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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반도체는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로직 칩으로, 팹리스에서 설계해 파운드리에서 제조하며···’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슬슬 머리가 아파온다. 낯선 전문용어들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는 멀리 있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여러분이 손에 쥔 스마트폰에도 50개 이상 들어있다. 시스템반도체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 미국 엔비디아에서 제작한 게임용 태블릿PC의 해부도. 작은 시스템반도체 칩(테그라 K1)이 태블릿의 두뇌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비롯한 대다수의 전자기기에는 반도체 집적회로(IC·Integrated Circuit)라고 하는 칩이 하나 이상 들어간다. 칩 안에는 수천, 수만 개의 트랜지스터, 저항, 커패시터 등과 전선이 복잡한 회로를 구성하고 있다. 


반도체 칩은 역할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와 비(非)메모리 반도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잘 알려진 것처럼 데이터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장치다. 전원을 껐을 때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있는지 날아가 버리는지에 따라 D램(또는 S램), 플래시 메모리로 나뉜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가 아닌 비메모리 반도체에 속한다.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 종류는 8000여 종이나 된다. 가령 컴퓨터에 들어있는 중앙처리장치(CPU)나 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데이터를 연산하고 판단하는 처리를 한다(논리적인 연산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서 해외에서는 시스템반도체 대신 ‘로직 칩(Logic Chip)’이라고 부른다). 그런가하면 모뎀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통신 기능을 하고, 카메라에 들어있는 이미지센서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능을 한다. 


시스템반도체는 제조 과정이 분업화돼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종합반도체기업(IDM)이 설계, 가공, 조립,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설계전문기업인 팹리스(Fabless·반도체 생산시설인 ‘Fab’이 없다는 의미)에서 설계를 하면 생산전문기업인 파운드리에서 위탁 생산한다. 미국의 퀄컴,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이고, 대만의 TSMC,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 집중하고 있다.  


노예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서울SW-SoC융합R&BD센터 실장은 “다양한 반도체 수요가 생겨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소자와 회로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기술부터 시스템반도체를 응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 전문 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차량 또는 사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딥러닝이 가능한 전용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해야 한다. 테슬라,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1.5배로, 2022년에는 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가파른 성장세의 이유는 시스템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을 실생활에 구현하기 위한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도 마찬가지로 시스템반도체 없이는 구현할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은 학습과 추론이다. 두 가지 과정을 반복 실행하며 최적의 답을 찾아나간다. 기존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대규모 연산 처리가 쉬운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주로 이를 실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론, 자동차, 스마트폰 같은 디바이스 자체에서 인공지능 연산을 수행하도록 하는 추세다. 작고, 성능이 뛰어나며, 전력을 적게 쓰는 반도체 개발이 필수다. 


대표적인 예로 화웨이는 지난해 듀얼 뉴럴프로세싱유닛(NPU)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AP ‘기린 980’을 개발해 인공지능에 특화된 스마트폰 ‘메이트 20’을 개발했다. 구글은 2017년 10월 ‘알파고 제로’에 단 4개의 TPU(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칩을 적용했다. 이세돌과 대전을 펼친 ‘알파고 리’에 비해 칩 개수는 12분의 1, 전력 소모는 10분의 1로 줄였다.  


고성능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인공지능 가속기’를 넣어 설계하는 것이다. CPU로만 이뤄진 반도체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 CPU가 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제어하기 때문에 연산하는 양이 많아질수록 CPU와 메모리 사이의 병목현상이 발생해 속도가 떨어지고 전력 소모가 크다.  


그런데 GPU는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병렬 처리 구조다(본디 게임에서 3D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래서 다양한 이미지를 통계 처리해 학습하는 딥러닝의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비주얼 컴퓨팅 기술 분야 기업인 엔비디아는 최근 CPU와 GPU가 통합된 ‘자비에(Xavier)’ 반도체를 개발하고 자율주행자동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자비에 칩에는 512개 코어로 구성된 GPU와 8개 코어로 구성된 CPU, 컴퓨터 비전 액셀러레이터(CVA) 등이 들어있다. 


김선욱 엔비디아 기술마케팅 이사는 “미래에는 자동차가 스스로 주변 환경을 감시하고 위치를 파악하는 등 인공지능 기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고성능의 CPU와 GPU를 이용해 시스템의 성능을 계속 높여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 인간의 두뇌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차세대 지능형 시스템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새로운 재료, 소자, 설계를 연구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향후 뉴로모픽 반도체(Neuromorphic Chips)로 진화할 전망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기존의 반도체 구조가 아닌 인간 뇌의 물리적 구조를 모방한 반도체다. 


프로그램을 메모리에 저장한 후 순차적으로 읽어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기존 컴퓨터의 반도체 구조는 정보의 병목 현상,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메모리 용량과 속도가 1년 6개월마다 두 배 증가한다는 내용) 등 한계가 많았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나왔다. 뇌신경망처럼 뉴런과 시냅스 구조로 반도체를 설계해, 하나의 반도체가 연산, 저장, 통신 기능을 한다. 


대표적인 뉴로모픽 반도체는 IBM이 2014년 개발한 ‘트루노스(TrueNorth)’다. 트루노스는 54억 개 트랜지스터를 내장한 4096개의 반도체를 이용해 100만 개의 뉴런과 2억6000만 개의 시냅스(뉴런 접합부)로 얽힌 인간 두뇌를 모방했다. 트루노스는 기존 시스템보다 1만분의 1 수준으로 적은 전력(25~275mW)으로 구동했다. 덕분에 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연구 성과’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사실 자가 학습능력은 없었다. 


인텔은 2017년 학습 기능을 보완한 뉴로모픽 반도체 ‘로이히(Loihi)’를 개발했다. 로이히는 사람이 데이터를 입력하며 정답을 알려주는 지도학습 대신,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정보를 받아들여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갖췄다. 총 13만 개의 뉴런과 1억3000만 개 시냅스를 14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선폭으로 제작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뉴로모픽 반도체 중 집적도가 가장 높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2016년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과 함께 유기물질인 ‘강유전체(ferroelectrics)’를 이용해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강유전체는 전기장을 가하지 않아도 양극과 음극의 분극이 일어나고, 전기장을 가하면 분극이 바뀐다. 전압에 따라 분극 상태를 부분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데이터를 0과 1 외에도 다양한 상태로 나타낼 수 있는 셈이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KAIST, 서울대, 포스텍, UNIST, 국민대,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등 7개 기관이 2021년까지 총 120억 원을 투입해 자가 학습이 가능한 뉴로모픽 반도체 ‘네오(NeO)2C’를 개발 중이다. 


노 실장은 “경쟁력이 있는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협력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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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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