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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초 GM 모기 방사, 모기박멸 카운트다운!

[모기 박멸 카운트다운]

브라질에서 GM모기를 방사하고 있는 옥시텍 연구원. Oxitec
브라질에서 GM모기를 방사하고 있는 옥시텍 연구원. Oxitec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올해 초 2019년 주목해야 할 과학기술 연구(What's coming up in 2019) 13개 중 하나로 ‘유전자 변형(GM·genetically modified) 모기 방사’를 꼽았다. 말라리아 창궐 국가인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가 지난해 GM 모기의 방사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GM 모기 방사가 이뤄진 건 부르키나파소가 처음이다. 부르키나파소 현장에 있는 GM 모기 연구팀은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7월 1일 GM 모기를 조금씩 방사하기 시작해 현재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GM, 즉 유전자 변형의 정의에 대해 과학적으로 정리부터 하자. 현재 생명공학에서 말하는 유전자 변형은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끼워 넣어 기존 생물체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하는 기술’을 뜻한다.


국내외 언론들이 종종 볼바키아 감염 모기를 GM 모기로 칭하는데, 이 모기는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모기라는 숙주에 감염을 시켰을 뿐 GM 모기는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볼바키아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잘라 이를 모기의 유전자에 끼워 넣은 것이 아니므로 GM 모기라고 볼 수 없다(관련기사 

 

옥시텍이 개발한 GM 모기 ‘OX513A’.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태하고 있다. Oxitec
옥시텍이 개발한 GM 모기 ‘OX513A’.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태하고 있다. Oxitec


 

옥시텍이 개발한 GM 모기 ‘OX513A’

 

진정한 의미의 GM 모기는 2002년 루크 알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개발한 ‘OX513A’가 대표적이다. OX513A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에 특정 단백질(tTAV)을 만드는 유전자를 삽입한 모기다. 


이 단백질은 모기의 유충 단계를 늦춰 유충에서 성충으로 자라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모기 개체수는 점차 감소하게 된다. 알피 교수는 이 기술을 토대로 ‘옥시텍(Oxitec)’이라는 유전자 변형 곤충을 개발하는 생명공학기업을 설립했으며, 세계경제포럼에서 ‘2008 기술선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옥시텍은 설립 이후 수차례 현장 시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현장 시험은 2009년 카리브해에 있는 케이맨 제도의 가장 큰 섬인 그랜드케이맨섬에서 이뤄졌다. 당시 약 330만 마리의 GM 모기가 80회에 걸쳐 방사됐으며, 11주 뒤 이집트숲모기 개체수는 약 80%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옥시텍은 GM 모기를 개발하고 생산해 브라질과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는 케이맨 제도 등에 방사했다. Oxitec 제공
옥시텍은 GM 모기를 개발하고 생산해 브라질과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는 케이맨 제도 등에 방사했다. Oxitec

 

또 2013년 브라질 바이아주의 두 마을에서 1년간 현장 시험을 진행해 모기 개체 수를 평균 70% 감소시켰다. 이후 옥시텍은 브라질 정부의 승인을 거쳐 2014년 현지에 GM 모기 생산 공장을 설립했고, 2015년 7월 바이아주 모기 개체수의 95%를 감소시켰다고 발표하며 지금까지 실시된 현장 시험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옥시텍은 여러 실험을 통해 GM 모기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GM 모기는 수컷만 방사해야 한다. 이는 흡혈을 하는 암컷을 방사할 경우 오히려 흡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수컷과 암컷을 함께 방사할 경우 수컷 GM 모기가 일반 모기가 아닌 암컷 GM 모기와 교미할 확률이 높아 전체 모기 개체수를 줄이는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doi: 10.1038/nbt1283

 

옥시텍은 또 다른 논문에서 GM 모기가 tTVA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신은 죽지 않고 후손들만 죽는 이유도 밝혔다. 사실 연구팀은 GM 모기가 죽지 않도록 해독제로 ‘테트라사이클린’이라는 물질을 함께 주입했다. 테트라사이클린은 사람도 흔히 먹는 항생제 성분인데, GM 모기의 체내에 들어가면 tTVA 단백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GM 모기는 교미할 때까지 살 수 있으며, 후손에게 tTVA 유전자도 전달한다. 대신 테트라사이클린은 유전자가 아니므로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이로써 tTVA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만 물려받은 후손은 유충 단계에서 죽고 만다. doi: 10.1371/journal.pntd.0003864 


GM 모기가 낳은 알은 굳이 유충 단계까지 자라게 한 뒤 죽게 만든다는 점도 흥미롭다. 기술적으로는 알이 부화조차 못 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옥시텍은 모기 유충의 습성상 유충 단계까지 거친 뒤 죽게 하는 것이 개체수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모기 유충들은 좁은 지역에 군집을 이루고 산다. 그래서 한정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유충들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GM 모기가 낳은 알이 일찍 죽어버리면, 일반 모기 유충들이 이 알을 먹고 영양분을 더 많이 섭취해 오히려 전보다 더 잘 자랄 수 있다. 이 경우 모기의 전체 개체수가 줄어드는 효과는 미미해 질 것이다. doi: 10.1186/1741-7007-5-11

 


말라리아 물리치려 GM 모기 방사

 

모기 개체수를 조사하는 ′타깃 말라리아′ 연구원. 타깃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국가인 부르키나파소, 우간다, 말리 등에서 GM모기 연구 및 현장 실험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7월 1일 첫 방사가 이뤄졌다. Taget Malaria
모기 개체수를 조사하는 '타깃 말라리아' 연구원. 타깃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국가인 부르키나파소, 우간다, 말리 등에서 GM모기 연구 및 현장 실험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7월 1일 첫 방사가 이뤄졌다. Taget Malaria

 

옥시텍 외에 최근 주목받는 GM 모기 연구 단체가 있다. 지난해 8월 부르키나파소 정부로부터 GM 모기의 방사를 승인 받은 ‘타깃 말라리아(Target Malaria)’다. 타깃 말라리아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미국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 아프리카 보건과학연구소(IRSS) 등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인 GM 모기 컨소시엄이다.


컨소시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이 GM 모기 연구에 힘을 합친 건 오로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서다. 말라리아에 의한 전 세계 사망자는 2003년 93만 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현재는 사망자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지난 몇 년간 사망자 수는 그다지 줄지 않았다. 말라리아 모기가 살충제와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면서 효과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타깃 말라리아가 GM 모기 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아프리카 보건과학연구소는 지난 7년 간 부르키나파소에서 GM 모기를 연구했다. 말라리아 감염자의 90% 이상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발병하고,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의 70% 이상이 5세 미만의 어린이다. 아프리카가 말라리아의 최대 피해지인 셈이다. 


타깃 말라리아가 방사한 GM 모기는 옥시텍의 GM 모기와 차이가 있다. 이들은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뉴클레이스를 이용해 모기의 유전자 자체를 망가뜨렸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뉴클레이스를 이용했다. 하나(I-PpoI)는 흡혈을 하는 암컷이 아예 태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암컷의 성염색체는 XX다. 이를 위해서는 성염색체를 X와 Y 둘 다 갖고 있는 아빠로부터 반드시 X 염색체만 물려받아야 한다. 엄마는 성염색체가 모두 X여서 어떤 걸 물려받든 성별을 결정하는 데는 상관없다. 


연구팀은 이를 노렸다. 만약 수컷의 정자에서 X 염색체를 망가뜨리면 Y 염색체만 후손에게 전달되고, 그 결과 계속해서 수컷만 태어난다. 이에 안드레아 크리산티 임페리얼칼리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X 염색체를 망가뜨리는 뉴클레이스 발현 유전자를 수컷 모기에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개체군 내에 수컷의 비율이 95%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201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doi:10.1038/ncomms4977

 

또 다른 뉴클레이스는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이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암컷의 생식 능력과 관련된 핵심 유전자를 불량으로 만들었다. 


염색체는 크기와 모양이 같은 두 염색체가 한 쌍을 이루는데, 두 염색체가 모두 불량일 때만 생식 능력을 잃게 된다. 또 수컷은 한 쌍이 모두 불량이어도 생식 능력을 잃지 않는다. 수컷과 염색체 하나만 불량인 암컷은 번식을 할 수는 있지만, 대신 모기 집단 내에 망가진 유전자가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모기 집단 전체가 망가진 유전자를 갖게 되면서 암컷 전체가 생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 기술 역시 크리산티 교수팀이 개발했으며, 실험을 통해 7~11세대 만에 모기가 전멸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2018년 9월 24일자에 실렸다. doi:10.1038/nbt.4245


아프리카 보건과학연구소는 크리산티 교수팀의 협력 하에 부르키나파소 현장 시험에서 GM 모기의 효과를 확인했고, 자연 방사를 결정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GM 모기 연구를 이끌고 있는 압둘라예 디아바테 보건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장 1년 동안 모기 개체수와 생태계 변화를 살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타깃 말라리아는 현재 말리와 우간다에서도 GM 모기를 방사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 타깃 말라리아의 GM 모기 전략

 

타깃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서 말리리아를 매개하는 모기(Anopheles gambiae)를 퇴치하기 위해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방식을 이용했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유전자 변형 기술 중 하나로, 특정 유전자를 개체에 삽입한 뒤 전파해 결국에는 생물종 전 개체군의 유전형질을 바꾸는 방법이다.

 

1. 뉴클레이스 I-PpoI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수컷 모기에 삽입한다. 이 뉴클레이스는 수컷 정자의 X 염색체를 망가뜨려, 암컷 자손을 낳지 못하도록 만든다. 또한 이 개체가 낳은 수컷 역시 뉴클레이스 유전자를 물려받아 암컷을 낳지 못한다. 그 결과 집단 내 암컷이 점점 줄어든다.

 

 

2. 암컷 모기의 생식과 관련된 핵심 유전자를 망가뜨려 번식을 못하게 한다. 이는 암컷의 특정 염색체 한 쌍이 모두 망가졌을 경우에만 발동한다. 수컷이나 염색체 한 쪽만 망가진 암컷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나, 이들은 집단 내에 망가진 유전자를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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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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