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운동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탈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인데, 이에 관해 최근 심층적인 논의가 있었다. 특히 지난9월 천안에서 열렸던 '국제스포츠과학학술대회'에 참가한 하버드 의대 '미켈리'(L.J.Micheli)교수는 스포츠에서 어린이 부상의 원인과 결과를 발표, 주목을 받았다.
미켈리교수는 회의석상에서 "가장 큰 책임을 부적절한 훈련에 물을 수 있다. 지나치게 무리하게 훈련계획을 짜거나 몸도 풀리기 전에 운동을 시작하면 적응력에 한계가 있는 어린이들의 신체에 이상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두번째 이유로는 근육과 건(腱)의 불균형을 꼽았다. 이는 '성장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보이기도 하지만 어린 선수들의 근육이 너무 단단하게 발달, 유연성을 잃어버린 탓도 있다고.
이같은 현상은 특히 관절부위에서 많이 발견되며, 10대 배영선수, 투포환선수의 어깨를 오그라들게 하거나 뼈 관절을 튀어나오게 한다.
또 등뼈나 다리가 일정한 부위에 없는 경우, 경기력이 저하됨은 물론이고 상해를 입기 쉬운 상태가 된다.
잘 맞지 않는 신발을 신었을 때도 신체에 무리가 간다. 그래서 미켈리 박사는 "약간 뒷축이 높고, 앞쪽에 탄력이 있는 신발이 좋다. 특히 충격흡수력, 지지력,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춘 신발이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장 표면의 상태도 상해 위험요소. 예컨대 클레이코트에서 경기하던 테니스 선수가 아스팔트코트에서 뛰거나 잔디구장을 달리던 축구선수가 맨 땅에서 시합하면 관절 등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것.
영양문제 또한 상해와 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최근 칼슘과 비타민 섭취가 부족한 여자 장거리선수와 발레리나는 무(無)월경증과 음식 게걸증에 걸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등뼈의 미네럴 밀도를 줄이므로 골절을 잘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TV를 자주 보는 어린이는 뚱뚱해져
미켈리교수는 또 "1주일에 60시간 이상 TV를 보는 어린이의 뼈 근육 등은 반복적인 훈련을 이길만한 상태가 안된다"고 경고했다.
운동하는 어린이가 빈번하게 부상당하는 부위는 등뼈 어깨 무릅 팔꿈치 히프 골반 손목 발 등이다.
그렇다면 그 부위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병을 무엇일까? 제일 먼저 골절을 들 수 있다. 대체로 운동선수의 골절은 미세한 상처가 축적, 뼈가 '피로'를 일으킨 결과로 생긴다. 특히 이 때의 골절은 무척 천천히 진행돼 통증이 시작된지 6~8주 후에도 X선 검사상 발견되지 않을 정도.
두번째는 건에 염증을 일으키는 건염. 대개 어린 선수는 성인 선수에게 흔히 나타나는 건염보다는 건에 돌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둘다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
또 주변조직을 붓게 하거나 곪게 하는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등에 통증이 자주 온다. 척추통증은 보통은 만성적인 근육·인대·건의 손상에 의해 생기는데, 때론 척추의 성장판의 부분적 손상, 척추분리증, 척추탈위증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같은 증상들은 모두 훈련중에 생긴 미세한 외상들이 모여서 나타난다. 그런데 어린 선수들은 자신들의 몸이 언제 어떻게 다쳤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작은 상처는 신경도 안 쓴다. 그들은 경기에 몰두하면 다리 뼈에 금이 가는지도 모르고 계속 점프하며, 팔꿈치 관절의 아픔도 참고 커브를 던진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선수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이며 그래서 '과학적인 훈련', '의학적인 훈련'이 시급하다고 미켈리 교수는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