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 친링산맥 일대에는 갈색 판다들이 살고 있다. 눈 주위와 귀, 팔다리에 검정 털 대신 갈색 털이 난 판다다. 갈색 판다는 사는 지역의 이름을 따 ‘친링판다’라고 하며 1985년 최초로 발견됐다. 현재 야생에 200~300마리가량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푸웬 웨이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이 친링판다가 갈색인 이유를 3월 4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doi: 10.1073/pnas.2317430121
연구팀은 먼저 친링판다의 갈색 털을 다른 판다의 검정 털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친링판다의 털 세포에 들어있는 세포 소기관인 ‘멜라노솜’의 크기와 수가 검정 판다보다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멜라노솜은 피부 색소인 멜라닌을 만들고 저장하는 기관이다.
연구팀은 이 특성이 어떤 경로로 유전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친족 분석과 게놈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Bace2’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Bace2는 척추동물 외피의 색소 침착과 연관된 유전자다. 연구팀은 친링판다의 Bace2 유전자에서 25개가량의 염기서열이 없어진 상태임을 확인했다. 이렇게 사라진 염기서열은 멜라노솜의 성숙에 영향을 준다.
나아가 연구팀은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이라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실험용 쥐의 Bace2 유전자에서 해당하는 부분을 삭제했다. 그 결과 삭제 처리를 한 쥐들에게서 갈색 털이 자라났고, 멜라노솜 수도 줄어들었음을 확인했다.
실험용 쥐와 친링판다 두 종 모두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생식이나 생존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연구팀은 “사람에 대해 연구했을 때 Bace2는 알츠하이머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돌연변이가 친링판다에게 다른 생리학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