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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너란 놈... 며칠 듯이 잡고 싶다

[모기 박멸 카운트다운]

 

‘짝!’ ‘짝!’ ‘짝!’
연달아 세 번의 박수를 쳤지만, 손바닥은 깨끗하다. 목표물이었던 모기는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분명 눈으로 모기의 경로를 정확히 따라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초점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방 안 가득 모기 살충제도 뿌려보고, 온몸에 모기 퇴치제도 발라봤지만,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귀에 맴도는 ‘왜애애앵~’ 소리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모기를 때려잡을 수 있을까.

 

사실 모기는 비행하는 동물 중에서는 상당히 느린 편이다. 모기의 비행속도는 고작 시속 2km 남짓. 모기가 비행 동물임에도 인간이 감히 맨손으로 도전할 수 있는 이유다. 


굳이 비행속도가 가장 빠른 포유류인 큰귀박쥐(시속 160km)나 가장 빠른 비행 곤충인 등에(시속 145km)까지 안 가도, 모기와 비슷한 급으로 여겨지는 집파리조차 비행속도가 시속 8km 이상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집안에 있는 모기를 잡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모기는 주변 감지 능력이 탁월하다. 후각과 시각, 그리고 열감각 등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데, 특히 모기의 눈은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크고 둥근 모양이어서 앞과 위, 심지어 뒤까지 동시에 볼 수 있다. 아무리 모기 뒤에서 다가간다 한들 모기가 다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또 모기를 잡으려고 노려볼 때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유는 단순하다. 모기가 워낙 작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안에서 흔히 보는 모기의 길이는 다 커도 4mm에 불과하다. 몸통은 얇은데다 날개는 투명하다. 비행 중에 주변 사물과 조명에 자연스럽게 묻힐 수밖에 없는 생김새를 타고난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건 모기의 탁월한 비행 능력이다. 파리도 마찬가지지만, 모기 역시 사람이 예상하는 경로로 비행하지 않는다. 사람의 눈동자는 모기의 비행경로를 대략적으로 예상해 따라가는데, 모기는 그 예상을 깨고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한다. 모기는 어떻게 그 얇디얇은 날개와 몸으로 기상천외한 움직임을 선보일 수 있는 걸까.

 


 

상하좌우! 모기만의 비행 기술 

여기에 영국의 한 연구팀이 답을 제시했다. 리차드 봄프리 영국왕립수의대 교수팀은 모기만의 특수한 비행 능력을 공기 역학 원리로 밝혀내 국제학술지 ‘네이처’ 2017년 4월 6일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doi:10.1038/nature21727


우선 연구팀은 실험대상으로 삼은 열대집모기(Culex quinquefasciatus)만을 위한 카메라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열대집모기는 말 그대로 열대 지역에 사는 집모기로, 지카바이러스 매개체로 강한 의심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투명한 상자(가로세로 33cm, 높이 23cm) 안에 열대집모기 4~8마리를 투입하고, 상자 주위를 초고속카메라 8대로 둘렀다. 초당 1만 장의 사진을 찍어낼 수 있는 8대의 카메라는 투명 상자 안의 가로세로높이 2cm 구역을 동시에 관찰하도록 배치됐다. 이 구역에 들어온 모기는 바로 카메라에 찍히게 된다.


촬영 결과, 모기는 다른 곤충이나 새의 비행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방식으로 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통의 비행 동물은 날개를 아래로 힘차게 내리며 상승하는 힘을 받는다. 날개를 내려칠 때 날개의 앞쪽 위에 공기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날개 위쪽의 압력을 떨어뜨려 몸을 위로 밀어 올리는 작용을 한다. 이를 유체역학에서는 ‘날개 앞쪽 소용돌이(leading-edge vortices)’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모기는 날개를 내려치는 중 날개를 ‘획’ 비틀어 버렸다. 날개를 올릴 때도 마찬가지로 날개를 비틀어 회전시켰다. 이런 동작이 날개 앞쪽 소용돌이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건 아닐까. 하지만 연구팀은 날개를 비트는 동작이 오히려 모기의 비행 능력을 상승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기가 이유 없이 날개를 비튼 것이 아니었다. 날개를 내려칠 때 만들어지는 공기 흐름에 맞춰 날개각을 바꿨다. 단순히 내려치기만 한다면 날개 앞쪽의 공기 소용돌이는 만들어졌다가 흩어져 사라지지만, 모기는 날개를 비트는 동작을 통해 이 소용돌이가 만들어 낸 공기 흐름을 한 번 더 재활용해 날개 뒤쪽 소용돌이로 바꿔 날아올랐다. 연구팀은 이를 ‘날개 뒤쪽 소용돌이(trailing-edge vortices)’ 메커니즘과 ‘회전 항력(rotational drag)’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담당한 나카타 토시유키 일본 치바대 공대 교수는 “두 메커니즘은 몸에 비해 날개가 긴 모기가 적은 에너지로도 상승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최적의 비행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집안 모기, 출입구부터 막아라

 

7월 초, 국내 모기 방제 연구를 주도하는 두 연구팀을 찾아갔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집안의 침략자, 모기를 잡을 수 있을까.


두 연구팀의 전문가들은 모두 모기를 죽이는 방법보다는 ‘물리적 방어’를 우선으로 꼽았다. 이희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 연구관은 “가정용 살충제가 독성이 약하다고 해도 유해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만큼 방 안 가득 살포하는 건 과잉대응”이라며 “가정에서는 창문을 통해 모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데, 모기가 드나들 수 있는 틈을 차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틈은 방충망 틀 아랫부분에 있는 배수구, 일명 ‘빗물구멍’이다. 창틀에 고인 물이 빠질 수 있도록 대부분의 방충망에는 빗물구멍이 있다. 물이 빠지는 것이 목적인만큼 아주 작은 구멍이지만, 4mm의 모기에게는 드나들기 수월한 출입구가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물은 빠지되 모기가 들어오는 것은 막는 빗물구멍 전용 방충망 스티커가 인기를 얻고 있다.


또 하나의 틈은 방충망 모서리 부분이다. 이 연구관은 “방충망을 오래 쓰다보면 끝부분이 조금씩 구부러진다”며 “이 때문에 벌어진 틈으로 모기가 드나들 수 있으니 점검해보고 필요하면 수리나 교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모기의 또 다른 출입구는 화장실 배수구다. 배수구에서 튀어 나오는 모기를 막기 위해서는 배수구와 연결된 ‘모기의 낙원’, 정화조를 눈여겨봐야 한다. 김왕규 고려대 한국곤충연구소 연구원은 “정화조를 자주 청소하거나 살충제를 뿌리는 것도 좋지만, 정화조에 방충망을 씌우는 것만으로도 모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화조에서 태어나 자란 대부분의 모기들은 알을 낳기 위해 반드시 흡혈을 해야 한다. 흡혈을 하려면 정화조 바깥으로 나가야만 하는데, 방충망으로 덮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경우 흡혈을 하지 못해 결국 알도 낳지 못하게 된다. 


정화조뿐만 아니라 도로의 배수구 역시 모기들의 주요 출현 구역인데, 배수구를 방충망으로 덮으면 같은 원리로 모기를 줄일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지자체나 아파트 단지 차원에서 정화조와 도로 배수구에 방충망을 덮을 경우 주거지역의 모기 출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팔 옷과 모기장을 이용한 물리적 방어도 효과적이다. 특히 최근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모기 매개 질병에 감염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이 연구관은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여행객이 야간에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며 “모기 기피제도 일부 효과가 있지만 긴팔 옷을 입는 게 더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긴팔 옷도 몸에 딱 달라붙는 경우에는 모기가 옷을 뚫고 흡혈할 수 있는 만큼 품이 넉넉한 옷을 입는 게 좋다.


만약 눈앞의 모기를 꼭 잡고야 말겠다면? 김 연구원은 “모기는 자주 벽에 붙어 휴식을 취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인내했다가 잡는 것이 성공률이 높다”며 “개인적으로는 방충망에 걸거나 붙이는 모기 기피제를 사용했더니 모기 수가 크게 줄어든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모기 먹는 모기? 광릉왕모기 납시오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뿌리는 화학적 방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 연구관은 “여러 조사를 통해 모기들이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 역시 “단 몇 개의 유전자만 바뀌어도 살충제 저항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화학적 방제는 가급적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신 최근에는 ‘생물학적 방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김 연구원이 소속된 모기방제연구단은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지원으로 고려대, 삼육대, 서울대, 서울여대 등과 함께 생물학적 모기 방제 기술을 연구했다.


연구단의 목표는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는 생물들을 알아내고, 사육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연구단은 잔물땡땡이와 광릉왕모기를 사육하는 데 성공했다. 


잔물땡땡이와 광릉왕모기 유충은 모두 소형 모기의 유충을 먹고 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딱정벌레의 일종인 잔물땡땡이는 논과 같이 비교적 넓은 구역에서 활동하고, 광릉왕모기 유충은 웅덩이와 같이 좁은 구역에서 서식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왕모기의 유충이 다른 소형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졌는데, 국내에 서식하는 왕모기는 광릉왕모기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가로세로높이 60cm 크기의 암막 사육장에서 50일 동안 광릉왕모기 암컷 한 마리당 600마리 이상의 유충을 얻을 수 있는 사육기술을 개발해 2017년 특허를 출원했다. 


광릉왕모기 유충 한 마리는 하루에 26마리가량의 다른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다. 광릉왕모기의 유충 단계인 16일 동안 모기 유충 약 416마리를 제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과거 미국과 유럽도 왕모기를 사육했지만 방제 구역이 워낙 넓어 결국 단시간에 멀리 살포되는 화학적 방제를 선호하게 됐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방제 구역이 비교적 좁아 생물학적 방제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볼바키아 박테리아 심은 모기

 

질병관리본부는 모기의 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질병을 매개하는 능력을 억제하는 박테리아인 볼바키아(Wolbachia)를 연구하고 있다(아래 사진). 모기를 숙주로 삼는 볼바키아는 1924년 처음 발견된 뒤 1971년 모기 번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볼바키아는 다양한 방식으로 모기 번식을 억제한다. 우선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과 정상인 암컷이 교미해 낳은 알은 부화하지 못한다. 그 외에 암컷만, 또는 양쪽 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경우 유충은 모두 볼바키아를 갖고 태어난다. 


볼바키아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만약 수컷과 암컷이 서로 다른 종류의 볼바키아를 보유한 경우 알은 발생 초기에 죽어버린다. 이렇게 박테리아 감염으로 알이 죽는 경우를 ‘세포질 불합치’라고 하는데, 곤충학에서는 8대 발견 중 하나로 꼽는다. 다만 그 원리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볼바키아는 모기 개체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모기가 매개하는 뎅기열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의 숙주 내 복제를 억제하며, 감염모기의 흡혈 성공률도 떨어뜨려 모기를 통한 질병 전파를 막는다. 
볼바키아의 능력을 모기 방제에 사용하기 위한 연구는 1990년대 미국 예일대에서 시작됐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건 2018년이다. 스콧 오닐 호주 모나시대 매개질병연구소 교수팀은 2011년부터 호주의 열대 항구 도시 타운즈빌에서 볼바키아에 감염된 이집트숲모기를 방사했다. 약 19만 명이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는 앞선 7년 동안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뎅기열 환자가 54명이 발생했다.


연구팀이 볼바키아 모기를 방사한 뒤 7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뎅기열 환자 발생은 4명으로 확 줄었다. 그마저도 3명은 여행객이었다. 뎅기열 환자가 92% 감소한 것이다. 현재 볼바키아 모기 프로그램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 11개 열대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부터 볼바키아를 이용한 모기 연구를 시작해, 지난해 9월에는 오닐 교수팀의 볼바키아와 동일한 균주를 수급해 국내 흰줄숲모기를 감염시킨 뒤 조사 중이다. 이 연구관은 “같은 종이라도 지역마다 계통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볼바키아 감염 모기가 국내 모기 퇴치에 효과가 있는지 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201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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