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적 지원 하에 전세계 10여개 선진국 3백50개 실험실에서 수행되는 다국적 인간게놈프로젝트.여기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미국 생명공학 벤처회사 셀레라 지노믹스가 있다.과연 다윗은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을것인가?
지난 4월 6일 미국의 한 벤처회사가 “인간게놈프로젝트를 마쳤다”고 밝혀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화제를 일으킨 주인공은 셀레라 지노믹스(Celera Genomics). 미국의 대표적인 생명공학 벤처기업이다. 셀레라의 발표 직후 일각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 “별로 의미가 없는 성과다” 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강하게 표시하기도 했다. 셀레라의 연구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좀더 지켜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세계의 과학자들이 이 일개 벤처회사의 발언에 대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셀레라의 정체는 무엇일까.
1990년 미국 정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원대하고 야심적인 생명과학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05년까지 30억달러를 투자해 전세계 10여개국 3백50개 실험실의 공동작업을 통해 인간의 생물학적 정보를 알아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10만개의 유전자가 기술돼 있는 30억개의 염기로 구성된 인간 DNA 전체 게놈의 염기서열을 규명하는 일이다. 그러나 게놈프로젝트 사업단은 목표로 정한 시점을 절반 남겨둔 1997년 말까지 예산의 60% 이상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3% 미만에 해당하는 DNA만을 해독하는 부진함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1998년 5월 분자생물학계의 독불장군으로 불리는 크레익 벤터 박사는 세상을 놀라게 만든 폭탄선언을 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셀레라 지노믹스라는 벤처회사를 설립해 2000년까지 독자적으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시 ‘뉴욕 타임스’의 표현처럼 “민간 기업이 NASA에 앞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인 놀랍고도 대담한 계획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셀레라는 다국적 프로젝트보다 몇년 앞서 2000년 상반기중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첩한 다윗이 거대한 골리앗을 거꾸러뜨리는 셈이다.
칼 뽑을 때마다 선진국 정부 혼쭐
더욱이 셀레라는 생물학자들이 연구대상으로 즐겨 사용하는 초파리의 게놈을 이미 밝혔다. 얼마 전에는 쌀의 게놈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해 이 분야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는 일본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셀레라가 일단 칼을 뽑으면 선진국 정부가 혼쭐이 나는 셈이다. 어떻게 일개 민간 기업이 선진국 정부를 상대로 맞설 수 있을까.
인간의 게놈은 10만개의 유전자와 이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생명의 책’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개인의 성격, 행동, 지능과 소질에 관한 차이도 사람마다 생명의 책에 기술돼 있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초래되는 것이다. 인간의 게놈을 분석해 생명의 책을 완성하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이제 막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21세기 중에 인간의 평균수명이 1백20세에 달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의 가장 큰 근거가 되고 있다.
게놈프로젝트는 생명체의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생명공학의 혁명은 디지털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
거의 모든 정보를 0과 1로서 디지털화 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 정보 혁명은 전통적으로 무관해 보이던 산업 분야를 하나로 통합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즉 미디어, 출판, 엔터테인먼트, 영화, 유통, 통신, 컴퓨터산업 등 별다른 상호작용 없이 발전해 오던 분야들이 갑자기 0과 1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고로 언어가 통하면 사업이 통하게 마련이다. 정보의 디지털화는 여러 산업 분야가 하나로 재편되는 정보혁명을 가져 왔고 그 결과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이 변화가 생명체에 관계된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까지 밀려들고 있다. 게놈프로젝트의 결과 생명체의 정보가 A, G, C, T라는 4종류의 염기 코드로 기술되면 농업, 수산업, 의학, 제약업, 화학, 에너지, 환경, 식품업 등 전통적으로 무관하게 여겨졌던 산업 분야들이 공통의 언어로 기술될 수 있음이 확인되는 것이다. 앞으로 수십년간 이들 산업 분야에는 혁명적인 변화가 몰아닥칠 것이고 우리들 모두는 정보 혁명에 비할 바가 아닌 보다 큰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그 누구보다 앞서 셀레라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셀레라의 탄생과 성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두사람은 사장 크레익 벤터와 연구소장 해밀튼 스미스이다. 벤터는 국립보건연구소(NIH)의 연구원 시절 실험실 안팎에서 저돌적이고 모험적인 면모를 과시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주류 분자생물학자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연구방법을 고안해 획기적인 성과를 발표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벤터는 자신이 발견한 유전자에 대한 특허 출원 여부를 둘러싸고 당시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제임스 왓슨(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과 심한 갈등을 초래했다. 당시 왓슨은 벤터의 업적을 “원숭이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이 갈등은 결국 왓슨과 벤터 모두 미국 국립보건원을 떠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두 과학자의 찰떡궁합
해밀튼 스미스는 20년 전 제한효소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한 과학자이다. 제한효소란 DNA의 특정한 염기서열을 인식해 마치 가위로 자르듯이 DNA를 자르는 효소다. 이 발견으로 분자생물학자들은 유전자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 마치 재봉사가 가위 없이 작업을 하다가 가위를 처음 구해 옷을 만들게 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 20년 간 스미스는 뚜렷한 업적이 없어 일반인들에게 서서히 잊혀져 가는 늙은 과학자로 여겨졌다. 활력 있고 야심찬 벤터와의 만남은 스미스의 천재성과 재능이 다시 한 번 온 세상에 드러나는 기회로 작용했다.
벤터가 활달하고 도전적이며 저돌적인 반면 스미스는 정반대로 남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내성적인 성품을 지녔다. 벤터는 남들보다 항상 크게 생각하고 이를 큰 목소리로 주장하는 선동가로서 탁월한 소질이 있어 많은 추종자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이곳 저곳에서 적을 만드는 유형이다. 반면 스미스는 노벨상 수상자임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소극적이어서 동료들로부터 자만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두 사람은 과학자로서의 면모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벤터는 직관에 의존하는 천재형인 반면 스미스는 냉정하고 꼼꼼한 논리주의자다. 셀레라에서 일을 하는 방식에서도 사장인 벤터가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큰 목표를 설정하면 연구소장인 스미스는 이를 두고두고 고민해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찰떡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경이로울 정도로 완벽하게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게놈프로젝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회사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셀레라가 30억달러를 투자하는 다국적 사업단보다 8년이나 늦게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저렴한 비용을 들여 한발 앞서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게 된 요인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벤터와 스미스가 전통적인 방식과 상식을 거부하고 새로움과 도전을 선호하는데 있을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주류 분자생물학자들이 이용하는 방식은 게놈상의 지표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우선 게놈을 부수어 이를 순서대로 나열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각의 조각이 전체 게놈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표시하는 지표가 필요하다. 이는 생명의 책을 장별로 나누고 다시 쪽별로 나누는 것과 같다. 다음 각각의 쪽에 해당하는 염기 서열을 실험을 통해 밝혀낸다. 각각의 쪽이 전체 생명의 책에서 어느 곳에 해당하는 지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이를 규합해 생명의 책을 완성한다.
게놈상의 지표를 활용하는 이 방법은 합리적이고 분석적이어서 실현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첫번째 단계, 즉 생명의 책을 쪽별로 배열하는 작업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전혀 다른 사고방식
반면 셀레라의 벤터와 스미스는 샷건 방식이라고 하는 다소 무모한 방법을 적용했다. 이 방식의 첫 단계는 생명의 책 10권(10개의 게놈)을 무작위로 약 1천글자씩 포함하는 쪽지로 찢는다. 그 다음 자동 염기서열 분석장치를 이용해 수천만개의 쪽지(게놈의 조각난 DNA)를 읽어낸다. 마지막으로 수천만개의 쪽지를 서로 비교해 생명의 책을 완성한다.
셀레라의 샷건 방식에서는 지표를 설정하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쪽지가 전체 생명의 책의 어느 쪽에 위치하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명의 책을 완성할 수 있을까? 바로 각각의 쪽지들 사이에 겹치는 부분을 찾는 것이다. 책을 무작위로 찢었기 때문에 첫번째 책에서 유래한 쪽지들과 두번째 책에서 유래한 쪽지들 사이에는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수천만개의 쪽지를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서로 비교하면 결국 전체 생명의 책을 완성할 수 있다.
초창기에 스미스는 이 방식이 세균의 게놈을 규명하는 데는 적합하겠지만 인간에 적용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게놈은 세균의 게놈보다 수천배 크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쪽지를 읽어야 하고, 이들 각각을 비교하는데 엄청나게 성능이 뛰어난 소프트웨어와 컴퓨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터는 다국적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이기기 위해서는 이 방법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해 끈질기게 스미스를 설득했다. 벤터의 리더십과 비전을 높이 사고 있던 선배 과학자 스미스는 결국 벤터의 투지와 집념에 설복됐다.
하지만 주류 생물학자들은 샷건 방식을 사용하기에는 인간게놈이 너무 크고 복잡해서 셀레라가 작성하는 생명의 책은 벌레 먹은 것처럼 여기 저기 구멍이 나있는 쓸모 없는 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 셀레라의 연구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샷건 방식이 실패할 것이고 또 실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큰소리치는 벤터의 코가 납작해지고 정부로부터 30억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자신들의 체면이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초파리의 게놈을 샷건 방식으로 분석하는데 성공했다는 셀레라의 발표는 이 부정적인 전망을 일소하는 계기가 됐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예정대로 셀레라는 다국적 프로젝트에 한발 앞서 올 상반기중 인간게놈을 완전히 규명하게 될 것이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가 지난 3월 중순 인간게놈을 곧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셀레라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양국 정상의 발표는 다국적 프로젝트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셀레라에 한발 뒤쳐진 상황에서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 데이터를 공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게놈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90%의 작업을 마무리하고 2003년까지 완성된 게놈지도를 공개할 예정이다. 물론 90% 진행된 인간게놈의 정보도 대단한 업적이라 할 수 있고 그 자체로 의학과 생명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국 정상의 최근 발표는 완성되지 않은 정보를 셀레라에 앞서 미리 공개함으로써 선진국 정부의 체면을 지키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라고 여겨진다.
2백여개만 특허 출원
그렇다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셀레라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벤터 사장은 애초부터 인간게놈을 셀레라가 독점할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셀레라의 목표는 전체 인간 유전자 10만개 가운데 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2백여개만을 골라 이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었다. 또 전체 게놈 정보에 대해서는 이를 잘 정리하고 가공해 대학과 정부 연구소를 비롯해 제약회사, 생명공학회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머크, 파이저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회사와 생명공학회사들은 이미 셀레라의 고객으로 막대한 정보 이용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더욱이 셀레라의 프로젝트는 인간게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각종 미생물, 동물, 식물의 게놈을 차례로 정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명체의 코드를 확보해 생명공학 시대의 정보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 셀레라의 목표다. 설립된지 2년이 채 안된 한 민간 기업이 인류 역사의 새로운 장을 펼치며 생명공학 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황금의 알 낳는 생명공학 벤처기업
생명공학 벤처와 정보통신 벤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 회수 기간과 제품의 수명에 있다. 정보통신 벤처는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반면 생명공학 벤처는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신약을 개발할 때 보통 연구개발에만 7년에서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생명공학 산업은 제품의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생명공학 제품은 대부분 특허에 의해 보호되고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일단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의 경우에는 진입 장벽이 낮고 워낙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 신제품의 수명이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생명공학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는 1999년 현재 약 1천5백여개의 생명공학 벤처회사가 설립돼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은 1-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레라 지노믹스와 같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수조원에 이른다.
현재의 매출액이나 흑자 여부보다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미래가치의 실현 가능성에 의해 현재 시장가치가 평가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생명공학 산업의 시장규모는 얼마나 될까? 1997년 현재 전세계 생명공학 시장규모는 3백10억달러. 이 가운데 의약 부문이 1백90억달러로서 전체 규모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개발된 약제들은 불과 1백여개의 유전자를 표적으로 개발됐다. 산술적으로 평균해보면 1개 유전자당 1억9천만달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과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자 10만개 가운데 최소 1천개에서 1만개까지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이들 질병 관련 유전자를 발굴한 후 향후 10년-30년 동안 이들 각각에 대해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중반까지 지금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수많은 질병들에 대해서 효과적인 치료법과 약제가 개발될 것이다. 또 시장규모 역시 2천억-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의약부문 이외의 생명공학 시장도 이에 못지 않게 성장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생명공학 시장규모는 향후 10년간 연간 20-30%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다.
이처럼 생명공학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라는 예상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바로 셀레라 지노믹스와 같은 민간 기업들과 세계 각국의 정부들이 각종 생물체의 게놈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레라는 제약회사와 생명공학회사에 게놈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예정이고 셀레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회사들은 신약을 개발하거나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만드는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개척해 생명공학 시장을 급속히 확장시킬 것이다.
생명공학 기업 어떤종류가 있나
생명공학기업들은 각자가 생산하는 상품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종류로 구분된다. 첫째는 단백질, 유전자, 유기화합물과 같은 약제와 물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이다. 생명공학 기업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암젠(Amgen), 제넨텍(Genentech) 등의 미국 회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인간성장호르몬과 같이 약제로 사용되는 단백질을 개발해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약제를 상품으로 만드는데 보통 7-10년의 연구개발 기간과 임상실험 기간이 필요하고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인간성장호르몬의 연간 시장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약제의 상품화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그 개발 비용과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는 유형이다.
둘째 유형은 정보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인간게놈을 비롯해서 각종 생물의 게놈 정보를 규명하는 셀레라 지노믹스, 사람들마다 유전자에 차이를 보이는 것에 착안해 이를 밝히는 진셋(Genset)과 같은 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들의 주요 고객은 유전정보를 필요로 하는 제약회사와 병원이다.
셋째 유형은 기술을 생산하는 회사이다. 라이보자임 파마수티칼(Ribozyme Pharmaceuticals) 또는 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Sangamo Biosciences)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기술중심 회사들은 생명공학의 신기술을 개발, 이를 거대 제약회사와 생명공학회사에 제공해 수익을 창출한다.
약제를 생산하는 첫째 유형의 회사에 비해 정보 또는 기술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초기 단계에서 일정액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위험부담이 적은 반면 성장성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회사의 성장성과 투자 이익은 아무래도 약제 개발과 같은 고위험·고수익 사업이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번째, 세번째 유형에 속하는 많은 회사들은 기술과 정보의 생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약제를 생산하기 위해서 적절한 시점에 거대 제약회사와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이러한 사업전략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회사는 미국의 밀레니엄 파마수티칼(Millenium Pharmaceuticals)이다. 밀레니엄은 원래 유전자 정보를 제약회사에 제공하는 회사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자체적으로 약제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이 생명공학 벤처회사들은 다양한 방식의 수익 창출 모델을 보이고 있다.어느 모델로 사업을 시작할 것인지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다른 모델로 사업을 전환할 것인지가 생명공학 회사들의 성장과 생존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