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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확진부터 역학조사까지...질병관리본부 르포

“내일 다섯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게 기도해야죠.”
다음날로 잡힌 취재 일정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이동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총괄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과장은 “국내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해야 하는 만큼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은 ‘5분 대기조’ 상태”라고 말했다.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통화 중에도 수화기 너머로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확산 속도가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추월했다는 보도가 쏟아지던 1월 29일의 일이었다.

 

전신보호복에 장갑과 덧신은 두겹으로


1월 30일 오전, 아직 추가 확진 환자 소식은 없었다.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 도착해 방문증을 받으러 건물 안에 들어서자 취재진이 길게 늘어선 모습부터 눈에 들어왔다. 이틀 전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며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가동되기 시작한 터였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는 가장 먼저 유증상자에게서 검체를 수집해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에도 발병 초기 모든 확진 검사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이뤄졌다(1월 31일부터는 새로운 검사법이 도입돼 각 시·도의 보건환경연구원과 대학병원이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에는 바이러스성 감염병 진단 시설이 갖춰져 있다. 병원체의 위험도에 따라 진단 시설은 생물안전 연구시설(BL)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단계별로 관리된다. 코로나19는 BL 3등급(BL3) 이상에서 관리해야 한다. 이는 인체 위해성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메르스, 페스트, 인플루엔자 등도 BL3 이상이 필요하다. 


실험실 안으로 마치 우주복을 입은 것처럼 전신을 흰 보호복으로 감싼 채 실험 중인 연구원의 모습이 보였다. BL3 실험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전신보호복을 입어야 한다. 장갑과 덧신은 두 겹으로 착용한다. 


얼굴에는 병원균을 걸러주는 기능을 갖춘 N95 마스크(미국 기준으로 공기 중 미세입자 95%를 거를 수 있다는 뜻이며 한국의 KF94 등급에 해당)를 써야 한다. N95 마스크 대신 전동식호흡장치(PAPR)를 착용할 때는 헤파필터가 달린 송풍기를 허리춤에 차야 한다. 능숙한 연구원들도 15분 이상 걸리는 작업이다.


모든 실험은 생물안전작업대에서 이뤄진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의 전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바이러스 존재를 확인하는 데는 보통 6시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전신보호복을 갖춘 상태에서는 2~3시간을 버티기가 힘들다. 숨쉬기가 힘들고 화장실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러스를 확인하려면 전신보호복 입고 벗기를 두세 차례 반복할 수밖에 없다. 


탈의 과정도 만만치 않다. 실험을 마친 뒤에는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쳐 탈의한다. 장갑을 먼저 소독하고, 전신보호복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벗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둘둘 말아야 한다. 보호복에 묻은 물질이 몸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박민우 질병관리본부 생물안전평가과 보건연구사는 “BL3 실험실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온 뒤에는 샤워해야 할 만큼 땀이 난다”며 “위험한 병원체를 다루는 만큼 번거롭더라도 안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PCR로 유전체 증폭시켜 양성 확인


현재 유증상자의 감염 여부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유전자 검출 검사다. 유증상자의 검체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확인되면 양성으로 판단한다.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질환은 유증상자의 가래나 입안 상피세포에서 검체를 얻는다. 바이러스가 환자의 호흡기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 가래의 경우 검사를 위해서는 최소 300µl(마이크로리터·1µl는 100만분의 1리터)가 필요하다. 이는 한 번 내뱉으면 충분한 수준이다. 상피세포는 면봉으로 입 안쪽을 긁어서 얻는데, 이를 바이러스 수송배지(VTM) 2mL에 희석해서 사용한다. 입안을 한 차례 가볍게 긁으면 검사를 위해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다. 


검체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찾기 위해서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을 이용한다. 가래나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양이 워낙 적어 PCR을 통해 바이러스의 유전자 양을 증폭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PCR에 사용하는 기계는 전자레인지 크기 정도다. 여기에 검체와 이를 증폭시킬 효소, 프라이머(유전자에 달라붙어 복제가 시작되도록 돕는 짧은 DNA)를 넣고 일반적으로 90도에서 15초, 60도에서 1분 등 효소가 활성화되는 적절한 온도로 조절하며 작동시킨다. 


최우영 질병관리본부 바이러스분석과 연구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매뉴얼에 따라 검사를 진행한다”며 “PCR 결과가 나오는 데는 3시간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PCR이 진행되면 복제과정이 한 주기(사이클)가 끝날 때마다 유전자 양이 2배로 늘어난다. 가령 40사이클이 진행되면 유전자 양이 240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늘어난 유전자는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염색한 뒤 크기별로 분류한다. 이 과정까지 완료하는 데는 약 6시간이 걸린다. 


최 연구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포함해 인간을 감염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 7종은 모두 이 방식으로 검출할 수 있다”며 “다만 양성으로 확인되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세부 종류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종류까지 확인하려면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eal Time PCR)을 적용한 새로운 진단법을 쓰는 게 효과적이다. 기존의 PCR에 형광물질을 함께 넣어 유전자가 증폭되는 과정을 말 그대로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유전자를 증폭하는 사이클마다 결과가 분석되기 때문에 기존 검출법에 비해 PCR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 


최 연구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1월 11일 중국 푸단대 연구팀에 의해 공개된 만큼 이를 활용하면 코로나19만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다”며 “현재 코로나19 확진 검사에 적용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전자 검출 검사는 몸속에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동안에만 가능하다. 만약 코로나19의 최대잠복기인 14일이 지나 바이러스가 배출된 뒤에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체내에 남지 않아 유전자 검출 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잠복기가 지난 뒤에도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항체 검출 검사법을 개발하고 있다.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며 항체를 만든다. 항체 검출 검사법은 이 항체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세포 내에서 항체가 존재하는 기간은 감염병마다 다르지만, 홍역의 경우 최대 1년까지 검출할 수 있다.


항체 검출 검사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항원이 필요하다. 항원과 환자의 시료(주로 혈액)를 반응시켰을 때 항원항체 결합반응이 일어나면 환자의 세포에 바이러스의 항체가 들어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기도에서 얻은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대량증식하는 데 성공했다. 정윤석 질병관리본부 바이러스분석과 연구관은 “바이러스를 배양해 항체 검출 검사법 개발뿐만 아니라 치료제 개발과 백신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접촉했나, 역학조사에 온 힘


‘강남구 성형외과에 들렀다가 대치동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다. 다음날에는 일산으로 향했다.’
유난히 복잡했던 3번 확진 환자의 동선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확진 환자로 판명되면 환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이 과장은 “코로나19는 기침이나 콧물에서 나오는 미세한 침방울(droplet)을 통해 바이러스가 배출된다”며 “감염자와 직접 접촉한 경우 감염이 쉽게 일어나는 만큼 확진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대부분이 우한에 다녀왔거나, 확진 환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있거나,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코로나19 양성이 확인되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전에 격리가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는 1급 감염병으로 분류된 만큼 감염이 확인되는 즉시 국가격리병상에 수용된다.


격리 기간은 바이러스 잠복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코로나19는 WHO의 권고에 따라 14일이 지나야 격리 해제 조건을 갖춘다. WHO는 코로나19의 최대잠복기를 12.5일로 보고있다. 14일이 지났다고 바로 격리조치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감염 증상이 없고 24시간 내 2차례 연속 바이러스 음성 판정을 받아야 최종적으로 격리가 해제된다(2월 20일 현재 이 규칙에 따라 2월 5일 격리조치가 해제된 2번 환자를 시작으로 총 16명의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이 과장은 “코로나19처럼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하면 일단 1급 감염병으로 분류해서 최고 수준으로 관리한다”며 “추후 역학조사 결과로 질병의 확산 속도와 심각성을 분석해 다시 분류한다”고 말했다. 

202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글 오송=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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