. 가장 애용되고 있는 재료는 알루미늄, 탄소섬유, 케블라. 이들 재료는 카트에서부터 포뮬라 경주용 차량, 제트 전투기와 우주왕복선에까지 두루 사용된다. 이들 재료로 만든 섀시는 엔진과 차체를 고정하며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한다. 차체에는 공기역학, 경량성,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가 적용된다. 물고기형 구조나 비행기 구조 등 유체역학을 고려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한편 세련된 외형을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이를 위해 제작 과정에서 수차례의 윈드 터널, 즉 풍동 터널 실험들을 반복 실시해 공기 마찰력을 줄이는 방안들이 끊임없이 강구된다.

아울러 도로 환경에 따른 쾌적한 운행 조건을 제공하는 첨단 제어장치와 급가속 급제동에 따르는 충격을 줄여주는 기능도 슈퍼카의 기본 요소다. 고속 주행시 도로 환경에 따라 운전자에게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F1, 카트, 인디레이싱 등에 사용되는 첨단 가스 유압식 충격흡수장치도 필수. 운전자로 하여금 차량 높이를 자동으로 높이도록 하는 전자 조절 시스템과 연결돼 주행중 지면에서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빠른 제동 능력을 갖기위해 바퀴마다 마찰로 인한 과열 방지 기능이 있는 5-6개의 알루미늄 디스크 브레이크가 설치된다.이처럼 첨단을 달리는 슈퍼카의 탄생 배경에 뼈를 깎는 아픔과 자존심 경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 중심에 페라리와 함께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쌍벽을 이뤘던 레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있었다. 지난 1964년 페라리가 2백50km이라는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스포츠카를 내놓자 자존심이 상한 람보르기니가 미우라로 응수한 것에서 슈퍼카가 탄생한 것이었다. 이어 페라리 365GTB, 람보르기니 카운타크 등 수십대의 차량이 잇따라 탄생하면서 슈퍼카 기술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최근 슈퍼카 연구는 이같은 맹목적인 경쟁이 아니라 차량의 소형화, 엔진 성능과 효율의 극대화란 과학적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첨단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합성 소재를 이용해 차량 중량을 가볍게 하는 것은 물론 차체 크기를 아예 줄여버리는 방향이 모색되고 있다. 아울러 기존 휘발류보다 연비가 좋고 환경 오염이 적은 메탄올과 같은 새로운 연료를 개발해 사용하는 방안이 연구 중에 있다. 그러나 여전히 슈퍼카는 고가의 사치품에 불과하다는 일반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반인은 탈 수 없는 몇몇 특권층을 위한 차량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경주용도 연구용도 아닌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차라는 점에서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일 수밖에 없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슈퍼카 조건

‘아무 차나 슈퍼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스포츠카나 로드스터와 슈퍼카를 혼동한다. 생긴 모양이나 성능이 엇비슷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주요 슈퍼카 업체들이 내걸고 있는 공통 기준을 살펴보면,
첫째, 4천cc 이상의 배기량일 것
둘째, V자형으로 배치된 최소 8-12기통 엔진을 탑재할 것
셋째, 정지상태에서 시속 1백km까지 5초 안에 도달할 것
넷째, 최고속도 3백km이상이어야 할 것이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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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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