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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미국 뉴멕시코주에 설치된 장기선간섭계(VLA·Very Large Array). 지상의 전파망원경 수십~수백 개가 배열돼 가상의 거대 망원경을 만든다.

 

우주망원경은 지구 밖 우주에서 천체를 관측하기 때문에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지표면에 설치된 지상망원경은 대기의 산란, 날씨 등의 영향으로 관측 정확도가 떨어진다. 지상에서는 아무리 하늘이 맑은 지역이라도 대기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별빛이 반짝이는 이유도 대기 입자로 인한 빛의 흔들림 때문이다.


지상에서 얻을 수 있는 파장의 정보도 한정적이다. 지상망원경은 가시광선(390~750nm)과 전파(1mm 이상), 일부 적외선 등의 빛을 이용한다. 감마선, 적외선 등은 대기 중에 흡수되거나 수증기 입자에 막혀 관측에 제약이 있다. 


가령 마이크로파(1mm~1m)를 포착하는 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은 건조하고 서늘하며 기후 변화가 거의 없는 지역에 설치해야 하는 등 관측 조건이 까다롭다. 현재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하와이의 마우나 케아산, 칠레 고산지대, 남극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브밀리미터 망원경이 운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상망원경의 양대 산맥은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망원경과 전파를 이용하는 전파망원경으로 압축된다. 

 

지상 최대의 ‘눈’ 광학망원경

 

지상망원경은 우주망원경에 비해 크기와 무게 등 설계 제약이 덜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그간 지상망원경은 우주를 넓게 볼 수 있게 끊임없이 ‘눈’의 크기를 키웠다. 
그 눈은 가시광선을 모을 거울(렌즈)과 전파를 수집할 안테나다.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천체를 관측하려면 망원경의 해상도를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구경을 키워 최대한 빛을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광학망원경은 초기에 대부분 렌즈를 이용한 굴절망원경이었으나, 렌즈가 커지면 빛의 초점이 퍼져 상이 흐릿해지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반사망원경은 여러 개의 거울을 이어 붙여 만들기 때문에 크기를 키우는 데 문제가 없었고, 부경을 이용해 상을 반사시키면 크기를 더 키울 수 있어 천문학자들은 반사망원경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 적응 광학(adaptive optics)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대기의 흔들림도 보정할 수 있게 됐다. 적응 광학은 광학적 왜곡의 영향을 줄여 장치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망원경에 이 기술을 더하면 대기에 의한 영향을 거의 상쇄시킬 수 있다. 


2025년 완공 예정인 반사망원경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개발에 참여 하고 있는 이호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광학망원경의 성능은 거울의 크기에 비례하는데, 지상에서는 크기 제약이 적어 망원경을 크게 만들 수 있다”며 “지상망원경이 대기 영향을 받아 천체 영상을 뿌옇게 담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 이를 보정하는 기술이 개발돼 뚜렷한 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블랙홀 찾은 전파망원경

 

전파망원경은 안테나 수십~수백 개를 군집 형으로 배열(array)하는 전파간섭계 기술을 이용하는 추세다. 전파망원경 여러 대로 하나의 거대한 전파망원경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가령 1km 떨어진 전파망원경 두 기를 연결하면 구경이 1km인 전파망원경과 같은 분해능을 갖는다. 


이런 가상 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라고 한다. VLA(Very Large Array), ALMA (Atacama Large Millimeter Array)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분해능을 더 높이기 위해 다른 나라, 심지어 수천km 떨어진 다른 대륙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다. 이런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지난해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의 블랙홀 최초 관측이다. 


EHT는 전 세계에 흩어진 8개의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연결해 처녀자리에 위치한 거대 타원은하 M87에서 블랙홀의 모습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관측했다. 


EHT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파망원경의 분해능이 가장 뛰어나 블랙홀도 관측할 수 있던 것”이라며 “전 세계 곳곳에 있는 8개 망원경이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해 구경이 지구만 한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우주망원경과 지상망원경이 합작해 시너지를 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정 선임연구원은 “전파망원경을 지상과 우주에 모두 두고 연구한다”며 “우주에 띄운 전파망원경과 지상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작동시키면 더 거대한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 수 있어 지금보다 분해능이 훨씬 더 높은 블랙홀 영상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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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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