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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오염의 복병 중금속 화학물질

알려지지 않은 페놀의 공범자들

생활하수량은 하루에 쏟아지는 산업폐수의 2배. 그러나 생활하수의 절반의 양만으로도 산업폐수 속의 화학물질은 인체와 생태계를 더 심각하게 위협한다.

올해의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은 지금까지의 어떤 환경오염사건보다도 대대적인 국민적 분노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가장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지금까지 일어난 환경오염사건 중 가장 심각한 사건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번 사건의 경우 정수장에서 페놀에 오염된 원수를 다량의 염소로 처리, 강한 악취를 내는 클로로페놀이 발생했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 수돗물이 오염된 것을 쉽게 알 수 있어 사회문제로 확대된 것이라고 보는게 사실에 가깝다. 만일 이번 오염사건의 원인물질이 악취가 나는 유해물질이 아니었다면 국민들은 전혀 모르고 마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수체계, 화학물질 규제 역부족

과거에는 물오염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이나 가축의 분변에 오염된 물 속의 콜레라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균이 일으키는 수인성 전염병이었다.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정수장들의 상수처리과정은 병원성 세균을 효과적으로 살균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위생적인 상수처리시설을 갖추는데 노력한 결과 수인성전염병으로 인한 문제는 많이 줄어들었다. 반면에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합성화학물질의 사용량과 종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류는 이들에 의한 물오염 문제를 새로이 맞게 됐다.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일본의 미나마타병은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인류에게 알려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957년 일본의 구마모토 가고시마 지방에서 발생한 이 병은 미나마타의 신일본질소(新日本窒素)공장으로부터 배출된 수은이 미생물에 의해 유기수은이 되고 이것이 물고기에 농축돼 생선을 먹은 주민들에게서 각종 질병이 발생함으로써 가시화됐다. 오염물질에 중독된 주민들은 운동신경이 마비돼 침을 흘리며 경련을 일으켰고, 빈혈 위장장애 시각장애 등 각종 증세들이 뒤따랐다. 더 무서운 일은 기형아들이 태어난 것이었다. 역시 일본에서 일어난 이타이이타이병도 미나마타병과 함께 대표적인 공해병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허드슨강의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PCB) 오염사건도 유명한 환경오염사건이다.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돼있고 절연성이 높은 액체여서 공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다. 한편 허드슨 강은 주변지역의 상수원으로 이용되고 있었고 양식 어업이 융성하던 강이었다. 그러나 공장에서 배출한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에 의해 치유가 어려울 정도로 오염되면서 더 이상 상수원으로 이용도 못하고 허드슨 강에서 나는 물고기도 먹을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의 생산과 사용이 제한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폐수로 인해 양식장과 어장을 망친 사례는 일일이 꼽기도 어려울 정도며 아직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온산의 공해병 역시 온산공단의 산업폐수가 원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체로 화학물질 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나 생태계 파괴는 만성적으로 진행되며 그 증상도 다양하고 비특이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처음에는 그 원인을 알기가 어려워 환경오염에 의한 것인지를 모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건강장애가 일어나고 생태계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미 오염정도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심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조금 오염된 물을 며칠간 먹었다고 금방 질병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며칠사이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환경오염에 의한 피해의 특성을 모르는 말이다.

물오염물질의 발생원은 크게 생활하수 산업폐수 농축산폐수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활하수의 발생량이 가장 많아 1일 1천만t 정도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정 규모이상의 산업체에서 배출하는 산업폐수의 총량은 1988년 현재 1일 약 5백78만t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농축산폐수는 1일 약 9천t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생활하수는 일반가정에서 나오는 하수와 공장 사업장 등에서 배출되는 일반하수다. 생활하수에는 합성세제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일반적으로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로 표시되는 유기물이 주오염물질이며 독성이 강한 유해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하수속의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물속의 산소를 고갈시켜 하천의 자정능력을 감소시키고 생물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생활하수는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를 한 후 하천으로 방류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현재 하수처리율은 불과 25% 정도로 매우 낮아 수질오염을 악화시켜온 주요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농축산폐수는 생활하수나 산업폐수에 비해 그 양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으나 고농도의 유기성폐수이기 때문에 팔당 상류의 용인 지역을 비롯한 몇몇 하천에서는 심각한 물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산업폐수는 생활하수에 비해 발생량은 적지만 오염물질이 고농도로 포함되어 있고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들이 많이 함유돼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에도 주요한 화학물질 오염에 의한 인명피해나 생태계 파괴는 모두 산업폐수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폐수는 반드시 완벽한 처리를 거쳐 강이나 바다로 배출돼야 하며 일찌감치 산업폐수문제로 홍역을 치른 선진국들의 경우 화학물질을 수질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여기고 있다.
 

산업폐수 오염물질과 농도가 결정한다.


양보다 농도가 오염정도 좌우

산업폐수는 업종에 따라 원료와 생산품이 다른 만큼 발생되는 오염물질의 종류와 농도가 달라진다. 산업폐수중에서도 특히 각종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을 고농도로 함유하고 있는 폐수를 특정폐수라고 한다. 이 특정폐수가 완벽한 처리를 거치지 않고 환경중으로 배출되는 경우에는 이번 페놀오염사건과 같은 대규모 오염사건이 발생하게 되므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환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특정폐수는 1988년 현재 1일 15만9천 4백53t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특정폐수가 발생하는 지역을 수계별로 보면 페놀사건의 발생지역인 낙동강 유역에 배출되는 양은 1일 3만9천7백53t이며 한강유역에 배출되는 특정폐수량은 그보다도 많은 1일 4만5천7백47t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도권 1천8백만 시민의 상수원인 팔당의 상류지역에선 1만1백67t의 특정폐수가 발생하고 있다. 그밖에 금강유역에서 4천5백76t의 특정폐수가 매일 배출되고 있어 우리나라 하천중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학물질은 5백만종이 넘고 이중에서 약 8만종이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산업폐수중에 포함되어 환경으로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수없이 많고 우리는 이와같이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배출량이 매우 적은 종류들은 하천에서 희석되거나 분해되지만 분해가 어려운 물질이나 배출량이 많은 종류들은 하천과 음용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을 갖고 있다. 화학물질을 확인, 분석하는 방법이 발전되면서 현재 1천5백여종의 화학물질들이 하천이나 음용수에서 검출되었거나 확인되고 있는데 이것조차 실제로 하천수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의 10%에 불과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모든 화학물질을 감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량이 많은 물질, 독성이 강한 물질, 환경중에 오래 잔류해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되는 물질 등의 기준에 의해 일정 종류들을 대상으로 수질관리를 하게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재 수질환경보전법에서 물오염물질을 29개 항목에 걸쳐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산업폐수를 대상으로 배출기준이 정해져 있는 단일 유해물질은 카드뮴 아연 총크롬 납 용해성 철 용해성 망간 6가크롬 수은 구리 비소 시안 불소 PCB 유기인 페놀류 등 15개 항목이다. 따라서 이 항목에 없는 유해물질들은 공장에서 배출해도 알 수가 없고 규제할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허술한 배출관리 체계하에서는 규제대상 물질의 가짓수를 더 늘리는 것보다는 규정된 유해물질이라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선결문제인지도 모른다.
 

(표1)우리나라 산업체의 특정유해물질 및 중금속별 배출현황


(표1)은 환경처에서 집계한 우리나라 특정유해물질 및 중금속의 배출현황이다. 배출량이 많은 유해물질들을 보면 페놀이 가장 많아 1일 약 1만㎏이 배출되고 있다. 그 밖에 많은 양이 배출되고 있는 종류로는 불소가 4천9백12㎏, 용해성 망간이 4천1백73㎏이 배출되고 있다. 수은은 2.15㎏, PCB는 0.06㎏, 유기인은 0.21㎏, 카드뮴은 6.54㎏이 하루에 배출되고 있어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해물질이다. 그러나 유해물질들은 독성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배출량만의 비교로 환경에 대한 유해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각 특정폐수중 유해물질의 평균농도를 구하여 우리나라 수질환경보전법에 규정된 배출기준과 비교해 보았다(표2).
 

(표2)우리나라 산업특정폐수의 오염도

 

여기에서는 배출기준에 맞추기 위해 배출업소의 처리시설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처리효율을 함께 표시했다. 우리나라는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지역에 따라 등급을 매겨 각기 다른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질 1등급으로 유지해야 하는 지역은 청정지역이라고 해서 배출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고 2등급으로 유지해야 하는 지역은 '가'지역, 3~5등급으로 유지해야 하는 지역은 '나'지역으로 구분하여 완화된 수질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도 사실은 오염이 많이된 지역에서는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해도 된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어 관리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하튼 우리나라에서 현재 수질1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표2)에서도 특정폐수의 평균 유해물질 농도를 수질 2등급으로 유지해야 하는 지역의 배출기준과 비교해 보았다.

이를 보면 유기인만이 배출기준에 비하여 낮은 농도를 나타내고 있고 수은폐수는 배출기준의 2백88배, PCB 폐수는 3백63배, 페놀폐수는 2백44배의 오염도를 나타내고 있다. 그밖의 유해물질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배출기준보다 수십배 높은 오염도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수은 PCB 페놀폐수 등은 거의 100%에 가까운 정도인 99.6~99.7%를 처리해야만 하고 그밖의 유해물질 폐수들도 대부분 90%가 넘는 고효율의 처리를 해야만 배출기준에 맞게 된다.

획일규제 실효 못 거둬

일반인들에게는 지금까지 살펴본 특정폐수의 발생량, 배출기준과의 비교만으로는 특정폐수가 처리되지 않고 하천으로 방류되는 경우에 환경에 미칠 영향이 쉽게 이해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여기서 어림셈으로나마 그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수질환경기준을 이용할 수 있다. 환경오염물질의 성질 독성 등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 지켜져야 하는 것으로 설정된 것이 수질환경기준이다.

6가 크롬의 예를 들어 보면 수질환경 기준치는 0.05㎎/ℓ이하로 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산업폐수로부터 배출되는 6가 크롬의 하루 배출량 1천84.52㎏이 처리되지 않고 하천으로 그냥 흘러들어 간다면 약 2천2백만t의 하천수가 수질환경기준치를 넘는 오염된 물이 된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하루 생활용수 총량이 약 1천1백만t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모든 생활용수를 기준치의 2배가 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납과 시안폐수의 경우에도 6가 크롬의 경우와 비슷한 결과를 나타낸다. 특히 수은폐수는 현재 발생량 2.15㎏으로 무려 1억t에 가까운 수자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특정폐수의 양과 농도를 고려할 때 완벽한 처리를 하지 않고는 환경에 대한 피해, 나아가 국민의 건강에 미칠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고 할 수 있다(표3).

산업폐수로 인한 물오염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는 기술적인 측면, 법적인 측면, 행정적인 측면, 경제적인 측면, 시민운동적인 측면에서 여러가지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사실상 그중 어느 한가지 방법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이 아니며 모든 방법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시행돼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을 짚고 넘어가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 어떤 방법이라도 획일적으로 시행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출허용기준을 예로 보면 현재는 업종에 구분없이 같은 항목에 같은 기준치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밝힌 것과 같이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의 종류는 업종별로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업종별로 철저히 감시해야 하는 유해물질을 별도로 규정하고 현재 배출허용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독성이 강한 물질들을 배출하고 있는 경우는 그 업종에 한해 관리항목을 추가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기준치도 별도로 정해야 한다.

또 한가지 예로는 기업의 능력에 따른 차별을 두어야 한다. 기술과 자본조달 능력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배출허용기준을 엄격히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 벌칙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클린테크놀로지의 개발 등 기업의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 반면에 영세기업에 대해서는 일정한 지역에 집중시켜 공동으로 폐수를 처리하도록 하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기술 및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표3)특정폐수가 처리되지 않고 배출되었을 경우에 오염시킬 수 있는 수자원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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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장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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