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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모기박멸, 해야 할까요?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모기 박멸, 해야 할까요?”

과학동아는 7월 1~7일 과학동아 페이스북과 과학동아 정기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유전자 변형(GM) 모기를 이용한 모기 박멸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을 물었다. 231명이 모기 박멸에 대한 의견을 보내왔다. 의견은 찬성과 반대 두 가지로만 받았다. 
분석 결과 절반이 조금 넘는 130명(56.3%)이 모기 박멸에 찬성했다. 모기 박멸에 반대하는 독자는 101명(43.7%)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2016년 미국 플로리다주 먼로 카운티의 작은 섬마을인 키헤이븐(Key Haven)에서 이뤄진 주민 투표 결과와 유사하다. 당시 GM 모기를 연구하고 생산하는 옥시텍은 1000여 명이 살고 있는 키헤이븐 주민을 대상으로 GM 모기 방사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키헤이븐은 미국에서 브라질과 가장 가까운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시기 브라질에서는 지카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했다. 


먼로 카운티 전체에서는 4만여 명이 투표해 58%(2만3218표)가 GM 모기 방사에 찬성했다. 하지만 정작 모기가 방사될 키헤이븐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643명 중 35%(224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키헤이븐 주민들은 GM 모기가 영구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장기간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반대했다. 또 주민들은 자신들이 시험 대상이 된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느꼈으며, 온라인 청원 사이트(Change.org)를 통해 16만5000명으로부터 GM 모기 방사 반대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비록 주민 투표 결과만으로 GM 모기 방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정 권한을 가진 플로리다주 모기통제위원회는 투표 결과를 고려해 GM 모기 방사를 승인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옥시텍은 이후에도 GM 모기를 방사하기 위해 지역 사회를 지속적으로 설득했으나, 플로리다주 모기통제위원회는 “옥시텍이 GM 모기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현재까지 방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기에 의한 피해자 너무 많아 박멸해야

 


GM 모기를 포함해 GM 생물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항상 치열하다. 다만 GM 모기는 GM 옥수수, GM 연어 등 다른 GM 생물과 달리 주된 목적이 기존의 모기를 없애기 위함이란 점에서 더욱 민감한 주제로 취급된다. 옥시텍은 “전 세계 모기를 모두 박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특정 지역의 모기를 완전히 없애는 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GM 모기를 사용해 모기를 박멸하자는 측의 입장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모기가 한 해 7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 중에서도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건 말라리아다. 한 해 43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다. 지속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하고 말라리아 치료제를 공급해왔지만 모기가 이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면서 점점 그 효과가 줄고 있다. 말라리아는 백신 개발도 크게 진척이 없다. 


말라리아 전염모기의 개체수 감소를 목적으로 구성된 비영리 연구 컨소시엄인 ‘타깃 말라리아’에서 GM 모기를 개발한 안드레아 크리산티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생명과학부 교수는 “많은 노력과 자원 투입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는 지난 20년 동안 처음으로 말라리아 발병 사례가 전년대비 감소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말라리아와의 싸움에 더 많은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기 박멸 시 생태계 교란 우려

 


모기 박멸을 반대하는 측은 생태계 교란을 우려한다. 생태계 교란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는 이전에 없던 물질이 자연에 뿌려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옥시텍에서 사용한 테트라사이클린이다. 


옥시텍은 자체 개발한 GM 모기가 교미할 때까지 죽지 않도록 테트라사이클린이라는 물질을 GM 모기에 주입하는데, 이 물질은 사람들이 항생제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이 때문에 GM 모기 방사로 생태계에 테트라사이클린의 양이 증가하면 인간의 항생제 내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옥시텍은 이미 테트라사이클린이 사람과 가축의 항생제로 사용된 만큼 생태계 내에 일정량 존재하고 있으며, 브라질에서 현장 시험 결과 GM 모기 방사로 인해 그 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GM 모기 자체도 기존 생태계에 없던 물질이다. 옥시텍은 GM 모기가 알만 낳고 죽도록 설계했지만, 실제로는 최대 15%까지 계속 생존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더불어 GM 모기에 삽입된 유전자가 다른 종에게 옮겨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이는 GM 생물 전체에서 늘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현재 옥시텍은 2018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냈던 GM 모기 방사 승인 요청을 철회하고, 2세대 GM 모기를 개발하고 있다. 옥시텍은 “2세대 GM 모기는 테트라사이클린을 주입하지 않으며, 생존 지속성이 없도록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시텍은 지난 6월 3일 브라질 상파울루주에서 처음으로 2세대 GM 모기 시험 방사를 실시했다. 


기존 생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GM 모기 방사를 반대하는 주요 논리 중 하나다. 모기는 교미한 암컷을 제외하고는 꽃의 꿀을 먹으며 동시에 수분을 돕는다. 또한 생태계에 있는 유기물을 섭취하는 동시에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모기가 사라질 경우 이런 먹이사슬이 붕괴될 수 있다.


하지만 모기 박멸을 찬성하는 입장은 생태계 내에서 모기의 역할이 매우 미미하다고 반박한다. 수분은 벌과 나비 등으로 이뤄지는 양이 훨씬 많으며, 다른 동물 역시 모기가 사라져도 이내 다른 먹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 중 어느 쪽이 타당한지 과학적으로 예측할 방법이 현재는 없다. 압둘라예 디아바테 아프리카 보건과학연구소(IRSS) 책임연구원은 “GM 모기를 찬성하는 측도, 반대하는 측도 모두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과학 연구를 통해서도 이후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뚜렷한 과학적 결론이 없는 만큼 GM 모기 방사가 지역 사회의 가치 판단에 맡겨질 여지가 크다. 

 

지역 주민에 GM 모기 정확히 알려야


7월 1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GM 모기 방사를 시작한 타깃 말라리아 역시 GM 모기 방사를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르키나파소 정부의 방사 승인이 이뤄지기 전부터, 그리고 승인이 이뤄진 뒤에도 계속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생물다양성을 위한 아프리카 센터(ACB·African Centre for Biodiversity) 등 환경단체는 GM 모기 방사 후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 등을 이유로 강하게 저항해왔다. 마리암 마예트 ACB 총재는 “GM 모기 기술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인체와 환경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진 바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한 타깃 말라리아의 고민은 GM 모기 첫 방사를 맞아 홈페이지에 게재한 발표문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발표문 내용의 대부분을 지역 사회 및 환경단체와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서술하는 데 할애했다. 


디아바테 책임연구원은 발표문에서 “지역 사회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기대와 우려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며 “연구팀과 꾸준히 대화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로 이뤄진 팀을 만들었고, GM 모기의 경과를 볼 수 있는 지역 사회 주도의 모니터링 팀도 따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201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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