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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상> 태양계 너머 외계행성을 찾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우주 공간 어딘가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존재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 결과 태양계에 존재하는 8개의 행성을 찾았고, 약 100년 전에는 안드로메다은하도 발견됐다. 우리은하라는 공간을 벗어나 외부은하까지 우주관이 확장된 것이다. 태양계를 벗어난 공간을 천문학계는 성간우주 또는 심우주로 표현하며, 일반적으로는 외계 공간으로 부른다. 드넓은 외계 공간에 또 다른 지구가 존재하지는 않을까. 그런 희망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사람들이 스위스 제네바대의 미셸 마요르와 디디에 쿠엘로 교수다.

 

이건 
‘천문학계의 혁명’

 

24년 전인 1995년 당시 미셸 마요르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와 박사과정 연구원이었던 디디에 쿠엘로는 새로 개발한 분광기에 힘입어 태양계에서 50광년 떨어진 페가수스자리 근처에서 ‘51 Pegasi b’라는 외계행성의 존재를 최초로 찾아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doi: 10.1038/378355a0
별(항성)과 달리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다. 항성에서 오는 빛을 반사할 뿐이다. 이는 별빛보다 1000만 배 정도 어둡기 때문에 최신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행성의 영상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일으키는 별빛의 변화를 이용해 행성을 찾는다. 이런 방법 중의 하나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는 시선속도법이다.


마요르 교수와 쿠엘로 연구원은 1990년 제네바대에서 멀지 않은 프랑스 남동부의 오트-프로방스 천문대(Haute-Provence Observatory)에 설치된 구경 1.93m 망원경을 사용해 많은 관측을 수행했다. 이때 쿠엘로 연구원은 박사과정 연구의 일환으로 분광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3년 이들이 완성한 고분산 분광기(ELODIE·엘로디)는 당시 최고의 정밀도를 보유한 장비였다. 초속 13m의 느린 속도로 별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별빛의 변화까지 검출할 수 있었다. 이들은 망원경에 엘로디를 부착해 1994년 4월부터 태양과 비슷한 별 150여 개를 관측했다. 


그 결과 페가수스자리 51번째 별(51 Pegasi)이 최대 초속 120m의 속도로 4.23일의 주기를 가지고 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51 Pegasi는 태양보다 질량이 1.1배 무겁고, 지름은 1.2배 크며, 표면 온도는 약 5800도에 달했다. 


또 이 별 주위에 목성의 절반 정도 질량을 가진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51 Pegasi b’로 명명된 이 외계행성은 중심별로부터의 거리가 약 0.053AU(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에 불과하며, 표면온도는 목성의 약 10배(1280도)로 매우 뜨거운 것으로 분석됐다. 우주 관측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과 비슷한 별에서 외계행성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외계행성 최초 발견은 오랜 시간의 관측과 정교한 분석을 수행한 두 과학자의 열정, 그리고 첨단 장비의 정밀도가 합쳐진 쾌거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외계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후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지구 바깥 궤도에 쏘아 올리는 등 세계적으로 외계행성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고, 그 결과 현재까지 4000개 이상의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노벨상위원회의 평가처럼 두 사람의 발견이 ‘천문학계의 혁명’을 이끈 것이다. 


현재 분광기의 성능은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초속 1m로 움직이는 별의 미약한 변화까지 검출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런 첨단 분광기를 이용해 지구처럼 질량이 작은 외계행성도 발견되고 있다. 관측 자료는 행성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특히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형 행성도 수십 개 발견돼 외계생명체 연구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초 외계행성 발견자는 

따로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두 사람의 업적에 대해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라는 표현을 굳이 넣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외계행성 자체가 최초로 발견된 건 1995년보다 3년 앞선 1992년이었다. 주인공은 당시 미국국립천문학전리층센터(NAIC)의 알렉산데르 볼시찬 박사였다. 그는 별이 죽어가는 단계인 중성자별(PSR1257+12)을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doi: 10.1038/355145a0 그리고 3년 뒤 마요르 교수와 쿠엘로 연구원의 논문이 역시나 ‘네이처’에 게재됐다. 


두 논문 모두 ‘네이처’에 실렸지만, 학계의 과학적 관심도를 보여주는 논문 피인용 횟수는 마요르 교수와 쿠엘로 연구원의 논문이 3배 정도 많았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태양과 비슷한 별에 있는 외계행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주기는 4.23일로 짧은 등 태양계 행성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볼시찬 박사는 최초의 외계행성이자 펄서 행성을 관측한 인물임은 확실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벨상의 선택은 받지 못했다.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 탐색시스템 개발을 총괄했으며, 정밀한 관측을 통해 별과 행성에 의한 미세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slkim@kasi.re.kr

 

 

용어정리

*도플러 효과
별이 우리(관측자)한테서 멀어지면 별빛은 파장이 긴 빨간색으로 변하고, 가까워지면 파장이 짧은 파란색으로 변하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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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승리 광학천문본부장
  • 에디터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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