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31일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달여 동안 펼쳐지는지구촌 축제인 월드컵에 전세계인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빅게임은 물론 매 경기마다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놓치면 후회하는 관전포인트 7가지를 과학으로 짚어본다.
1 홈그라운드 이점 사실인가
붉은 악마 응원보다 남성호르몬이 원인
보통 어떤 팀이든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경기에 강하다. 일명 홈어드밴티지다. 안방으로 손님을 불러들이면 실력 외의 힘이 솟구친다는 뜻이다. 홈어드밴티지는 왜 생길까. ‘붉은 악마’ 같은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거나 늘 써오던 경기장에 친숙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심판이 홈팀에 유리하게 판정하기 때문일까. 이제까지 이 같은 요인으로 홈어드밴티지를 설명해 왔다. 1954년 우리나라가 처음 출전한 스위스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이 개막 당일 도착한 탓에 시차 적응에 실패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예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16일 영국심리학회에서는 홈어드밴티지를 설명하는 주요인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급증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노스움브리아대의 샌디 울프슨 박사와 닉 니브 박사는 자국 프리미어리그 소속팀 밑에 19세 이하 선수로 구성된 팀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이 팀의 상대편을 한번은 치열한 라이벌팀으로, 또 한번은 보통 라이벌팀으로 선택해 원정경기와 홈경기를 각각 치르게 했다. 2번의 원정경기와 2번의 홈경기, 그리고 3번의 연습경기 한시간 전에 타액 샘플을 채취했다.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양은 측정 결과 연습경기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남성평균수치를 나타냈으나 홈경기를 앞두고는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보통 라이벌팀을 상대할 때는 평균보다 40%, 치열한 라이벌팀을 상대할 때는 평균보다 67%가 높았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골키퍼의 경우 그 변화가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습경기에서는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으나 홈경기를 앞두고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자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텃세와 관련지어 홈어드밴티지를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동물의 경우 지배력, 자신감, 공격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홈경기에서 선수들은 자기 영역을 지킨다고 느끼는 것이다. 특히 골키퍼는 수비와 가장 관련되기 때문에 그 수치가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으로서 홈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다. 실제 월드컵의 경우 1930년 우루과이에서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개최국이 16강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 1994년 비교적 약체였던 개최국 미국도 16강에 진출했을 정도다. 한국도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홈어드밴티지를 잘 이용하길 바란다.
2 오른발잡이 오른발만 정확할까
슛과 패스의 성공률 양발 모두 90%
“슈∼웃. 아 골대와 상관없는 슛이에요. 결정적인 순간에 어이없이 차버리는군요. 저 선수는 오른발이 강한데, 왼발에 걸렸어요. 안타깝네요.”
축구경기 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가끔 듣게 되는 해설자의 설명이다. 과연 축구선수들의 경우에도 자신이 선호하는 발로 차야 더 정확하게 찰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오른발잡이 선수는 왼발보다 오른발로 더 정확하게 찰 수 있을까. 아니면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까.
지난해 ‘스포츠사이언스 저널’ 11월호에는 영국 에버딘대의 운동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캐리 교수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모든 경기 비디오를 연구한 결과가 실렸다. 2백36명의 선수가 시도한 1만9천2백95번의 패스나 슛을 조사해 패스나 슛이 얼마나 정확한지, 어떤 상황에서 왼발이나 오른발을 선택해 사용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오른발잡이가 79.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과 거의 비슷한 백분율수치다. 또한 오른발잡이 선수가 오른발과 왼발을 사용하는 비율은 8:2 정도였다. 왼발잡이 선수도 왼발과 오른발을 8:2 정도의 비율로 사용했다.
캐리 교수는 선수들이 패스나 슛을 하기 전에 자신이 선호하는 발로 공을 가져가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발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선호하는 발만큼 정확하게 공을 처리할 수 있었다. 거의 90%의 슛과 패스가 성공했는데, 왼발과 오른발의 정확도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슛을 잘못한 이유가 선수가 선호하지 않는 발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축구해설자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말이다.
실제 프로축구선수들은 왼발과 오른발 둘다로 똑같이 정확하게 공을 패스하거나 슛할 수 있도록 매일 연습한다. 양발을 다 잘 사용하는 일은 축구선수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상급 선수라면 양발을 원하는 대로 다루는 일이 기본이란 뜻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선호하지 않는 발에 대해 자신감을 키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양발을 잘 쓰도록 훈련하지만, 막상 경기중에 두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발로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경기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정말 자기가 잘 쓰는 발을 사용하는지 주의깊게 살펴보는 일도 무척 흥미롭겠다.
3 선수교체 타이밍은 언제인가
지금보다 더 빨라야 좋다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의 경우 경기가 술술 잘 풀리면 별다른 걱정이 없지만, 상대팀에게 뒤지는 힘든 경기를 하고 있다면 감독은 뭔가 뾰족한 수를 내야 한다. 특정 선수를 교체하거나 전술을 바꾸면서 승리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바꿀 선수나 전술도 문제지만 경기중 언제 이같은 변화를 시도해야 할까.
앞으로는 축구감독이 선수교체나 전술변화의 최적 타이밍을 컴퓨터에 문의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올해 ‘오퍼레이셔널 리서치 학회 저널’ 1월호에 실린 새로운 수학적 연구를 살펴보면 이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랭커스터대의 마이크 라이트 박사와 노부요시 히로트수 박사가 ‘변화’라는 열쇠에 근거해 축구경기의 수학적인 모형을 개발했다. 이들 변화는 한 팀이 공을 점유하거나 상대편에 빼앗기고 득점하거나 실점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이런 관점에서 A팀과 B팀의 경기를 보면 크게 4가지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즉 A팀이 득점하는 상태(상태0), A팀이 공을 가진 상태(상태1), B팀이 공을 가진 상태(상태2), B팀이 득점하는 상태(상태3)로 말이다. 이때 A팀이 공을 갖고 있다가 득점하는, 즉 상태1에서 상태0으로 변화하는 확률처럼 가능한 모든 경우의 확률을 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 선수교체나 전술변화를 도입했을 때 어느 한팀이 득점하는 확률의 변화를 계산했다고 한다. 팀이 뒤지고 있다면 스트라이커를 넣기 원하는데 이런 선수교체가 확률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자료에 이같은 모형을 적용시켰을 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감독들이 대부분 선수교체를 경기가 끝나기 15분 전부터 하는데, 계산 결과는 이보다 더 일찍 선수를 교체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시기를 뽑아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연구로부터 기존 경기들에 대한 분석자료를 컴퓨터에 넣은 후 어떤 경기의 특정상황에 근거해 선수를 교체하거나 전술을 바꾸는 가장 좋은 시기를 알아내는 일을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예측 시스템이 완벽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특정선수가 주어진 날 경기를 잘하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변수는 항상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 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이 경기중 어느 시기에 선수를 교체하거나 전술을 바꾸는지, 이런 변화가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눈여겨보자.
4 선심이 오프사이드를 제대로 볼까
1m 앞에 서면 착각하기 쉬워
축구에서 득점하기 쉬운 상황은 바로 선수가 상대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공격수가 미리 상대진영 깊숙이 들어가 있고 같은편에서 이 선수에게 공을 길게 패스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프사이드라는 반칙이 된다.
공이 한 선수에게 패스될 때 이 선수와 상대 골라인 사이에 상대수비수가 1명만(보통 골키퍼) 있으면 이 공격수는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한 것이다. 만일 공격수가 상대골키퍼보다 골라인에서 멀리 있고 최종수비수와 동일선상에 위치한다면 어떨까.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부터 바뀐 규정에 따르면, 이때는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오프사이드 반칙은 때로 경기의 승패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오프사이드는 경기장 바깥쪽에 위치한 선심(부심)이 판단한다. 하지만 선심은 경기장 바깥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오프사이드를 정확히 보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2000년 3월 2일자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보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네덜란드 브리예대의 연구팀은 3명의 전문선심에게 요청해 2백회의 오프사이드 상황을 판정하는 실험을 했다. 선심이 판정하는 상황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 선심의 머리에 가벼운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했다. 실험 결과 40회의 판정이 오심으로 밝혀졌다. 공격수가 최종수비수와 동일선상에 있는데도 오프사이드로 판정한 예가 26회, 공격수가 최종수비수보다 앞서 있는 상황인데도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으로 판정한 예가 14회였다.
연구팀은 잘못된 판정의 90%가 선심이 최종수비수보다 1m 앞에 위치한 경우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경우에 선심이 선수들과 나란히 위치하지 않기 때문에 착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공격수가 선심을 기준으로 최종수비수의 먼 쪽에 위치할 때는 동일선상에 있더라도 오프사이드인 것처럼 보이는 반면, 최종수비수의 가까운 쪽에 위치할 때는 수비수보다 앞에 있어도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이같은 결과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25경기를 포함한 2백경기의 실제 국제경기에서도 확인됐다. 만일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한발 앞서 선심에게 가까운 쪽으로 파고든다면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선심이 선수들을 좀더 잘 볼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서 오프사이드를 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어떨지 선심의 깃발에 주목하자.
5 얼마나 많은 골이 터질까
큰 점수격차 예상보다 쉽게 난다
5:0.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과 체코 평가전에서 한국대표팀이 패한 점수다. 한때 히딩크 감독의 별명이기도 했다. 물론 최근 평가전에서는 핀란드와 코스타리카를 2:0으로 완파하며 불명예스런 별명을 떨쳐버리고 있다. 축구경기에서 2:0이라는 점수보다 5:0이라는 점수가 나오기 더 힘들다는 사실은 당연해보인다. 과연 그럴까.
올해 ‘엘스비어 사이언스’ 2월호에는 영국 워릭대의 천체물리학자 존 그린호크 박사팀이 1백69개 국가의 국내축구경기 점수를 분석한 결과가 실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의 경기와 전세계의 경기가 서로 다른 점수분포를 한다는 점이었다. 먼저 1970-1971년 시즌과 2000-2001년 시즌에 영국 내에서 열린 1만8천여 정상급 경기의 점수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경기점수가 많이 날 확률이 더 적어지는 분포를 따랐다. 2:0보다 5:0의 점수가 나기 더 힘들다는 말이다.
반면 1백69개의 국가에서 펼쳐진 13만5천여 국내경기의 점수를 분석한 결과, 많은 득점이 일어날 확률이 예상보다 더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한팀이 6골 이상 득점할 때와 한 경기의 총점수가 9골 이상일 때가 예상보다 더 많았다. 또 홈팀이 이길 확률이 컸는데, 놀랍게도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점수가 경기 당 겨우 0.51골이었다.
총 10골 이상 점수가 나는 경기를 보면 영국과 전세계의 득점분포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우 1만 경기 당 한번(30년마다 약 한번) 나타나는 반면, 전세계에서는 3백 경기 당 한번 정도(대략 하루에 한번) 발생한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밝혀냈다.
많은 점수가 나는 경기가 예상보다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시스템에서 한 부분의 행위가 다른 부분의 행위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 때 이 두 부분 사이에 상관관계가 발생한다. 축구에서는 골의 수가 늘수록 경기 전체적으로는 점점 더 골이 많이 나는 경향이 있다. 2:0보다 5:0으로 지고 있을 때 수비하는 팀은 기운이 꺾이고, 두팀이 막상막하라 하더라도 4:4 같은 많은 점수에 도달하면 경기는 더 격렬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팬이나 선수들은 미리 직감적으로 아는 내용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얼마나 많은 골이 터질지, 한국팀은 얼마나 득점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6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질까
주심도 많게는 경기당 12km 뛰어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16강 경기에서는 전체 골의 40%가 마지막 20분에 터졌다. 두팀 간에 어떤 균형이 후반에 접어들수록 깨진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체력이라고 해석한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선수들에게 체력훈련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런데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축구에서 부상의 25%는 경기종료 15분 전에 발생한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선수들이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이 감소한다는 간접적 증거다.
경기중에 체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축구는 90분 동안 굉장한 에너지소모와 체온상승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후반 사이의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에너지보충은 고사하고 물도 마시기 힘들다. 이번 월드컵의 경우에는 날씨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 5년 동안 6월 한달 평균기온은 약 22-23℃, 습도는 약 66% 정도였다. 이런 날씨라면 탈수와 체온상승으로 선수들의 후반 기력을 빼기에 충분하다.
체력소모는 양팀 모두에게 나타나지만, 기술적 능력이 열세인 팀의 선수들일수록 더 많다.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을 빼앗길 확률이 크고, 빼앗긴 볼을 다시 되찾기 위해 더 많이 분투하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에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인다. 이번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면서 이를 염두에 둔다면 어떤 팀이 열세에 있는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경기중에 우리는 선수들의 체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경기 내내 계속 화면에 일정비율로 잡히는 선수가 바로 체력이 안배된 선수다. 선수들은 걷고 뛰고 달리는데, 이런 선수는 공을 기준으로 적절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보통 감독이 교체하는 선수들을 보면 화면에 한동안 사라졌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선수뿐만 아니라 주심의 체력도 주의깊게 살펴볼 만한 점이다. 보통 제자리 서있기와 걷기가 전체 경기시간의 60%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를 보면 주심 또한 상당한 거리를 이동한다. 적게는 4-6km 많게는 8-12km를 뛴다. 평균심박수도 분당 1백60회에 이른다. 이 정도면 최대유산소능력의 약 75%를 족히 넘는 수준이다. 천천히 뛰기나 뒤로 뛰기가 전체의 30%를 차지하는데, 특히 뒤로 뛰기가 전체의 약 6%를 차지한다. 선수들에 비해 순간적으로 뛰는 경우는 적을지라도 상당한 체력을 소모해야 한다.
7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막을 수 있을까
손짓에 고함치는 이유는 의사소통
경기중 잘 보이지 않는 선수다. 잘하는 팀이라면 더더욱 안보인다. 그런데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눈에 띈다. 다양한 손가락짓과 표정과 고함, 그리고 순간적인 판단력이 돋보인다. 바로 골키퍼다.
골키퍼는 몇가지 수칙을 갖고 움직인다. 예를 들어 항상 공을 자기 앞에 둔다. 그래야만 혹시라도 놓칠지 모르는 공을 다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을 쳐내야 한다면, 정면이 아닌 골대의 좌우측으로 멀리 보낸다. 물론 상대선수가 없는 곳으로. 그래야만 자신이 다시 수비자세를 정비할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수비수와의 의사소통은 특히 중요하다. 그래야만 골키퍼가 막지 못한 공을 수비수가 걷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이 골대 근처로 오면 수비수에게 자신이 나가거나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나가게 되면 크고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만 수비수가 만약의 위험에 대비해 골키퍼를 보조할 수 있다.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나가면 상대선수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골문에 가까운 곳에서 차는 프리킥의 경우에도 의사소통은 중요하다. 골키퍼는 부산하게 움직인다. 손짓에 고함에. 수비수들은 몸으로 벽을 쌓는다. 그리고 골키퍼는 한쪽 구석에서 상대방 키커와 공을 주시한다. 위험한 순간이다. 그러나 그 사이를 비집고 공은 네트를 가른다. 이때 이 골이 어쩔 수 없는 공격진의 작품인지, 무언가 수비진의 문제인지는 골 후에 골키퍼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골키퍼 관전의 백미는 페널티킥이다. 이론적으로 정확하게만 찬다면 페널티킥은 모두 들어간다. 이때 골키퍼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골문을 지킬까. 대부분의 경우 한쪽을 포기한다. 최소한 키커와 50:50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물론 분석적인 골키퍼는 이런 결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내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오른발잡이 선수가 골대의 오른쪽을 향해 방향을 잡고 공을 차는 순간이 포착된다면, 골키퍼는 그때서야 자신의 왼쪽을 수비한다. 골문의 오른쪽을 향한 오른발잡이 선수가 순식간에 왼쪽으로 몸을 틀어 왼쪽으로 공을 정확하게 차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골키퍼의 선택은 그냥 가운데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공이 오는데로 움직이면서 막는다. 적지 않은 수의 공이 가운데로 오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의 김병지나 이운재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