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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일본이 다시 한반도의 품으로? 동해 지각판이 심상치 않다

3200만 년 전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한 덩어리였다. 그런데 어디로부터인가의  큰 힘에 의해 지금의 일본 땅인 육지가 떨어져 나갔다. 동해는 점점 확장돼 1500만 년 전,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최근 이런 동해가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동해 바닥을 이루는 지각이 한반도 동쪽 지각 아래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수백만 년 뒤,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다시 하나의 땅으로 합쳐질 가능성도 있다.

 

 

지구 표면의 암석층인 지각은 여러 개의 작은 대륙판과 해양판으로 이뤄져 있다. 대륙판은 맨틀 위를 뗏목처럼 떠다니며 쪼개지고 다시 결합하기를 반복하는 가벼운 판이고, 해양판은 쪼개진 대륙판 사이에 생성되고 이후 섭입(한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는 현상) 작용에 의해 다른 판 아래로 소멸하는 무거운 판이다. 


미국 라몬트 지질연구소 소속 지질학자인 존 투조 윌슨은 대륙판이 분리되고 재결합하는 과정과 해양판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이론화했다. 이런 과정을 ‘윌슨 사이클(Wilson Cycle)’이라고 부른다. 윌슨 사이클은 6단계 시나리오로 구성된다(오른쪽 그림).

 

 

 

‘윌슨 사이클’에 남겨진 미스터리

 

윌슨 사이클은 초기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판 운동이 처음으로 시작됐던 약 30억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윌슨 사이클은 판구조론의 근본 메커니즘으로, 지구조 환경(geological environment)의 대부분은 이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윌슨 사이클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슈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해양판의 섭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하는 질문이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현대 지질학의 난제 중 하나다. 많은 연구자들이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윌슨 사이클이 처음 제안됐을 당시 과학자들은 갓 생성된 뜨거운 해양지각이 시간이 지나며 점차 식고 밀도가 증가해 결국 판 경계부에서 자체의 무게 때문에 절단되고 섭입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의 연구들은 해양판이 식는 과정에서 그 강도가 함께 증가해 자체 무게만으로는 절단되고, 섭입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어떤 다른 요인이 해양판을 섭입하게 만드는 걸까. 수치 모델링을 통해 지구동역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음 몇 가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판에 가해지는 압축 응력이 증가하거나, 두꺼운 해양 퇴적물로 해양판의 무게가 급증하거나, 해양판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열원이 존재할 경우 해양판 섭입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양 지각의 섭입 시작(subduction initiation), 다시 말해 수동형 대륙경계부(passive margin)가 섭입대(subduction zone)로 전이하는 현상은 그 실체가 모호하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지구상에 섭입 시작을 연구할 수 있는 실제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수억 년의 시간 단위를 갖는 윌슨 사이클 속에서 섭입이 시작되는 현상은 ‘찰나’와 같다. 또 섭입이 진행된 이후에는 수렴형 판의 경계에서 해양판이 소멸돼버리기 때문에 과거의 사례를 찾아서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동해에서 섭입 시작 현상 발견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의해 둘러싸인 반폐쇄성 해양인 동해는 아주 특별한 장소다. 이 작은 바다에 초기 섭입 단계로 의심되는 지역이 한반도 동부 연안 및 일본 열도 서부 연안을 따라 두 곳이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해는 신생대 마이오세 동안 유라시아판(지각판) 아래로 섭입하던 태평양판(해양판)이 후퇴하며 약 1000만 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그 이후에 주변 판들의 운동 양상이 변하면서 확장을 멈췄고, 약 500만 년 전부터는 동서 방향의 압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압축력 때문에 동해의 서쪽과 동쪽 경계부에서는 다양한 지각 변형 및 역단층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진 또한 빈번하다. 


특히 일본과 접한 동해의 동쪽 경계에서는 1983년 ‘일본해 동부 지진’이라고 명명된 리히터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일본 지질학자들은 해당 경계를 동해의 지각이 일본 아래로 들어가는 ‘초기 섭입대(Incipient subduction zone)’라고 풀이했다. 그들은 동해의 동쪽 경계를 아무르판과 오호츠크판의 경계로 지정했다. 


서쪽 경계인 한반도와 동해의 경계부는 일본쪽 초기 섭입대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지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일본해 동부 지진만큼 강한 지진 기록은 없기에 일각에서는 서쪽 경계를 안정적인 판(아무르판) 내부에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필자가 속한 연구팀은 한반도와 동해 사이에서 초기 섭입대가 나타나고 있다는 몇 가지 증거를 확인해 국제학술지 ‘지질학(Geology)’ 6월 7일자에 발표했다. doi:10.1130/G40305.1


첫 번째 증거로 우리 연구팀은 한반도와 울릉분지 경계 깊은 곳에서 대규모의 역단층 구조들을 발견했다. 탄성파 반사 기술(음파가 되돌아오는 정도로 지각 내부 구조를 알아내는 기술)로 동해 남동부 지각을 조사한 결과, 한반도와 동해의 지각 경계를 따라 100km가 넘는 대규모 역단층이 현재도 운동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동해 울릉분지 해저면에서 약 50km의 파장으로 지각이 휘어지는 좌굴 현상을 관찰했다. 편평한 종이를 양옆에서 밀면 가운데가 휘는 것처럼 해저면이 압축력을 받아 150∼200m 가량 솟아 있었다. 해당 변형 구조는 지각 심부까지 연장돼 있었다. 이는 일본쪽(동해의 동쪽 경계)과 방향만 반대일 뿐, 유사한 초기 섭입 작용이 한국쪽(동해의 서쪽 경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한반도 동쪽에 해구 생길까

 

한반도와 동해 사이와 같은 수동형 대륙경계부가 완전히 섭입대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약 1000만 년 동안 초기 섭입 과정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한반도와 동해 사이의 초기 섭입 작용은 약 400만 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동쪽에 해구가 만들어지려면, 적어도 600만 년 동안 현재의 지구조 운동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본과 맞닿은 동해의 동쪽 경계에도 방향만 반대인 동일한 초기 섭입 현상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쌍방향 초기 섭입은 과거 필리핀 해양판 서쪽에 있는 마닐라 해구와 가구아 해저산맥에서도 나타났다. 이 경우 마닐라 해구만 수렴형 경계로 발전했고, 가구아 해저산맥은 초기 섭입 단계에서 변형이 멈췄다. 


이는 쌍으로 존재하는 두 초기 섭입 경계는 경쟁을 거쳐 한 쪽만 성숙한 수렴형 경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해의 쌍방향 초기 섭입대 역시 양자택일적인 진화가 예상된다. 현재 경쟁 중인 한국쪽과 일본쪽 경계 중 한 곳만 수렴 경계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동해의 어느쪽 경계가 성숙한 섭입대로 발전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먼 미래에 둘 중 한 곳에서 본격적인 판의 섭입이 시작된다면 동해는 윌슨 사이클의 네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해양분지의 닫힘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유구한 세월동안 끊임없이 지속된다면 동해는 사라지고 언젠가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가 안정적인 대륙 내부에 위치한다고 믿어왔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한반도 동부가 판의 경계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니 말이다. 


물론 일본쪽 초기 섭입대와의 경쟁에서 패배해 한반도쪽 구조 진화는 어느 순간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점은 절대 가까운 미래가 아니다. 10년 혹은 100년 후에도 여전히 한반도 동부 경계는 섭입대로 전이되고 있을 것이며, 이는 다양한 구조 변형 및 지진을 수반한다. 현재 활발히 진행되는 지진 재해에 대한 대비 역시, 이러한 거시적 시점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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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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