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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SK하이닉스, 연세대-삼성전자 반도체 인력의 세대 교체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은 전문 인력이다. 대학들이 채용 조건형 반도체 계약학과와 같은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서둘러 뛰어드는 이유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는 앞으로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 미래에 각광 받을 시스템반도체 기술과 전공에 대해 알아봤다.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와 공정은 물론,

어떤 컴퓨터를 만들 것인지, 제품의 수요가 얼마나 될지,

심지어는 가격을 얼마로 책정할 지도 예상할 줄 알아야 한다"

 

올해 4월 30일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약 1만7000명의 시스템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주요 대학에 반도체 특화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산업계 수요를 조사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공트랙 교과과정을 구성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김정호 KAIST 국방AI융합연구센터장(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은 “정부와 기업의 계획대로 시스템반도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년 5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기업에 즉시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과 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스템 보고, 시장도 읽어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건축물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주력한 메모리 반도체를 수도배관이라고 하면, 시스템반도체는 배관을 비롯한 여러 자재를 하나로 묶는 핵심 시스템, 즉 건축물 그 자체”라고 말했다. 


S램, D램, 플래시메모리 같은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할 때는 일반적으로 컴퓨터 제조사가 요구하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시스템 전체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컴퓨터를 만들 것인지, 제품의 수요가 얼마나 될지, 심지어는 가격을 얼마로 책정할 지도 예상하고 설계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에 ‘엣지 디바이스’를 적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존 사물인터넷 기기는 카메라(이미지 센서)나 온도 센서로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를 중앙데이터센터에 전송해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엣지 디바이스가 적용된 사물인터넷 환경에서는 각각의 기기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폐쇄회로(CC)TV에서 촬영한 영상을 중앙관제센터로 보내 센터에서 이상 여부를 감지하는 방식이었다”며 “엣지 디바이스가 적용된 사물인터넷 환경에서는 CCTV가 스스로 폭력 상황이나 사고를 감지해 신고하는 등 실시간으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소프트뱅크 등 굴지의 IT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엣지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여기에 맞는 시스템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아마존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주요 대학에서 향후 20년간 석사학위 이상 전공자가 최대 1만7500명 배출될 수 있도록 지난해 11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투자했다. 

 

 

인공지능에 꼭 필요한 반도체 셋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계도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스템반도체 생산 공정 분야를 강화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과거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대만이 2000년대부터 시스템반도체 인력 양성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지금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도 CMOS*의 파운드리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새로운 반도체 설계에 뛰어들어야 한다. 현재 가장 열려있는 분야는 인공지능(AI)에 쓰일 시스템반도체 개발이다. 미국의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앞 다퉈 여기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선점하지 못했다. 


인공지능 기술에 유용하게 쓰일 시스템 반도체 후보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과 같이 작은 기기에 들어갈 ‘인공지능 가속기’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반도체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양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 중 일부를 GPU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시스템반도체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서버와 같이 큰 기기에 활용할 ‘고대역폭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다. 고대역폭메모리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를 위아래로 쌓아 거리를 최소화한다. 데이터가 오가는 거리를 줄여 정보 처리 효율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뉴로모픽 반도체가 있다. 신경망으로 이뤄진 뇌가 연산, 저장, 통신 기능을 한꺼번에 하듯, 하나의 칩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반도체 소자가 필요해 재료 공학 분야에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HBM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김 센터장은 “인공지능 에 사용될 시스템반도체는 아직까지 가장 최적화된 방식과 기술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선점 가능성도 가장 높은 분야”라며 “궁극적으로는 손톱만한 크기의 인공지능용 반도체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센서의 성능을 높이는 것도 시스템반도체의 중요한 과제다.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가장 유용하게 많이 쓰이는 센서가 바로 이미지 센서다. 이미지 센서의 반도체 설계를 업그레이드 해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을 대학이나 기업에서 연구 중이다. 

 

 

‘반도체+인문학’ 융합형 인재 필요 


전문가들은 대학의 반도체 교육이 앞으로 대폭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지금까지는 회로를 설계하고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정 과정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능력은 물론, 제품의 상품성과 시장의 흐름까지 모두 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융합적인 인재상을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농장에 들어갈 반도체를 만들려면 농업을, 스마트 자동차를 만들려면 기계를, 스마트 빌딩을 만들려면 건축을 잘 알아야 한다”며 “시스템반도체학과가 신설된다면 반도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과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을 균형 있게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2021학년부터 SK하이닉스와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인규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장은 현장 연구에 곧바로 뛰어들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현직 시스템반도체 전문가가 대학으로 와 직접 강의를 하거나, 학생들이 4학년 때 현장으로 실습을 가는 수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학과에서 배우는 전공이나 교수 채용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미 각 대학에서 반도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신임 교수 채용 시 시스템반도체 전문가들을 채용해왔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를 연구하는 KAIST 신임 교수들에게 별도의 연구비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부장은 “학과가 신설되면 교수 채용이 추가적으로 이뤄지긴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CMOS
집적회로(IC)의 한 종류로 시스템반도체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구성하는 데 많이 쓰인다.

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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